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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N - 스쿠프 #2

스쿠프의 과거와 현재

스쿠프

국산 스포츠카의 태동, 현대자동차 스쿠프 살펴보기 1편을 통해 스쿠프의 탄생, 파워트레인 및 디자인 변화 과정 그리고 모터스포츠 활약상을 다뤘습니다.

이번 2편에서는 스쿠프와 직접 호흡해 온 고객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아울러 2016년 다시 쓰는 시승기를 통해 스쿠프의 매력을 직접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스쿠프의 등장과 함께 한국 모터스포츠는 180도 바뀌었습니다.”
- 전 스쿠프 오너 김한봉 단장

전 스쿠프 오너 김한봉 단장

김한봉 단장은 1987년 인천 영종도에서 개최된 오프로드 레이스를 시작으로 파리 다카르 랠리 완주, WRC 호주 랠리 완주, APRC 말레이시아 랠리 완주, 일본 슈퍼 다이큐 클래스 참가 등 한국 모터스포츠 역사의 산증인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스쿠프 터보가 출시됐을 당시 다른 경기차를 몰고 있었지만, 스쿠프 터보의 뛰어난 성능에 매료되어 결국 구매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김한봉 단장의 회상을 통해, 당시 국내 모터스포츠를 평정했던 스쿠프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전 스쿠프 오너 김한봉 단장

스쿠프와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스쿠프 터보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전 기아 콩코드 경주차를 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모터스포츠의 주도권은 스쿠프의 등장과 함께 180도 바뀌게 되었죠. 스쿠프는 가벼운 공차 중량을 등에 업은 민첩한 움직임, 뛰어난 성능을 갖춘 차였습니다. 우승하고 싶다면 스쿠프를 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고민 끝에 스쿠프 터보를 규정에 맞게 세팅하여 경기에 참가하게 되었고, 어렵지 않게 포디움에 오르며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스쿠프의 등장 이후, 한국 모터스포츠 동향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스쿠프가 한국 모터스포츠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1991년으로 기억합니다. 스쿠프 터보의 출시 전만 하더라도 무게가 가벼운 기아 프라이드가 대세였어요. 비슷한 수준의 경량화된 차체에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엔진이 탑재된 스쿠프 터보가 한국 모터스포츠 무대를 장악하게 된 건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오프로드 경기에서 시작된 스쿠프의 세력 확장은 온로드 경기에서도 그대로 이어졌고, 이 흐름은 스쿠프의 후속 차종인 티뷰론이 등장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스쿠프는 대중의 인기가 높은 자동차였기 때문에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었습니다.

전 스쿠프 오너 김한봉 단장

모터스포츠뿐 아니라, 스쿠프가 그 당시 자동차 문화에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인지요?

스쿠프는 카레이서 뿐 아니라 자동차 매니아 사이에서도 드림카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지요. 특히 스쿠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동차 튜닝 시장 역시 활성화될 수 있었습니다. 스쿠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성능 튜닝은 단순히 보어 업을 통한 배기량 증대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본 엔진 출력이 높은 스쿠프 터보가 출시되면서 바디킷, 서스펜션, 냉각계, 전자계통 등의 튜닝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자동차 튜닝 분야를 개척한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지요.

스쿠프 터보와 함께 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1992년 스쿠프 터보를 구매하여 오프로드 경기에 처음 참가한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당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경기차들은 하나같이 스쿠프 터보였고, 현재 모터스포츠 경기보다도 훨씬 과격한 경쟁이 계속 이어졌었죠. 워낙 경합이 치열해서인지 피니시까지 4랩을 남겨둔 상황에서 인터쿨러 호스가 빠져 버렸습니다. 아쉽게 리타이어를 하면서 씁쓸해한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경기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게 됐기 때문에 스쿠프는 제 레이스 경력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제겐 선생님 같은 존재죠.

"현대 N이 뛰어난 완성도를 바탕으로 한국 모터스포츠의 경기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차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전 스쿠프 오너 김한봉 단장

앞으로 선보일 현대 N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현대자동차가 본격적으로 고성능차를 만든다는 사실이 너무도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스쿠프 등장 때와 마찬가지로 N은 한국 모터스포츠의 판도를 다시 한 번 바꿀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뛰어난 완성도를 갖춘 차를 기반으로 경기차가 완성되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경기의 수준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 매니아 입장에서도 제대로 운전을 즐길 수 있는 고성능차가 나온다면 모두가 두 팔 벌려 환영할 겁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력, 그리고 WRC 참가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 세계 고객에게 사랑받는 운전이 즐거운 차를 만들기 바랍니다.

“스쿠프로 끝을 볼 생각입니다.” - 현 스쿠프 오너 강일중

현 스쿠프 오너 강일중

“스쿠프로 끝을 보겠다”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스쿠프는 그의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의 자동차 생활은 스쿠프와의 만남 전후로 나뉘며, 자동차가 이동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 것도 바로 이때부터 입니다.

자동차 동호회 모임 참석을 계기로 스쿠프에 빠져들었고, 자동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공부를 하면서 관심과 열정은 더욱 높아져만 갔습니다. 그의 손을 거쳐 간 스쿠프만 무려 7대에 달합니다.

현 스쿠프 오너 강일중

지금 갖고 계신 스쿠프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전 2대의 스쿠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 대는 순정, 한 대는 튜닝카입니다. 먼저 튜닝카에 대한 소개부터 하자면, 휠 마력 기준 260마력을 발휘하는 ‘달리기 전용 머신’입니다. 스쿠프로 할 수 있는 튜닝의 종착지에 다다른 자동차로 보시면 됩니다. 엔진은 1.5리터 알파 터보 엔진이 탑재되어 있고, 오랜 시간 동안 직접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성능과 내구성 모두 문제없는 튜닝카를 완성했어요. 지금 현재의 셋업을 완성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며, 3년 동안 제 판단 미스로 엔진에 딱 한 번 문제가 생긴 것을 제외하면 흠잡기 힘든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 스쿠프 오너 강일중

특히 스쿠프 동호회를 통해 가져온 순정차와의 인연이 조금 남달라요. 첫인상은 결코 좋지 않았습니다. 유리는 금 가 있었고, 엔진 시동은 불안했으며, 손볼 곳이 많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차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국으로 직수입된 소유주 이력이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구매했어요. 당시 판매자는 차량 상태와 앞으로의 자동차 관리에 대해 걱정했지만, 전 이미 스쿠프 부품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전혀 걱정 없었습니다. 결국 당시 폐차 처리 후 받는 비용인 30만 원에 가져왔어요. 이후 순정화 작업을 통해 깔끔하게 다시금 손봤고, 지금의 상태를 갖추게 됐습니다. 스티어링 휠, 알루미늄 휠, 오디오 데크를 제외하면 전부 순정 그대로이지요.

스쿠프

튜닝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 만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 같은데요.

누구보다 뛰어난 성능의 스쿠프를 갖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독학 아니면 답이 없었어요. 이 과정에서 엔진, 변속기와 같은 주요 부품들을 소모품 마냥 갈아왔던 것 같아요. 누군가는 미친 짓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제겐 즐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알파 터보 엔진의 출력을 200마력 넘게 끌어올리면서 터빈을 한 달에 한 번 꼴로 갈았던 적도 있었고, 알파 엔진의 다음 버전인 베타 터보 엔진을 스왑하여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일정 수준 엔진 회전수에 도달해서야 제 힘을 발휘하는 터보 랙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트윈 터보를 시퀀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셋업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시원스러운 가속이 가능했지만, 터빈의 수명이 너무도 제한적이었던 게 문제였습니다. 저회전 영역 대를 담당하는 터빈을 가동 직후 최고 출력을 발휘하도록 세팅했으니 터빈이 버틸 수 없었겠죠.

“해외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시대를 풍미한 명차, 몇 년 만에 발견!’
소식 들어보셨죠? 제겐 최종 꿈이 바로 그거에요. 스쿠프를 부식되지 않게 완전 밀봉해서 땅에 고이 묻어 두는거죠.”

SCF

스쿠프의 관리는 어떤 식으로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스쿠프가 정말 오래된 자동차이기 때문에 관리에 대한 어려움은 분명히 있습니다. 폐차장에도 스쿠프가 존재하지 않다 보니, 부득이한 사고가 난 경우 난감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일단 순정 부품을 구할 기회가 생기면, 쌓아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특히 스쿠프 동호회에 올라오는 매물을 통해서 부품을 구하지요. 동호회에서는 이러한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어서 부품이나 차량 정보들을 서로 쉽게 공유할 수 있습니다.
동호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스쿠프는 우리나라 자동차 동호회 문화 형성에 크게 일조한 최초의 자동차입니다. 지금까지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어서, 동호회만 보면 ‘스쿠프가 아직까지 현역인 자동차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요. 과거 대표적인 스쿠프 동호회이자 최초의 자동차 동호회인 SCF(Sports Coupe Family)는 사라졌지만, 현재 스사사(스쿠프를 사랑하는 사람들)를 통해 스쿠프 소유주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앞으로 스쿠프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스쿠프 순정차를 어떻게 후세까지 정상적으로 보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공부할 거예요. 간혹 해외 뉴스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차, 몇 년 만에 차고 속에서 발견’과 같은 기사 보신 적 있으시죠? 그게 제 꿈입니다. 지금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아파트에 거주할 수밖에 없지만, 퇴사한 이후엔 산 좋고, 물 좋은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가려고요. 그리고 차가 썩지 않게 밀봉하는 방법을 찾아서 전원주택 주위에 차를 묻을 생각입니다. 물론 차 안엔 제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강 씨 몇 대손인 누구다’ 를 알 수 있는 족보를 넣어둘까 싶어요. (웃음)

“현대 N이 수많은 자동차 매니아를 양성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어요.
특히 소유주로 하여금 차를 손볼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현 스쿠프 오너 강일중

앞으로 선보일 현대 N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가 생각하는 예전 차와 요즘 차의 차이는 전자장비 수에 있다고 봅니다. 예전 차는 부품을 뜯었을 때 이 부품이 무엇인지를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요즘 차는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저는 스쿠프가 ‘미캐닉을 양성하는 자동차’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N 배지가 붙은 현대자동차는 소유주로 하여금 차를 손볼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자동차를 직접 손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면, 그만큼 자동차 튜닝에 대한 관심 역시 생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경쾌하게 움직인다, 2016년에 만나본 스쿠프

스쿠프

자고로 자동차는 직접 운전했을 때 느끼는 바가 많기 마련입니다. 20년이라는 세월의 장벽을 넘어 스쿠프와 손발을 맞춘 이유입니다. 시승차는 95년식 뉴 스쿠프로 현대자동차에서 독자 개발한 직렬 4기통 1.5리터 알파 엔진과 전용 5단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게 특징입니다. 세월의 흐름이 무색하게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하며, 실내는 스포티함을 섬세하게 녹여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나 가벼움을 바탕으로 가뿐한 몸놀림을 보여주는, 지금까지도 운전이 즐거운 자동차였습니다.

  • 스쿠프

    1.5리터 알파 엔진이 탑재된 시승차는 최고출력 102마력, 0-100km/h 가속 시간 11.1초, 최고속도 180km/h로 출시 당시 꽤 훌륭한 성능을 자랑했습니다. 실제로 운전을 해보면 토크가 많지 않은 초반과 달리 2,500rpm을 넘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제힘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6,000rpm 가까이 엔진 회전수를 올려가면서 속도를 올리는 재미가 제법입니다. 엔진 회전수를 높인 상태에서 출발했을 때 앞바퀴가 미끄러질 정도로 충분한 힘을 갖췄습니다.

  • 스쿠프

    물론 스쿠프가 세월의 흐름을 무색하게 만드는 경쾌함을 갖춘 이유로는 가벼운 공차 중량이 크게 작용합니다. 1.5리터 알파 엔진이 탑재된 스쿠프의 공차 중량은 970kg에 불과하여 수치상 엔진 성능 대비 시원한 가속 성능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줍니다. 가벼운 무게는 가속 성능뿐만 아니라 움직임에 있어서도 큰 도움을 줍니다. 차량의 거동이 산뜻하고 일관적이며, 뛰어난 운전 재미를 선사합니다. 브레이크 역시 연식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충분히 속도를 줄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스쿠프

스쿠프에는 13인치 휠 &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는데 거친 요철을 지날 때에도 타이어가 충격을 상당 부분 처리합니다. 따라서 감속하지 않고 30km/h로 과속 방지턱을 넘더라도 승차감이 불편하게 느껴지질 않습니다. 당시 스포츠카로 분류되는 자동차들 중 상당수가 승차감이 불편한 경우가 많았지만, 스쿠프의 경우 경쾌한 움직임을 구현하면서도 승차감까지 편안하게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출시 당시 스쿠프에 대해 ‘스포츠 패션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초기에는 성능 보다는 새로운 디자인, 개성 있는 선택 등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스쿠프 터보를 선보이면서 성능에 대한 아쉬움을 만회하며, 단일 차종으로서 수많은 ‘국산 최초’ 타이틀을 쟁취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무엇보다 스쿠프 터보를 통해 국내 시장에 ‘스포츠카’ 장르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자동차 매니아들의 부름에 응답하여 탄생한 국산 최초 스포츠카, 스쿠프는 자동차의 평가 기준을 한층 끌어올린 차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이것으로 스쿠프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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