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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30: 작가 홍경택

시공간의 겹침과 혼성을 표현하는 작가, 홍경택

반추_02. 2013. 리넨에 유채. 150 x 1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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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택, 다양한 문화 스펙트럼의 네온사인

홍경택 작가는 현대 자본주의 문화의 보편적 이미지를 사용합니다. 그는 신성한 종교적 숭배 대상들부터 현대의 연예인들, 지식과 정신의 산물인 책과 그것을 기록하는 도구인 각종 펜, 성모마리아부터 바비 인형, 클래식부터 흑인의 훵크 뮤직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예술 소재로 사용해왔습니다. 많은 평론가들은 홍경택 작가가 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 관념과 재현, 종교와 일상, 숭배와 유희 등 서로 반대되거나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의 구분과 대립의 경계를 허물고 한데 어우러지게 한다고 평가합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수많은 대상들이 빽빽하게 화면을 채운 정물화나 실내 풍경이 혼합된 것들로, 일상적인 대상물들을 현란한 색채로 표현함으로써 시각적 화려함을 줍니다.

팝아트는 대중문화 이미지에서 소재를 선택하지만, 홍경택의 정물들이나 대상들은 매우 개인적인 의미를 가지며 극사실주의적 치밀함을 추구하여 대상 모두가 각양각색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끊임없이 현란함을 내뿜는 형광불빛의 세계를 경험합니다.
최근작 <여섯 개의 하늘>은 저마다의 중심을 갖는 원들이 겹쳐진 형태로 화면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공간이나 차원의 동시적 공존을 표현합니다. 아른하임은 원의 시지각적 특질이 주변 환경에 영향 받지 않고 독자적인 세계를 형성하는 경향에 있다고 하는데, 원형으로 그려낸 하늘 공간은 이러한 표현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장 세속적인 것으로부터 가장 성스러운 것으로 흐르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것은 이상적 도형인 원의 반복적 패턴을 통해 만들어낸 새로운 유형의 21세기 종교화로 여길 수 있습니다.

작가와의 대담

작가 홍경택

Q. 홍경택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훵케스트라>는 어떤 작품인가요?

A. “훵케스트라(Funkchestra)"는 흑인 음악인 훵크와 오케스트라의 합성어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제 작품의 지휘자라고 여깁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각기 다른 악기들로부터 나오는 다양한 소리를 조율함으로써 커다란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듯이, 저도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 등 상반되는 것들을 작품 하나하나에 녹여내고자 했습니다.

Q.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사물들로 가득 차 있는 일종의 all-over painting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화면을 여백 없이 가득 메우는 이유가 있나요?

A. 제가 어릴 때에는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잘 살지 못했기 때문에 언제나 “물자절약” 캠페인이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때의 교육이 편집증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서로 다른 사물들이 어떻게 어울려서 하나의 화면을 만드는가는 예술적 의도에 따른 내 판단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나는 스스로 이들이 어울려 각양각색의 소리를 내게 만드는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사물들이 어떻게 어울려서 하나의 화면을 만드는가는 예술적 의도에 따른 내 판단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나는 스스로 이들이 어울려 각양각색의 소리를 내게 만드는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홍경택-

작가 홍경택

Q. 작품들에서는 화면의 구성과 비례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비례와 대칭을 유지하기 위한 패턴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A. 제 작품에서 패턴은 깨지지 않는 마지막 구조를 나타내기 위한 것입니다. 성당, 사원, 사찰 등 성스러운 종교적 공간에는 항상 질서와 대칭을 이루는 패턴이 주요 문양으로 나타납니다. 저는 이것을 일종의 종교적 도상처럼 사용하고 싶었는데, <훵케스트라> 시리즈에서는 예전에 누군가에게 숭배 대상이었을 신들을 대신해서 오늘날의 누군가에게 숭배의 대상일 수도 있는 연예인들의 얼굴을 배치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Q. 최근에 새로 선보인 작품인 <반추>와 <여섯 개의 하늘>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그동안의 작품들이 사물들의 중첩 혹은 겹침이었다면, <여섯 개의 하늘> 시리즈는 공간의 겹침을 표현해본 것입니다. 동일한 시공간의 물리적 조건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관념적이고 가시적이지 않은 공간의 겹침, 혹은 공간의 혼성적 공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시도해본 것이고, 앞으로도 이 작업을 계속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반추>는 기존에 그려왔던 펜 대신에 골프채를 그린 것인데, 무한한 공간인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공간에 위치한 골프채에 저와 제 작업실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이질적인 두 개의 충돌 혹은 공존을 나타냅니다.

작가 홍경택

Q. 당신의 예술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A. 가톨릭에서 말하는 “연옥”일 것입니다. 예전의 개인전에도 이 제목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 연옥은 사람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기 전에 새로운 존재로 바뀌는 중간 지점이라고 합니다. 예술과 대중, 종교와 일상, 고귀한 것과 세속적인 것 중간에서 매개하는 것이 제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오나요?

A. 음악입니다. 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듣는데, 각 음악들마다 독특한 리듬들이 있습니다. 그 다양한 리듬들로부터 내 작품의 리드미컬한 구도와 색채의 배치들이 나타납니다. 요즘 시대는 귀로 듣는 음악보다는 눈으로 보는 음악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MTV를 볼 때면 다양한 음악의 리듬들과 더불어, 끊임없이 지속될 것 같은 화려한 이미지가 시청자의 눈을 마치 끝없는 오르가즘을 느끼도록 할 정도입니다. 여기에서는 무엇이 주가 되고 무엇이 하위가 되는지가, 즉 메인과 서브의 구분이 모호해집니다. 이것이 아마도 내 작업에서 경계 허물기와 더불어, 양극단의 것들이 함께 공존하며 만들어내는 일종의 긴장감의 원천인 것 같습니다.

  • 반추_01 설치전경. 2013

    반추_01 설치전경. 2013
  • 연필그림-여섯개의 하늘. 2014. 리넨에 유채. 250 x 2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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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ns_02. 1994-1999. 리넨에 유채. 390 x 381cm

    Pens_02. 1994-1999. 리넨에 유채. 390 x 381cm
  • Green Green Grass 2. 2014. 리넨에 유채와 아크릴. 45.5 x 53cm

    Green Green Grass 2. 2014. 리넨에 유채와 아크릴. 45.5 x 53cm
  • Green Green Grass 1. 2014. 리넨에 유채와 아크릴. 194 x 256cm

    Green Green Grass 1. 2014. 리넨에 유채와 아크릴. 194 x 256cm
  • 서재-골프장. 2014. 리넨에 유채와 아크릴. 194 x 259cm

    서재-골프장. 2014. 리넨에 유채와 아크릴. 194 x 259cm
  • 서재-에베레스트산. 2014. 리넨에 유채와 아크릴. 194 x 259cm

    서재-에베레스트산. 2014. 리넨에 유채와 아크릴. 194 x 259cm

Profile

작가 홍경택

홍경택 작가는 경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Green Green Grass>(페이지 갤러리, 서울, 한국, 2015) 전시를 비롯하여 약 여덟 차례의 주요 개인전과 <Wall Screen Project: 움직이는 휭케스트라>(삼성미술관리움, 서울, 한국, 2013),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특별전:한국현대미술_거대서사2>(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 2013) 등 약 아홉번의 주요 단체전에 참여 했습니다. 홍경택 작가는 국내외 주요 개인전과 단체전 외에도 <이인성 미술상>(대구미술관, 대구, 한국, 2014), <제2회 올해의 미술인상-청년작가상>(한국미술인협회, 서울, 한국, 2008) 등의 수상 경력으로 예술문화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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