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30: 작가 그룹 텐던스 플루에
텐던스 플루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공존하는 인류의 삶을 공유하는 작가들

텐던스 플루에, 공감적 시선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진 그룹인 텐던스 플루에(Tendance Floue)와 현대의 지성으로 불리는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에 정통한 미술평론가 베르나르 마카데(Bernard Marcadé)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방문 목적은 <Tomorrow 2014> 전시의 특별전인 <Homage to Deleuze>를 위한 것입니다. 1991년 사진작가 13명이 연합하여 시작한 텐던스 플루에는 우리 시대를 탐험하며 사진을 통한 다양한 재현을 모색하는 실험적인 예술그룹입니다. 이들은 서로의 작업을 존중하며 동시에 공동의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 연합으로서 ‘소통을 통한 예술구현’을 중시합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인 Homo Empathicus (약자로 ‘Hom.E’)는 동시대의 인간상을 ‘공감의 인간(Homo Empathicus)'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공통된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우리 앞에 산적한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텐던스 플루에는 사진이 지닌 기록으로서의 속성을 뛰어넘어 작가 개개인의 통찰력을 통해 동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사진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렌즈에 비친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렌즈가 담지 못하는 세상의 이면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사진은 렌즈에 비친 모습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렌즈가 잡아내지 못한 요소들, 그리고 그 너머의 것들을 통해 소통합니다. 더불어, 세상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상을 다양한 기법과 각도로 구현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킵니다. 텐던스 플루에의 작가들은 개개인의 방법론과 더불어 사진에 대한 공통된 예술적 언어와 동시대적 경향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자 하는 정신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작가와의 대담
-
Q. 한국 방문을 환영합니다. 먼저, 각자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텐던스 플루에(Tendance Floue) : 저희는 13명의 사진작가로 구성된 그룹이며 동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탐구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한 프로젝트 중 한국과 관련된 것이 있습니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이하여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교차된 시선>이라는 틀 안에서 프랑스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의 모습을 조망할 예정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하여 이미 몇 명의 작가가 한국에 머물며 작품을 구상 중입니다.
베르나르 마카데(Bernard Marcadé): 저는 미술비평가이자 전시 기획자이며 미술관련 서적도 집필하고 있습니다. 한국과는 이미 여러 차례 전시를 기획하며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997년 제2회 광주 비엔날레의 기획자로 참여하였고 이후에는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MixMax>를 기획하였습니다. -
Q. 텐던스 플루에의 작품에 나타나는 주된 주제는 무엇인지요?
저희는 동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선이 반드시 어느 한가지 특별한 주제만을 향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룹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저희는 몇몇 특정한 동시대적 현상들에 반응하며 팀원 모두의 공통된 관심사를 다루는 프로젝트를 위해 협업합니다. 저희는 개개인의 작업과 공동의 작업을 병행하고 있기에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드리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Q 작업 스타일과 방향이 다른 예술가들이 함께 작업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조율하시는지요? 연결선 상에서, 작품 활동을 할 때 그룹 작업과 개인 작업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저희가 그룹으로 활동을 하지만 각 멤버의 고유 주제와 생각을 존중합니다. 각자의 생각들이 발현되고 이를 취합한 후 수많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공동의 주제를 찾습니다. 이와 같은 멤버들 간의 지속적인 소통은 다양한 관점과 방법론을 제시해 주며 작업에 깊이를 부여합니다.
Q. 특별전 제목인 <Homage to Deleuze>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연관이 있습니다. 한국 대중에게 질 들뢰즈에 관해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
질 들뢰즈는 20세기 후반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철학자입니다. 들뢰즈의 철학적 근간은 생(프랑스어로 “la vie”)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는 인간의 신체에 관한 논의를 펼침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개인 작업과 공동 작업을 병행하는 텐던스 플루에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들뢰즈는 전통적으로 대립되는 요소들 - 위와 아래, 진실과 거짓, 빛과 그림자 등-을 통해 사상적 틀을 뛰어넘는 이야기들을 펼쳤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서구 사회 이면에 존재하는 반목과 대립의 요소들을 대면하는 초석을 만들어 주었는데, 이는 이분법적 접근법이 아닌 모호한 경계선으로서 작용했습니다. 그는 관습적인 서구식 사고방식의 근저에 깔린 냉소적 사상과 달리 세상과 삶에 대한 긍정을 말했습니다. 우리는 들뢰즈를 위대한 석학 혹은 철학자라고 부르는데, 이는 그가 동시대의 담론 형성을 위한 단초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철학자는 예술을 정의하려 하였으나 들뢰즈는 예술 그 자체의 과정을 존중하고 그것이 지닌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열린 채로 놔둡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들뢰즈의 사상은 주목 받아야 합니다. - 텐던스 플루에 -

Q. 많은 동시대 예술가들이 들뢰즈의 철학에 영감과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들뢰즈는 그의 철학 속에서 예술을 언급하긴 하지만 예술에 대한 설명을 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개념과 방식은 예술을 완연하게 설명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예술은 그 자체로서 그리고 자체의 의미로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들이 들뢰즈의 영향을 받는 이유는 그의 철학이 예술에 상당한 자유를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철학이 예술을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이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듯, 예술 또한 그렇습니다. 들뢰즈는 바로 이러한 점을 강조하며 예술의 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예술이 방해 없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Q. 전시에 소개된 작품인 'Hom.E'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작품 제목인 <Hom. E>은 “인간의 집”이라는 프랑스어의 발음과 흡사합니다. 말장난을 의도하여 선택한 제목인데, 이는 ‘공감의 인간(Homo Empathicus)’의 줄인 말이기도 합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인간 고유의 특성인 공감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더 나은 미래로 향하기 위해 인간은 ‘공감’을 통해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관객에게 다음과 같이 묻습니다: “오늘날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정답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관객 스스로가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텐던스 플루에의 향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초반에 언급했듯이, 텐던스 플루에는 한국과 연관된 공동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단계에 있으며 일부 멤버들이 한국에 머물려 리서치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에 있어 세세한 사항들은 언급하기 힘듭니다. 작가로서 어떤 특정한 형태와 주제를 구상하고는 있지만, 주변 상황과 환경에 유기적으로 반응하는 것 역시 저희 작업의 본질입니다.
-
<포레스트 캠프 부근 오래된 나무 (진달래)>
“마르디 히말” 여행, 네팔, 2012. “Tree” 시리즈 중.
사진 작가 : 플로레-앨 수룬 / 텐던스 플루에 -
<프랑스 대사관 기자회견 내에 있는 웨이터>
프랑스 대사관, 뉴 델리, 인도, 2010. “Above Ground” 시리즈 중.
사진 작가 : 올리비에 쿨만 / 텐던스 플루에 -
<레슬링 스타 주최 경기 중>
디에프, 프랑스, 2009.
사진 작가 : 길레스 쿠롱 / 텐던스 플루에 -
<산타 가이사랴 , 레체 , 이탈리아의 지구, 이태리, 1993>
“De Finibus Terrae” 시리즈 중.
사진 작가 : 알랭 윌럼 / 텐던스 플루에
Profile

텐던스 플루에(Tendance Floue)는 참여 작가들의 독립성을 기반으로 결성된 프랑스 사진그룹으로, 전통적인 서구의 시선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동시대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재현하는 실험적인 예술그룹입니다. 이들은 사진뿐 아니라 서적과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들의 작업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다양한 국가의 모습을 작가적 시선으로 담은 <Mad in> 시리즈가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사회 현장의 모습을 담아 사진집으로 출판한 <Nous traversons la violence du monde>(1999), <Nous n'irons plus aux paradis> (2002), <Sommes - nous?>(2006) 등이 있습니다.
베르나르 마카데(Bernard Marcadé)는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로 활동 중이며 프랑스 파리-세르지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미술사와 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는 1997년 제 2회 광주 비엔날레의 <Becoming> 전시와 2004년 아트선재센터에서 <Mix Max>전을 기획하며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는 전문 예술인입니다. 그가 기획한 주요 전시로는 <Féminin-Masculin, Le sexe de l'art>(1995), <Aftermoon- Bertrand Lavier>(2010), <Courant d’art au rayon de la quincaillerie paresseuse>(2010)가 있습니다.
brilliant 30 Next : 김수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