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30: 작가 올리비에 세베르
올리비에 세베르, 사물의 특질과 재료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전달하는 작가


Q. 작가님의 최근 작업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일 년 반 전에, 대리석의 기원을 주제로 영상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리석은 제가 이미 조각을 통해 다루었던 소재였지만,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대리석은 그저 흔한 돌이 아니라 ‘암석’ 소재의 일종으로 암석들은 오랜 시간 전, 빅뱅 이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지요. 광물, 식물, 그리고 동물들이 부패되고 분해되는 기나긴 과정을 거쳐 침전물, 석회질의 형태로 변하고, 바다나 땅 밑으로 잠겨 지질학적으로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되는데, 이렇게 압력을 받은 석회질이 결정화되고 결집되어 대리석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저의 최근 작업은 이렇게 그림으로 나타내거나, 말로 설명하기에는 복잡한 대리석의 기원, 오랜 형성 과정의 축약본을 가상으로 재현해 영상으로 그려낸 작업입니다.

Q. 작업을 하시는 과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작품이 전시될 장소에 따라 작업 과정도 변화 하나요?
A. 대리석의 기원을 주제로 한 작업의 경우, 제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유사한 환경의 장소를 찾아야 했습니다. 다행히 생물의 분해와 부패, 물의 움직임, 대지가 있는 환경을 가진 촬영 장소를 찾았습니다. 저수지만 17개가 있는 파리 근교의 개인 소유 성지였는데, 그곳에서 영상 작업을 할 수 있는 허가를 얻고, 수중 촬영을 통해 대리석의 기원을 표현할 만한 이미지를 찾았습니다. 대리석 판을 이용해, 그것이 물에 떠다니며 작은 운하를 지나 큰 저수지 물과 합류하고 계속 흘러가면서 수초들을 쓸고 지나가는 과정을 영상에 담는 작업을 했는데요. 그 영상에는 대리석의 기원과 조각에 대한 은유가 담겨 있습니다. 저의 경우, 작품의 전시장소는 작업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제 작품의 대부분은 갤러리, 박물관 등에 전시되는 것을 감안하여 제작됩니다. 야외에 작품을 전시하게 될 때도 있는데, 이때는 그 장소의 환경과 조건을 고려하여 작품이 만들어지지요.
주변에 물질적인 것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세세히 관찰하지
않으므로 그것이 어디로부터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릅니다.
어떤 재료가 4억 년 전에 만들어졌고, 그 기원이 생물체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은 재미있는 일입니다.
- 올리비에 세베르 -

Q. 주로 자연의 소재를 작업에 사용하시는데, 이러한 재료 선택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자연은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광물이나 대리석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어떻게 유리가 만들어지는지를 알게 되는 과정에서 그것들에 대해 배우고, 기원이라던가 쓰임새를 탐구하며 제가 하게 될 작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구상하게 됩니다. 궁극적으로 제가 관심 있는 것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물질들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소재 선택의 이유는 왠지 모를 끌림 또는 그 소재들의 특성, 기원, 구성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하지요. 주변에 물질적인 것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세세히 관찰하지 않으므로 그것이 어디로부터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릅니다. 어떤 재료가 4억 년 전에 만들어졌고, 그 기원이 생물체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은 재미있는 일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일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지만, 저는 그런 일들에 흥미를 느끼고, 주변의 모든 물질적 소재를 이용한 작업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금까지는 자연에서 많은 소재를 찾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인공적인 소재를 이용한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Q. 작가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A. 작가란 호기심이 많고, 타인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로부터 얻어진 다양한 관점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새로운 곳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작업공간을 바꿔가며 작업한다는 것은 늘 같은 기준과 조건의 작업 환경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최근에는 한국의 레지던시에서 몇 달을 보냈는데, 그 시간은 저의 사고방식이나 사물에 대한 해석이 변화하는 전환점이 되었지요. 새로운 세상에 푹 잠기고 처음 알게 되는 정보들을 접하면서 스스로 세운 고정관념과 기준들을 뛰어넘게 되고 기존에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들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처음 보는 소재들을 접하게 되기도 하구요. 이런 변화를 겪는 사람이 작가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는 특정 부분에 있어서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고 그가 느낀 것에 관해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와 계획에 대해 나눠주세요.
A. 저는 굳이 먼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미래 계획을 세우더라도, 정해놓은 길과 특정한 목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를 위해 현재 계획되어 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들을 실행하는 과정을 즐깁니다. 이를테면 곧 일본 교토에 있는 레지던시로 떠날 것이고, 그곳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있습니다. 일본의 화산을 방문한 후 작업을 해 보고 싶은데, 영화나 조각, 사진 작업 중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이후에, 여건이 허락한다면 아티스트가 아닌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한 작업을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제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건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삶을 즐기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죠. 점점 성장하고, 배우고, 자기를 계발하는 이 모든 것이 꾸준히 변화하는 것에 속하는데, 저의 삶에서도 변화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지요. 매 순간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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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En Substance). 2015
비디오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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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체(Agrégat). 2015
황철석, 흑요석, 형석, 조회장석. 가변크기. (사진: 사라 바카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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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En elle-même). 2015
마노, 황동. 155 x 35 x 35 cm. (협업: 프란시스 부르조, 세바스찬 쉬콧, 사진: 펠리페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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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무이(Un seul et même). 2014
폴리에스테르 석고, 안료. 가변크기. (사진: 아렐리안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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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전(Précipitation). 2014
사진. 75 x 50 cm (사진: 토마스 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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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 아래(Sous-étendue). 2011
바디질로 대리석, 황동, 주석. 280 x 165 x 50 cm. (사진: 로렌트 루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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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아래(Ci-dessous). 2013
알루미늄에 라미네이트 된 사진. 45 x 3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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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은 것들(De rien ne se crée rien). 2011
크리스탈. 가변크기 (에르메스재단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크리스털리 생루이에서 만들어진 작품)
Profile

1978년 프랑스 출생 조각가이자 설치 미술가인 올리비에 세베르는 2002년 파리 에콜 데 보자르를 졸업했습니다. 그는 현재 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하여, 스위스, 독일, 한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국제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물질과 형태의 변화하는 모습에 주목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들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줍니다. 물리적 무게, 모형, 중력 등을 탐구하며,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의 관념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가인 올리비에 세베르는 물질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은 연구를 최근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 주요 개인전
<Long Term> (갤러리 스케이프, 서울, 한국, 2017)
<A Ciel Ouvert> (Chapelle des Calvariennes, 프랑스, 2016)
<유일무이(Un seul et même)> (La Placette, 로잔, 스위스, 2014)
<지면 아래(Ci-dessous)> (바스티유 아트센터, 그르노블, 프랑스, 2013)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은 것들(De rien ne se crée rien)> (La Grande Place, 크리스탈 박물관, 생-루이-레-빗슈, 2011)
<확산(De la dispersion/Von der Zerstreuung)> (해피퓨 갤러리, 베를린, 독일, 2010)
<아무것도 볼 수 없는(Rien à voir)> (인터페이스, 디옹, 프랑스, 2009)
<무제(Sans titre)> (RDV 갤러리, 낭트, 프랑스, 2008)
<부적합(Non Conformes)> (Baumet Sultana 갤러리, 파리, 프랑스, 2006)
■ 주요 단체전
<변형(Mutations)> (파리 장식미술박물관, 파리, 프랑스, 2015)
<소우주(Across the Universe)>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서울, 한국, 2015)
<응결(Condensation)> (팔레 드 도쿄, 파리, 프랑스, 2013) / (긴자 메종 에르메스, 도쿄, 일본, 2014) / (서울 메종 에르메스 도산공원, 서울, 한국, 2014)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예술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brilliant 30에 대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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