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30: 작가 이완
이완, 세상을 이루는 구조, 개인, 그리고 집단에 관해 탐구하는 작가


Q. 최근 작업, <메이드 인>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2013년부터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각 나라의 대표적이거나 역사적으로 상징성을 지닌 생산품을 직접 제작하고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물과 제가 만든 생산품으로 남기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예를 들면 대만의 사탕수수밭에서 설탕을 직접 추출해 생산하며 이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상에 담는 식입니다. 개인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소비인 현시대에서, ‘소비자가 되지 않으면서 자본의 논리를 벗어난 생산품을 만든다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고민에서 <메이드 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 세상을 이루고 있는 구조 내부의 작동 원리와 역사에 대해 탐구하여 ‘나’라는 한 개인에 대한 온전한 이해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이루는 구조의 본질과 작동원리를 알아야 ‘나’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를 온전히 아는 것은, 타인, 집단, 더 나아가 사회, 국가, 세상을 이해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예술은 구조, 그리고 개인과 집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이완 -

Q. 작업에 대해 큰 영향력을 끼친 경험, 혹은 작품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게 되셨나요?
A. 어릴 때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을 보면서 다양한 상상을 하곤 했어요. 500년 전, 저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는 선조들의 모습이나, 저 그릇이 찬장에 올려져 있는 풍경들을 상상하며 경이롭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유물들이 박물관에 오기 전의 ‘과거’, 그 역사적 과정들에 대해 궁금해했었죠. 20대 때 혼자 자취를 하게 되었는데, 대형 마트에 가서 생필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그 경이로운 느낌을 다시 받게 되었어요. 어떻게 저런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것들이 전 세계를 거쳐서 이곳에 전부 모여 있을까, 수많은 나라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상상도 못 할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진 것들을 돈 몇 푼으로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과 이데올로기 그리고 규칙들이 가능케 하는 것일까? 그래서 하나의 상품이 생산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며 경험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구조들이 어떻게 뒤엉켜 있는지 들여다보자는 결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작업을 통해 추구하시는 것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지금 현재, 나의 모습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온전히 외부의 영향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외부를 구성하는 것 – 세상을 이루는 구조의 본질과 작동원리를 알아야 ‘나’를 알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온전히 아는 것은 결국 타인, 집단, 더 나아가 사회, 국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예술은 구조를 관통하며 보여주지만 개인과 집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가, 지하 깊숙이 숨겨져 있던 거대한 구조의 벽에 창문을 내는 일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 우리 개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삶의 불균형한 것들을 해결해 가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삶 속에서 작가님을 정의해주고, 또 빛나게 하는 ‘그것’은 무엇인가요?
A. 비행기에서 자다가 깼는데, 웅성거리는 소리, 기내에 꽉 들어찬 사람들, 공중에 떠 있다는 현실과 갑작스럽게 맞닥뜨린다는 기분이 비몽사몽 하던 중에 들더라고요. (이 세상은 왜 있지, 이유가 뭘까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해요.) ‘메모리를 불러오며 부팅되는 컴퓨터처럼, 이성이 깨어나면서 내가 작동된다.’라는 기분이 들었어요. (컴퓨터 메모리처럼) 일생을 통해 경험하고 축적한 기억들이 나를 나로 있게 하는 것이고, 나라고 하는 존재는 메모리(데이터)들의 모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삶 속에서 저장될 기억들을 만드는 매 순간이 나를 빛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Q. 30대 이후,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와 계획에 대해 나눠 주세요.
A. 봄 같았던 20대의 길을 지나, 혹독한 사막의 여름 같은 30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제 곧 가을의 문턱에 다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겨울이 오겠지요? 앞으로 3년 후면 저도 40대가 됩니다. (40대가 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더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그림 그리는 것뿐 아니라 글도 쓰고, 음악이나 영화도 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게 참 많은데 계절은 빨리도 돌아옵니다. 계획을 잘 세워서 하나하나 실현시키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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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태국, 실크. 2013
단일 채널 영상 & 생산품.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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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태국, 실크. 2013
단일 채널 영상 & 생산품.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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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미얀마, 금. 2014
단일 채널 영상 & 생산품.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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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미얀마, 금. 2014
단일 채널 영상 & 생산품.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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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캄보디아, 쌀. 2014
단일 채널 영상 & 생산품.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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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타이완, 설탕. 2013
단일 채널 영상 & 생산품.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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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품. 2015
C-프린트. 160 x 21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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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2012
설치, 혼합재료. 330 x 345 x 122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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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되는 방법. 2011
수집된 60개의 사물을 평균 무게(5.06kg)에 맞춰 재가공, 가변크기
Profile

이완은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중앙미술대전’을 통해 미술계에 등단 했으며, 삼성미술관 리움이 제정한 제 1회 ‘아트스펙트럼 작가상’과 제 26회 김세중 청년조각상을 수상했습니다.
■ 주요 개인전
<우리가 되는 방법> (아트스페이스 풀, 서울, 한국, 2011)
<Made in> (두산 갤러리, 뉴욕, 미국, 2014)
<우리에게, 그리고 저들에게>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서울, 한국, 2014)
<아아, 순정> (대구미술관, 대구, 한국, 2014)
<울고 간 새와 울러 온 새의 적막 사이에서> (313아트프로젝트, 서울, 한국, 2015)
■ 주요 단체전
<터전을 불태우라> (광주비엔날레, 광주, 한국, 2014)
<아트스펙트럼2014> (리움, 서울, 한국, 2014)
<Spheres7> (Galleria Continua, Les Moulins, 프랑스)
<Intersections/New Conjunctions> (UN아트프로젝트2015, UN본부, 뉴욕, 미국, 2015)
<예술과 자유의 측정> (UN한국대표부 대사관, 뉴욕, 미국)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예술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brilliant 30에 대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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