Before N - 티뷰론 #1
근육질로 다듬어진 본격 스포츠카

컨셉트카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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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D-1 컨셉트카
티뷰론의 탄생은 현대자동차 최초의 컨셉트카인 HCD-1과 HCD-2으로부터 기인합니다. HCD (Hyundai California Design)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미국디자인센터에서 제작했다는 것을 뜻하며, 1991년 공개된 HCD-1은 그 역사적인 첫 번째 결과물이었습니다. 인체 근육을 형상화한 과감하고 볼륨감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며, 타르가 형태로 지붕 탈부착 및 뒷유리를 조절이 가능한 점은 시대를 앞서 나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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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D-2 컨셉트카
HCD-1의 성공적인 데뷔 후 2년 뒤 HCD-2가 공개되었습니다. HCD-1 대비 더욱 볼륨감 넘치는 디자인으로, 후드에서 시작되어 루프와 트렁크로 유려하게 이어지는 곡선과 독특한 형상의 헤드램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HCD-2의 매끄러운 루프 라인과 굴곡진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이후 티뷰론 디자인에 계승되었고, 광고에서도 이 점을 강조하여 HCD-2와 티뷰론을 ‘아버지와 아들’ 관계로 표현하게 됩니다. 여기에 ‘스포츠 쿠페에 3명 이상이 타지 않는다’는 시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완성된 ‘2+1’ 시트 배치, 최첨단 소재로써 고강성 & 저중량을 갖춘 카본 파이버 기반 차체, 노면을 가리지 않는 AWD 구동방식은 당시 파격적인 스펙 구성이었습니다.
“성능과 품질만이 자동차 회사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데,
현대자동차의 경우 티뷰론이 그 처방전이 될 것이다”
– 미국 자동차 평가 기관 JD 파워
시대를 앞서 나간 한국발 상어

HCD-2 공개 후 3년이 지난 1996년 4월, 현대자동차는 새로운 2도어 스포츠 쿠페 티뷰론을 선보였습니다. 프로젝트명 RD로 시작하여 4년여의 기간 동안 총 1,200억 원의 개발 비용이 투입되었으며, 1세대 아반떼(J2)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티뷰론이라는 차명은 스페인어로 ‘상어’를 뜻하며, 이름에 걸맞은 공격적인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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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직후, 티뷰론은 없어서 못 파는 인기 자동차로 자리매김합니다. 공식 판매 5일 만에 계약 대수 1,700대를 돌파하며, 당초 예상한 월 판매 목표 1,500대를 가뿐히 뛰어넘었습니다. 그 결과 월 생산 물량을 2,000대로 상향 조정했으며, 1996년 10월까지 총 9,260대가 판매되며 현대자동차 판매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새로운 자동차로 손꼽히며, 스쿠프로부터 이어진 현대자동차 스포츠카의 인기를 공고히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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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뷰론에 대한 해외 반응 역시 긍정적이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평가 기관인 JD파워는 “성능과 품질만이 자동차 회사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데, 현대자동차의 경우 티뷰론이 그 처방전이 될 것이다”라는 호평을 했고, 1996년 파리 모터쇼에서는 ‘여성 관람객이 뽑은 최고 디자인’ 상을 거머쥡니다.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린 티뷰론은 1996년 11월 기준 약 18,600대가 수출되었고, 밀려 있는 수출 물량만 7,000여 대에 달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정중동 동중정’의 디자인 구현
서 있을 때조차 움직이는 것 같아야 하고 움직일 때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말인 '정중동 동중정'. 티뷰론 프로젝트팀이 차량을 디자인하면서 던진 화두이기도 합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2만 장이 넘는 아이디어를 스케치했으며, 팀원들 간의 투표를 통한 합의 도출 및 수정 작업을 거쳐 1년여 만에 티뷰론의 디자인이 확정되었습니다.
공기역학을 고려한 쐐기 모양의 차체에, 울룩불룩한 근육을 더해 공격적이면서도 남성미 넘치는 디자인이 탄생했습니다. 이름처럼 상어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에 대해 유럽의 자동차 전문지에서는 “한국에서 나올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모습의 자동차”라며 호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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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적용된 프레임리스 도어
문을 열었을 때 도어 상단에 유리만 자리 잡은 모습은 당시 새로운 디자인 요소였습니다. 티뷰론에 적용된 프레임리스 도어는 세련된 디자인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탁 트인 개방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는 투스카니, 제네시스 쿠페로 이어져 현대자동차 스포츠카의 패밀리룩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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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내장 디자인
티뷰론의 내장 디자인은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깔끔한 레이아웃을 구현했습니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도어 트림이 마치 하나로 이뤄진 것처럼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운전석 쪽을 향한 센터페시아는 운전 중 편리한 조작을 가능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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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기능성 모두 고려한 스티어링 휠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완성된 스티어링 휠은 시각과 촉각 모두를 만족시키는 내장 디자인의 핵심입니다. 스티어링 휠은 4스포크 타입으로 깔끔한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며, 휠 안쪽에는 스티치를 적용하여 고급스러움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휠 좌우 끝에 경적을 배치하여,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쉽게 누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본격 스포츠카로의 성능 도약

베타(ß) 엔진 탑재
티뷰론에는 현대자동차의 두 번째 독자 개발 엔진인 2.0리터 ‘베타(ß)’ 엔진이 탑재되었습니다. 직렬 4기통 DOHC 형식의 MPI (Multi Point Injection) 엔진이며, 기존 스쿠프에 사용되었던 1.5리터 알파 터보 엔진 대비 큰 출력 개선이 이루어져 최고출력 150마력을 실현하였습니다 (티뷰론 SRX기준). 뿐만 아니라 1.8리터 엔진 모델을 추가하여 다양한 라인업의 티뷰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후 베타 엔진은 내부 구조 변경과 ECU 튜닝을 통해 지속적인 성능 향상을 이뤄냅니다.

스포츠 서스펜션 구현
파워트레인 개선 이외에도, 스포츠카다운 서스펜션 구현이 필요하다는 고객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높아진 고객의 기대 수준에 부응하기 위해, 티뷰론에는 독일 포르쉐 사와 공동 개발한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을 적용하여 기존의 국산차와는 확연히 다른 주행 안정성 및 R&H 성능을 확보하였습니다. 잘 조율된 서스펜션과 높아진 차체 강성이 조화를 이루면서, 전작인 스쿠프에서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좌우 쏠림 현상 및 고속에서의 불안정함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노면에 착 붙어 달리는 맛이 일품이다’라는 평가와 함께, 티뷰론 출시 전까지 존재하던 ‘스포츠카 정체성’에 대한 의문 역시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었습니다.

가속 성능을 한층 끌어올린 TGX 모델
TGX는 ‘Top Grand-prix Experience’의 약자로, 운전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 스포츠 트림입니다. 엔진 관련 부품과 ECU 최적화 작업을 통해 기본 모델 대비 최고출력을 6마력 향상시켰습니다. 특히 수동 변속기 사양의 경우 종감속 기어비 변경을 통해 0-100km/h 가속 시간은 1.2초 감소한 8.0초, 최고속도는 20km/h 향상된 220km/h를 달성하였습니다. 기본형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하늘로 향한 모습의 대형 리어 스포일러, 고속 주행을 위한 서스펜션 튜닝, 직선형 디자인으로 스포티함을 강조한 알루미늄 휠이 새롭게 추가되었으며, 눈길을 끄는 레몬 컬러는 개성과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 기어비란?
엔진이 한 번 회전할 때 바퀴가 몇 번 회전하는지를 비율로 나타낸 것입니다. 엔진 힘이 동일하다는 조건하에 기어비가 긴 경우 최고속도에 있어서 이점을 가지며, 기어비가 짧은 경우 가속 성능과 토크 강화 등의 이점을 가지게 됩니다.
새로운 바람, 티뷰론 터뷸런스

출시 후 3년 만인 1999년 5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티뷰론 터뷸런스가 등장합니다. 자동차가 더 크고 길어 보이도록 롱 노즈 개념의 후드 디자인이 적용되었으며, 트윈 서클 헤드램프를 적용하여 전체적인 인상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실내에도 고객의 감성적인 즐거움을 위해 다양한 색상이 적용된 계기판, 새로운 버튼 및 다이얼이 추가되었습니다.
모델은 1,800cc 기본형, 2,000cc 타입-S 및 타입-R로 세분화하여 고객들의 선택 폭을 넓혔습니다. 타입-S와 타입-R은 리어 스포일러의 형상으로 구분하며, 특히 최고급 트림인 타입-R 모델은 레이스 사양의 엔진 튜닝, 알루미늄 휠 및 레이싱 타이어 등 다양한 옵션을 추가하였습니다. 한층 강화된 세팅의 베타엔진은 최대출력 153마력, 최고속도 225km/h를 구현하며 스포츠 드라이빙의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티뷰론 너무 빠른 게 병, 주최 측 “80kg 철판 더 붙여라” 지시’ –1996. 7. 15 동아일보 기사
티뷰론, 등장과 동시에 포디움 석권


한국 모터스포츠의 초창기라 할 수 있는 90년대 초반은 스쿠프와 기아 콩코드 간 치열한 접전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티뷰론이 등장한 1996년을 기점으로 한국 모터스포츠는 완전히 새롭게 재편됩니다. 뛰어난 강성을 갖춘 차체, 성능과 내구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엔진 등 당시 티뷰론이 갖춘 스포츠카의 장점에 힘입어 국내 모터스포츠를 평정하게 됩니다.
티뷰론의 일방적인 우승이 지속되자 대회 주최 측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투어링 A 경기에 참가하는 티뷰론의 공차 중량을 1,020kg으로 맞춰야 한다는 무게 규정을 추가하였습니다. 그 당시 투어링 A 무게 규정은 940kg. 경쟁차 대비 무려 80kg을 증량해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당시 최고 클래스인 투어링 A 2년 연속 우승(1996년-1997년)을 기록, 명실공히 국내 최고 성능을 발휘하는 자동차로 인정받았습니다.
WRC에서 거둔 놀라운 성과
WRC(World Rally Championship, 세계 랠리 선수권)
세계 3대 모터스포츠로 잘 알려진 WRC는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대표적인 랠리 경기입니다. 특히 주행하는 도로의 환경이 극과 극으로 나뉘며, 자동차의 뛰어난 완성도와 내구성이 요구되어 가장 난이도가 높은 모터스포츠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경기장과 총 주행 바퀴 수 등이 정해져 있어 예상이 가능한 서킷 주행과 달리 기상 변화, 도로 여건 등의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경기 참가자와 관람자 모두 엄청난 긴장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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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뷰론 WRC는 2,000cc 미만 2륜구동, 터보차저가 장착되지 않은 경기차가 참가하는 F2 클래스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티뷰론의 기본 외형은 최대한 유지한 채 꼭 필요한 튜닝을 더했고, 150마력이던 2.0리터 베타 엔진의 최고출력을 260마력으로 높임으로써 경이로운 성능 향상을 실현했습니다. 현대자동차 연구소와 영국 모터스포츠 전문 업체인 MSD의 공동 개발로 이뤄낸 성과입니다. 그 당시 드라이버 라인업은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3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WRC에 참가한 베테랑 케니스 에릭슨 (Kenneth Eriksson)과 WRC의 전설 콜린 맥레이(Colin McRae)의 동생 알리스터 맥레이(Alister McRae) 투 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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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데뷔 무대인 1997년 8월 뉴질랜드 랠리에 참가해 3위에 당당히 입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1999년 한 해 동안 3월 포르투갈 랠리 우승, 6월 그리스 랠리 우승, 7월 뉴질랜드 랠리 우승, 9월 중국 랠리 우승 등의 성과를 달성하며 전 세계에 현대자동차 브랜드를 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2편에서는 당시 티뷰론 담당자의 생생한 이야기와 더불어, 세월이 지나 한층 가치를 더하는 한정판 모델들을 만나봅니다.
Before N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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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N - 티뷰론 #2
도전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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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N - 스쿠프 #1
국산 스포츠카의 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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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N - 스쿠프 #2
스쿠프의 과거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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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N - 투스카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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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N - 투스카니 #2
기대를 넘어선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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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N - 제네시스 쿠페 #1
정통 후륜 구동으로의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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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N - 제네시스 쿠페 #2
타협하지 않는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