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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30: 작가 이광호

사물과 가구의 끊임없는 모호함을 이야기하는 작가, 이광호

The Moment of Eclipse. 2014. 칠보 유약, 구리. 35 x 71 x 3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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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고유한 물성과 새로운 용도를 위한 여정

이광호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재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시킴으로써, 가구의 실용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뛰어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흔하게 알려지고 사용되는 스티로폼, 전선, PVC 호스 등을 원래의 용도와 다르게 변형시켜서 각 재료들의 물성이 가지는 효과를 극대화 시킵니다. 바로 이 점이 이광호 작가가 전통적 공예가나 디자이너와는 다른 형태의 창작자가 되게 합니다. 그는 자신이 택한 재료를 특정한 목적으로 제한하지 않으며, 관객이 접하게 되는 그의 작품은 기존의 용도를 벗어나서 새로운 가능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그의 작품은 각각의 재료들이 원래 지니고 있는 질감이나 특성 등 고유한 물성을 유지하면서도, 이들이 새롭게 조합되어 나타나는 결과물로서의 형태에 용도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실 파인아트나 공예 작품을 접할 때 그 자체의 성격을 먼저 규정하고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나 이광호 작가는 사용자와 용도를 특정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 각 작품마다 선호하는 공간을 통해 항상 변형 가능하도록 남겨둡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비로소 디자이너로서 개입하게 됩니다. “재료의 고유성과 오브제의 적절한 균형은 사물과 가구의 모호한 관계성의 화해를 이뤄내며, 가구라는 영역에 예술성을 부여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실용성에서도 적합할 뿐만 아니라 그대로 놔둔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예술의 영역에도 속합니다. 결국 그의 작품의 용도는 선택자에게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으로 맡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와의 대담

작가 이광호

Q. 작업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A. 일상에서 누구나 사용하는 재료들을 원래의 방식과는 다르게 다루면서 가구나 조명 등을 만듭니다. 이 모든 재료들은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Q. 그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으시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A. 아마도 <새로운 갑옷> 연작일 것입니다. 우연찮게 “젊은 공예인상”을 받게 되어 기획서를 제출한 적이 있는데, 세종대왕실록과 동국여지승람에도 기록되어 있는 “갑의지”란 갑옷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입니다. 갑의지는 ‘덧대어놓은 한지 위에 여러 번의 옻칠을 해서 활도 뚫을 수 없었다.’고 고증된 갑옷인데, 땅 속에서 발굴될 당시에도 오랜 시간을 견디며 그 형태를 거의 온전하게 보존할 정도로 뛰어난 물성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갑옷이 입혀지는 신체의 곡선을 따라 기본 형태를 만들고, 각각의 비례에 따른 크기의 형태들로 변형시켰으며, 표면 처리는 갑옷의 강함과 거칠음을 표현하기 위해 굴곡이 드러나서 금빛의 광택이 드러나 옻칠과 대비되도록 마무리했습니다.

재료와 재료가 만났을 때 새롭게 나타나는 특성들의 효과로부터 형성되는 형태를 중요시합니다. 작품의 용도는 그렇게 형태가 얻어진 다음에 부여합니다. - 이광호 -

작가 이광호의 작품

Q. 옻과 칠보라는 전통적 소재를 금속 조형에 도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학창 시절에 전통 소재에 대한 과목이 없어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끼리 여러 재료들을 실험적으로 사용했었습니다. 학과의 명칭도 금속공예에서 디자인이 첨가되면서 다양한 고민을 하게 됐는데, 전통 자체의 관심보다는 재료들을 여러 방식으로 사용해보고 싶어서 이 시절에 청동이나 황동과의 결합을 테스트해봤고 장인들이나 젊은 작가들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기도 했습니다.

Q. 금속조형디자인을 전공하고 금속으로 된 가구를 디자인 하면서도 꾸준히 파인아트 작가들과 전시할 기회를 가져왔습니다. 이광호 작가는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세요?

A. 초반에 많이 고민했던 문제였습니다. 지금은 예술가나 디자이너란 개념보다는, 무엇인가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메이커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작업을 할 때 실용성이나 디자인 등에 대한 생각을 특별히 규정하지 않고 어느 단계에 이르면 스스로 완결된 상태라고 느끼고 판단하게 되는 만족감을 얻어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도 프랑스 파리에서도 그룹전을 했는데, 파인아트는 작품 자체의 결과물보다는 그것을 통한 여러 이야기로부터 다시 사람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가 이광호의 작품

Q. 그렇다면 작품들에서 관객들이 봐주길 바라는 작업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A. 글이나 말을 통해 접하기보다는, 색과 형태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호감을 먼저 느끼길 원합니다. 그리고 나면 관객들 각자가 이후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제 작품을 보는 것 자체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봅니다.

Q. 그 형태에서 조형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재료와 재료가 만났을 때 새롭게 나타나는 특성들의 효과로부터 형성되는 형태를 중요시합니다. 작품의 용도는 그렇게 형태가 얻어진 다음에 부여합니다. 재료를 처음 다룰 때에는 정해진 규격의 기획에서 출발하지만, 작업 과정에서는 그 결과물이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업 초기에는 쉽게 다룰 수 있는 재료에 관심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무거운 재료를 가공해서 만드는 훈련의 과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작가 이광호의 작품

Q.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오나요?

A. 다양한 곳에서 받긴 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영감은 제가 작업할 때 반복의 “과정”으로부터 받는 것 같습니다

Q. 이광호 작가의 예술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것은?

A. “지금”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지금이란 과정 속의 현재를 말합니다. 제 작업 자체는 어떤 특정 단어로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작업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리 말하면 작업에 대한 고민의 상태일 수도 있을 테고, 따라서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이 대답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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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작가 이광호

이광호 작가는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를 졸업했습니다. 작년 <Indefinite Objects>(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한국, 2014) 전시를 비롯하여 약 일곱 차례의 개인전과 <Furniture 2013>(존슨 트레이딩 갤러리, 뉴욕, 미국, 2013), <DNA>(대구미술관, 대구, 한국, 2013) 등 약 아홉번의 단체전에 참여 했습니다. 이광호 작가는 국내외 주요 개인전과 단체전 외에도 <2014 예올이 뽑은 올해의 젋은 공예인상> 등의 수상 경력으로 예술문화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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