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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30: 작가 주세균

주세균, 쉼표의 순간들로 이야기하는 작가

무궁화 패턴 시리즈_3. 2013. 카오린 분말.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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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균, ‘새로움’의 가치를 전통에서 찾는 작가

주세균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인 <Tracing Drawing Series>는 익히 알고 있고 지키고 싶은 전통과의 조우를 통한 작가 자신의 현재를 탐구하는 작업들을 기(器)를 통해 표현합니다. 과거와 현재의 조우에서 발생하는 마찰과 충돌을 통해 작가 고유의 모습을 환기하고 또한, 그가 지키고 싶고 익숙한 전통과 현실에서 부딪치는 사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비틀림, 굴절과 같은 간극을 작가적 사유의 근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작가가 직접 물레를 짜서 만든 백자 위에 전통적 가치가 있는 유물의 이미지를 연필로 그려나가는 작품인 <Tracing Drawing Series>는 미디어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유물의 문양을 작가의 기억과 직관을 바탕으로 재현한 것입니다. 도자기 위에 재현된 이미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국보와 보물의 도자기의 문양과 닮아 있으나 실제의 문양과는 차이를 드러냅니다. 주세균이 예술의 재현과 실제의 이미지와의 간극을 의도적으로 발생시킴으로써 관객에게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감’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은 기존의 익숙한 기준과 정의들이 현실의 예측 불가한 상황들과 만나면서 균형적 감각이 뒤틀리고 그 뒤틀림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이 불안감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생성된 현대인의 불안감을 작품 속에서 ‘불연속적인 패턴’으로 형상화합니다

작품 속 불연속적인 패턴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여기는 기준들이 변주와 변형, 그리고 조율의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되는 또 다른 기준의 도출과정이 반영된 산물입니다. 시간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마찰과 충돌에 의해 만들어진 불완전한 모습이 어느 시점에서는 또 다른 전통이 되어 새로운 기준의 접점이 되는 것입니다. 작가가 제시하는 ‘새로움의 원동력’은 어찌 보면 단절 없는 과거-현재-미래가 소통하는 ‘시간의 순환’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작가의 예술적 창조의 힘은 항상 우리의 곁에서 존재하나 그 가치의 소중함을 쉽게 잊어버리는 ‘전통’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가가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나누는 문답법을 통해 도출된 전통적 도자기 작업은 오늘이라는 모습이 과거와의 단절이 아닌 상호적 작용에 의한 것임을 제시합니다.
 
과거로부터 온 전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향을 주며 또한, 오늘의 모습은 미래에는 또 다른 과거이자 전통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그의 작품은 속도와 물량을 통해 변화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우리가 지나온 길을 다시 반추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점검하는 쉼표의 순간으로 관객에게 다가옵니다.

작가와의 대담

작가 주세균 스틸 이미지

Q. 주요작품 중 하나인 <Tracing Drawing Series>에 대한 설명 부탁 드립니다.

A. <Tracing Drawing Series>는 일종의 ‘알고 있는 것을 베끼기’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지키고 싶고 이미 알고 있는 전통과 현재에서 마주하는 실재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 또는 차이를 작품으로 재현합니다. 우리의 대표적인 유물이자 전통인 도자기 위에 인터넷에서 수집한 유물의 문양을 연필로 그려나가는 작업입니다. 수집한 이미지에서는 유물의 앞면만을 볼 수 있기에 입체인 도자기에 옮기는 과정에서 이미지의 왜곡과 변형이 일어납니다. 인터넷의 이미지에서는 볼 수 없는 배면은 유추와 상상을 통해 채워나갑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불변이라고 믿는 전통과 현실의 우연 또는 불규칙한 기준이 만나면서 발생하는 ‘불안감’을 형상화합니다. 과거와의 마찰에서 오는 현재의 불안감은 제 작업에서 ‘불연속적인 패턴’의 형태로 드러납니다. 이러한 패턴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에 또 다른 전통으로 자리매김되며 과거-현재-미래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임을 보여줍니다. 저는 불연속적인 패턴의 작품들을 예전부터 해오고 있었으며 <Tracing Drawing Series>는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 중 하나입니다.

제가 인식하는 현재와 보편적 의미의 현재 사이에는 간극이 있습니다. 간극은 불편함을 주지만 차이를 인정하면 그때부터 소통이 가능해지며 나아가 미래를 위한 새로움의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 주세균 -

작가 주세균 스틸 이미지

Q. <Tracing Drawing Series> 작품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자연스럽게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가족을 통해서 접한 예술은 저에게는 진중한 것이며 지켜야 할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나 미술대학에서 배운 현대미술은 제가 알고 있던 예술과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현대미술이 존재하는 방식이 폭력적이며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회피의 심정으로 도자기 공방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 곳에서 다양한 장인들을 만나면서 도자기를 배웠습니다. 도자기의 다양한 기법을 배우면서 저만의 방식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백자는 일반적으로 재벌구이와 유약을 바르는 과정을 거치지만 저는 1150도의 가마에서 단벌구이를 거친 백자 도자기 위에 연필로 문양을 그린 후 코팅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합니다.

작가 주세균 스틸 이미지

Q. 작가님의 작품에서 시간은 중요한 배경이 된다고 봅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어떤 의미일까요?

A. 저에게 시간이란 반복의 의미가 맞을 듯합니다. 그러나 시간의 순환이 항상 똑같은 모양과 방식으로 반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는 현재의 저에게 영향을 줍니다. 제가 인식하는 현재와 보편적 의미의 현재 사이에는 간극이 있습니다. 간극은 불편함을 주지만 차이를 인정하면 그때부터 소통이 가능해지며 나아가 미래를 위한 새로움의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현재-미래는 따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 새로운 생각과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오나요?

A. 평범한 일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TV의 드라마를 보면서 보편적인 한국인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그 안에는 과장도 있지만 드라마가 비추는 가족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낍니다. 아마도 제가 오랫동안 혼자 서울 살이를 하면서 귀가 후에 대화 할 수 있는 가족의 부재가 주는 허전함을 TV 속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위로 받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작가 주세균 스틸 이미지

Q. 향후 작품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우선, 지금하고 있는 작업들을 당분간 계속하려고 합니다. 순수미술이라는 큰 맥락 안에서 공예와 접목하는 예술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공예와 순수미술이 서로 다른 분야로 구분 짓기를 하고 있지만 저는 이 두 분야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대미술이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막상 우리의 전통문화인 공예와의 협업은 아직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적 현대 공예와 관련한 정체성을 밑받침해줄 수 있는 미학과 철학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의 바람은 공예와 순수미술의 접점을 이론적으로도 고민할 수 있는 전문예술인과의 소통을 통해 공예와 순수미술이 서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Tracing Drawing 68. 2012. 도자기에 연필 드로잉. 44.5 x 25 x 25 cm

    Tracing Drawing 68. 2012. 도자기에 연필 드로잉. 44.5 x 25 x 25 cm
  • 달 항아리. 2013. 싱글 채널 비디오. 00:14:12

    달 항아리. 2013. 싱글 채널 비디오. 00:14:12
  • National Flag Part 2. 2011. 싱글 채널 비디오. 00:09:00

    National Flag Part 2. 2011. 싱글 채널 비디오. 00:09:00
  • Tracing Drawing 93. 2013. 도자기에 연필 드로잉. 35 x 35 x 47 cm

    Tracing Drawing 93. 2013. 도자기에 연필 드로잉. 35 x 35 x 47 cm
  • Tracing Drawing 133. 2013. 도자기에 연필 드로잉. 32 x 24 x 42 cm

    Tracing Drawing 133. 2013. 도자기에 연필 드로잉. 32 x 24 x 42 cm

Profile

작가 주세균

주세균은 국민대학교 입체미술과와 동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Wheel the World>(메이크샵 아트 스페이스, 파주, 한국, 2014), <백화>(오픈 스페이스배, 부산, 한국, 2013), <Notional Flag>(브레인팩토리, 서울, 한국, 2011), <Black Sign>(Syart Gallery, 서울, 한국, 2010)이 있으며, 주요 단체전으로는 <Korea Tomorrow2014>(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서울, 한국, 2014), <오브제전>(갤러리 27미술관, 경기도, 한국), <대만 도자 비엔날레>(잉게 도자 미술관, 신베이, 대만, 2014), <백자예찬>(서울 미술관, 서울, 한국, 2014), <ART SHOW BUSAN>(Bexco 부산, 한국, 2014)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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