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30: 작가 김용철
인간사회의 이상과 근원적 존재를 화폭에 담는 작가, 김용철

김용철, 숲으로 들어가니
숲은 우리에게 과연 소중한 것일까요? 저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그렇다는 의견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산림청에서 발표한 통계가 하나 있습니다. 2010년 산림의 공익기능 평가를 통해 우리나라 산림의 가치를 2010년 기준 109조 70억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자원함양 기능, 산림 정수 기능, 대기정화 기능, 산림동물보호 기능 등 다양한 항목들로 구분하여 숲의 교환가치를 조목조목 환산하였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숲의 가치는 증명된 것일까요?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서구 형이상학의 역사를 일컬어 존재 망각의 역사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망각된 존재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실제로 사물을 실천적으로 해석합니다. 숲 속의 냇물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물놀이를 하며 한여름 더위를 잊기도 합니다. 나무가 만드는 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며 계절에 따라 변하는 낙엽을 감상하기도 합니다. 어떠한 도구를 사용할 때, 예를 들어 물컵에 자연스럽게 물을 담아 마시고, 망치를 들어 벽에 못을 박습니다. 이때 우리는 그것의 무게나 길이가 얼마이며 온도는 몇 도인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그것의 존재를 실천적으로 이해하고 실행할 뿐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인간은 스스로를 주체로 세계를 객체화하고 자본주의적 체계 위에서 모든 것을 교환가치로 환산합니다. 여기서 인간과 세계의 존재적 체험은 상실되며 오로지 존재를 입고 있는 존재자의 상품가치만이 의미를 가집니다.
작가 김용철은 강원도 점봉산 숲에서 느낀 자신의 주관적 체험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는 생물체들 간의 생존적 질서와 동적 언어 속에서 인간 사회의 이상과 근원적 존재 체험을 발견합니다. 여기서 근대 자연과학적 체계에서 구분된 인간과 세계의 주객 관계는 존재적 체험을 통해 해체되었습니다. 더 이상 인간은 세계의 주체도 아니며 자연은 인간의 소유물도 아닙니다. 그가 숲에서 본 시각적 아름다움, 나무와 나무가 만나는 과정, 그 밑에서 펼쳐진 녹색 풀들의 솟아남, 거기서 생존하는 동물들의 움직임. 그들이 만들어 낸 생존 질서는 다름 아닌 인간이 망각했던 자연과의 공존의 질서이며, 동시대 예술에서는 낯선 자연을 화폭 위에 재현시킴으로써 근대 자연과학에서 은폐되었던 존재와 근원적 진리를 탈은폐(aletheia)시킵니다.
작가와의 대담

Q. 작가님의 작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제 작품에는 하트, 모란, 숲이 자주 등장합니다. 80년 5.18 이후부터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하트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모란은 90년대 세계화와 함께 우리의 문화 정체성의 재고와 전통의 계승을 표현하고자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자연을 소재로 자연으로부터 인간에게 주는 염원을 담아 작업하고 있습니다.
Q. <하트>와 <모란>은 시대적 이슈나 특징을 바탕으로 염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숲으로 들어가니>의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을 해주세요.
A. 작년 강원도 점봉산 곰배령 숲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숲의 나무들과 물기 어린 공기의 공간감, 그 밑에 펼쳐지는 온갖 야생화들을 보면서 경이로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곳에서 느낀 체험과 사진자료를 통해 그리고 그것들의 형태로부터 이어지는 회화적 표현의 즐김으로 작업을 하였습니다.
관객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제 작품에 녹아있는 두 가지 언어입니다.
첫째는 눈을 통해 머리로 인식하고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텍스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몸으로 반응해 느껴지는 감각적인 시각언어입니다.
-김용철-

Q. 작품 활동에 있어 가장 큰 영향력과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먼저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은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학교 재학 시절 마지막 등록금을 주시며 세상이 나를 봐주길 기다리지 말고 세상을 보고 살라는 말씀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한 작품 활동은 항상 긍정적인 것에서만 영감을 받지는 않습니다. 제가 청년 시절 저에게 불편한 자극을 줬던 군사정권 시절의 시대상황 역시 저에게 큰 창작의 원동력을 제공했고, 한국 사회가 가져야 할 시대적 가치나 정신, 그리고 자연에서 늘 영감을 받습니다.
Q.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위의 작품 소개에서도 언급한 부분이지만 저는 전통문화와 자연으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그 안에서 구체적인 소재들을 선택하고 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완성시킵니다. 관객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제 작품에 녹아있는 두 가지 언어입니다. 첫째는 눈을 통해 머리로 인식하고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텍스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몸으로 반응해 느껴지는 감각적인 시각언어입니다. 이 둘을 관객들께서 즐기면서 감상하셨으면 합니다.

Q. 앞으로의 작업계획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A. 최근에 하고 있는 작업이지만 숲에서의 체험을 더 담아볼까 합니다. 숲에 존재하는 식물, 동물들과 그들의 생존 질서, 그것을 발견할 때의 환희, 그리고 야생화, 숲, 계곡, 공기, 새소리 등 그것들이 함께 하는 생명의 순수함에서 다시 인간을 배웁니다. 마치 젊은이들이 SNS를 통해 친구들과 소통하듯 저에게 이러한 만남이 있었노라고 친구들에게 수다를 떨 듯 이미지를 담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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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무슨 말 하고 있나_03. 1984. 캔버스에 아크릴과 메탈릭 피그먼트. 130 x 2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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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트. 1984. 캔버스에 유채와 메탈릭 피그먼트. 116 x 2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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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활짝 핀날_안녕하세요. 2007. 캔버스에 아크릴과 메탈릭 피그먼트. 100 x 1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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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총나무와 봄날. 2013. 캔버스에 아크릴. 100 x 80.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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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에 같이 핀 하트. 2013. 캔버스에 아크릴. 72.7 x 60.6cm
Profile

김용철 작가는 1949년 서울 태생으로 강화에서 성장하였으며 중학교 때 다시 서울로 돌아와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의 대학원 회화과에서 석사학위를 마쳤습니다. 현재 홍익대학교 회화과 교수 정년 퇴임 후 초빙교수로 있으며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샘화랑, 갤러리보다, 크레스갤러리, 현대아트센터 갤러리, 이도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제12회 카뉴국제회화제, 한국현대 드로잉전, 유잉갤러리, 성곡미술관, 토탈미술관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습니다.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예술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brilliant 30에 대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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