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30: 작가 김용관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 김용관

김용관, 병렬식 아방가르드 예술을 제안하다
예술작품은 작가의 세계관을 투영하는 거울입니다. 김용관은 그만의 작가적 직관과 논리로 형성된 세계관을 작품의 근저로 삼습니다. 그러나 그가 세계관을 드러내는 방식은 직접적인 방법을 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는 이의 상상력이 필연적입니다. 모든 예술작품이 이성적 사고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나아가, 예술작품이라는 것이 관객을 설득해야 하는 당위가 있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김용관 작가가 제시하는 작품은 보는 이에게 질문을 유발하는 사유의 과정으로 그 존재성을 드러냅니다. 젊고 순수한 예술가가 바라보는 세계는 철저한 가치부정이라는 폭력적 방법으로 구축한 수직적인 당위적 구조입니다. 그는 이제껏 당연하다고 여겼던 가치들을 분해하여 수평으로 배열하고 그것들을 재배치 또는 재조합하는 과정을 시각화합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도출된 ‘당위적인 것들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적 질문은 다양한 방식의 예술적 사고실험을 통해 작품화합니다.
그의 주요작품 중 하나인 <QUBICT> 연작은 ‘세상바라보기’의 단일한 질서와 위계를 부여하기 위해 발명한 원근법을 의도적으로 제거한 작품입니다. 평면과 입체의 속성을 동시에 하나의 화면에 담아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을 제시합니다. 더하여, 투시와 그림자를 임의로 삭제하여 기존의 시각체계에 대한 교란을 유도합니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보편적 사고에 대한 ‘새롭게 생각하기’ 또는 ‘새롭게 바라보기’를 제안합니다.
언젠가부터 현대예술은 지적인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필수 교양과정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예술의 본질을 ‘유희’에서 찾고자 한 김용관에게 현대미술은 예술적 즐거움과 상상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더하여, 그의 작품은 미술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증명하는 일환이며 그의 작품의 구조와 체계는 닫힌 구조가 아닌 열린 구조의 회화공간을 제안합니다.
작가와의 대담

Q. 김용관 작가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A. 제 작업은 저의 세계관에서 파생한 다양한 예술적 단상들에 대한 일종의 사고실험입니다. 매 작품마다 사고실험 방식을 달리하며 작가의 세계관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세상의 수많은 결과물들이 결코 필연적으로 만들어지고 형성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많은 시도들이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가끔은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가치의 부정은 그 가치를 옹호하는 이들을 부정하고 그들과의 반목을 통해 갈등과 분쟁을 야기합니다. 저는 이런 비약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을 통해 구축된 당위적 구조들에 대한 의문에서 작업의 단초를 발견합니다. 수직적인 당위적 구조에 의문을 품으며 세상의 가치를 수평으로 재배열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당위적 구조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규범적으로 회자된 것들을 해체한 후, 이것을 임의적 방법으로 조합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규칙과 패턴들을 새로운 조합의 룰로 사용하며 재배열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세계는 우연으로 하나 둘씩 쌓여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어떤 규칙들이 점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구조물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단위의 모듈(module)을 만들고 그 모듈을 임의적 방식으로 쌓아가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조합을 통해서 작품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갑니다. -김용관-

Q. 김용관 작가의 예술세계에서 작가적 세계관은 중요한 작동기제로 보입니다. 본인의 세계관이 어떤 방식으로 작품 속 이미지로 도출되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제가 제작한 모든 작품의 바탕에는 작가적 사유의 지층을 담은 세계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저의 세계관이 각각의 작품에서 그 모양과 형태를 바꿔가면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기획단계에서 예상한 작품이미지와 완성된 결과물의 작품 사이에 간극과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기획과 실험방법의 오차를 철저히 계산 못한 저의 과오이자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작업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지점은 작업의 과정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세계는 우연으로 하나 둘씩 쌓여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어떤 규칙들이 점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구조물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단위의 모듈(module)을 만들고 그 모듈을 임의적 방식으로 쌓아가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조합을 통해서 작품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갑니다.

Q. 주요 작품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은 <QUBICT> 연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부탁 드립니다.
A. 작품 제목인 <QUBICT>는 병렬방식의 연산이 가능한 양자 컴퓨터의 연산 단위인 qubit과 정육면체를 의미하는 cubic의 합성어로 평면과 입체의 속성을 동시에 지니는 이율배반적인 미립자(particle)를 뜻합니다. <QUBICT>는 한 가지 시점이 아닌 여러 시점이 공존할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고안한 작품으로 원근법을 활용합니다. 인간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앞의 것은 크게, 뒤의 것을 작게 보이도록 구분을 합니다. 이러한 시각체계는 세상을 판단하는 가치에도 영향을 줍니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가치를 구분하는 방식을 의심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당위라고 간주하는 가치의 관점을 작품에서 제거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원근법에 따른 투시와 그림자를 제거하여 앞과 뒤의 시점이 뒤섞여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모호한 이미지를 구현합니다.

Q. 작품활동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동기가 있었나요?
A. 제 어린 시절의 꿈은 만화가였습니다. 기존의 만화와는 차별화될 수 있는 실험적인 만화를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자연히 만화의 장르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각언어와 문자언어를 동시에 다루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막연히 ‘언젠가는 작품활동을 해야지’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당시에 만나고 있던 친구와 헤어지면서 ‘가난하면 좀 어때. 하고 싶은 것을 하자’ 그렇게 하고 있던 일을 서서히 관두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만화가가 아닌 미술작가로 활동하게 된 것은 마침 당시에 구상했던 작품이 어쩌다 보니 만화가 아닌 시각언어와 문자언어를 테마로 한 음절완구(Syllabrick)라는 제목의 조각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으로 미술계와 인연이 닿았고 전시를 경험하면서 전시가 주는 묘한 성취감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한번 시작하고 나니 하고 싶은 작품들이 계속 생겼고 지금까지 그렇게 이어져 온 것 같습니다. 다만 만화가로서의 꿈을 접은 것은 아닙니다. 현재 구상단계이지만 다음 작품은 출판물 형식의 만화가 될 듯합니다.
Q. 새로운 생각과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오나요?
A. 삶에 관한 여러 가지 단상들에서 온다고 봅니다. 그 중에서도 책은 저에게 다양한 예술적 영감을 제공합니다. 그렇다고 곧 독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가 국어선생님이셔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웠습니다. 책을 읽기보다는 책의 제목과 책 속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짧은 문장들이 안겨주는 어떤 느낌이나 인상이 마냥 좋습니다. 책의 표지와 개요를 보면서 책의 내용과는 무관할 수 있는 상상과 공상을 즐깁니다. 주로 이런 것들이 예술의 영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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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llax Viewport. 2010. 캔버스에 아크릴. 182 x 18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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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bict Parallax Viewport. 2010. 캔버스에 아크릴. 182 x 18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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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glyph. 2010. 캔버스에 아크릴. 145 x 14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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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shing Viewport. 2012. 캔버스에 아크릴. 200 x 2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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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lock Composed of Figures with Their Numbers of Sides in Aliquots of 12. 2012. 애니메이션. 28분 48초
Profile

김용관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를 졸업했습니다. <표본공간-희망에 의한 기관의 변이>(인사미술공간, 서울, 한국, 2013) 전시를 비롯하여 약 네 차례의 주요 개인전과 <Use Your Illusion>(스페이스 K, 과천, 한국, 2014), <서울시립 북서울 미술관 개관전-I Love Seoul>(서울시립 북서울 미술관, 서울, 한국, 2013) 등 약 아홉번의 주요 단체전에 참여 했습니다. 김용관 작가는 국내외 주요 개인전과 단체전 외에도 <Studio M17>(메이크샵 아트스페이스, 파주, 한국, 2014),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2013),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국립현대미술관, 고양, 한국, 2012), <경기창작센터>(경기문화재단, 안산, 한국, 2010) 등의 입주작가 레지던시를 거치며 예술문화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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