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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30: 작가 강강훈

강강훈, 페르소나 뒤에 숨겨진 주체를 이끌어내는 작가

밀크 머스태쉬. 2014. 캔버스에 유채. 73 x 7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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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훈, 리얼한 리얼리즘을 향한 여정

강강훈 작가는 자신이 관계 맺는 사람들과의 리얼한 대면(對面) 속에서 발견되는 ‘리얼한’리얼리즘을 표현하기 위해 사람들의 얼굴을 극사실주의적 기법으로 그려냅니다. 그의 하이퍼리얼리즘적 회화는 인물을 단지 사실적으로만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페르소나’의 리얼한 모습 뒤에 숨겨진 어떤 주체들을 이끌어내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진은 현실의 지극히 일부분만을 재현하며 파편화된 인식만을 가져다줄 뿐이기 때문에 “사실적인 왜곡”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극사실주의적 표현 과정에서 감정과 주관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의 리얼리즘은 주관적 리얼리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강강훈 작가에게 있어서 하이퍼리얼리즘적인 테크닉은 효율적 수단으로서의 기술에 지나지 않습니다. 연출된 사진의 이미지를 오랜 시간 동안의 육체적 수고를 통해 그려내는 그의 회화 작업은, 현대의 첨단 매체들 속에서 초고속으로 생산되는 제품들과 이미지들, 그리고 변화들 속에서 단순히 복제된 리얼리티의 문제를 벗어나 시간 속에서 축적된, ‘진짜’로 ‘리얼’한 ‘존재의 리얼리즘’을 추구합니다. 자신의 실존이 처한 현실 그 자체와 이에 대한 직시를 통해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 활동이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시대적인 것도 담아내야 하는 것이기에, 그만의 내면적 세계를 표현하는 것보다는 그가 맺고 있는 외부세계와의 관계가 더 중요해져 갑니다. 또한 그렇기에 각자 다른 외모를 가졌지만 서로가 비슷한 정서를 담고 있는 작가 자신의 초상이자 동시대인 우리들의 초상이 바로 “모던 보이”의 모습입니다.

작가와의 대담

작가 강강훈

Q. 대표작 <Modern Boy> 시리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제 작업들 중 첫 번째 시리즈입니다. 현대인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를 ‘극사실주의’적 기법과 ‘공상적 연출’의 비현실적 요소의 충돌에서 발생되는 일종의 아이러니를 통해 우리 자신의 리얼한 아이러니에 대해 되묻는 회화를 구축하고자 했던 예술적 욕구에서 나오게 된 작품들입니다. 사진과 회화 사이에서 항상 맞닥뜨리게 되는 회화의 본질적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고 싶었고, 최근의 <Modern Collage> 시리즈는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또 하나의 과정입니다. 즉 제가 해온 작업들은 우리가 흔히 리얼리즘이라고 규정하고 인식하는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일까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제 스스로의 해답을 내리기보다는 관객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질문이라고 보시면 적절할 것입니다.

‘살아있는 표정을 손의 힘으로 표현하는 것’.
바로 이것이 제가 보여줄 수 있는 회화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강강훈-

작가 강강훈

Q. 생각하시는, 혹은 추구하시는 리얼리즘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A. 리얼리즘의 문제는 곧 삶의 포괄적인 문제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기법적인 하이퍼리얼리즘이 아니라, 현실의 ‘진짜’ 리얼리즘입니다. 예전에 작가노트에도 썼듯이 나에게 있어서 리얼리즘이란 지금을 말해주는 시간적 개념이며, 현재 내가 있는 곳을 말해주는 공간에 대한 현실감각입니다. 저는 어린 생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어른은 아이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삶의 여정을 거쳐 지니게 된 인물의 감정을 따라 내면으로 들어가서 그 인물의 역사성을 그려내고자 하는 것이 저의 회화 작업입니다.

작가 강강훈

Q. 얼굴만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극사실적 초상화가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제 그림은 놀라울 정도로 진짜 같지만, 사실은 모델 그대로가 아닙니다. 반대로, 등장하는 모델들은 모두 다르지만 서로 어딘가 닮아있습니다. 제가 리얼리티를 추구하면서 현실에서 가장 다루고 싶었던 것은 인간에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동물이 일정한 표정을 갖고 있지만, 인간의 표정이 가장 다양할 뿐만 아니라 인간만이 표정의 연출을 통해 내면의 세계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물을 소재로 채택한 것입니다.

작가 강강훈

Q. 모델들은 각기 다른 소품들을 착용하고 있는데, 이들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공통된 소재로 사용되는 넥타이와 민소매 티셔츠는 각각 현실에 맞춰진 현대인의 자아와 유년기의 순수성을 지닌 자아와의 상반된 이미지를 위한 상징들입니다. 반면에 안경, 파이프, 모자 등의 소재들은 개개인의 사연이나 어떤 함축성을 지닌 것들로서, 연출된 표정과 함께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표정들은 시간이 흐르다보니 모델들의 자아 속에 있던 것들로부터 뽑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모델들의 연기력 덕분에 즐겁게 작업해오고 있습니다.

작가 강강훈

Q. 새로운 생각의 출발점은 무엇인가요?

A. 딸의 출생과 성장입니다. 이보다 더 절실한 리얼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현실에서의 리얼리즘이 무엇일까 생각하지만, 딸이 태어난 뒤로 제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고 생각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후로 더욱 진중하게 리얼리즘의 본질에 관하여 고찰하기 시작했습니다.

Q. 강강훈 작가의 예술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것은?

A. ‘살아있는 표정을 손의 힘으로 표현하는 것’. 바로 이것이 제가 보여줄 수 있는 회화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 미디어의 재현을 뛰어넘는 화가가 될 수 있도록 누군가는 회화적인 힘을 더욱 다져서 이뤄보고자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모던 콜라주-밀크 머스태쉬. 2014. 캔버스에 유채. 73 x 73cm

    모던 콜라주-밀크 머스태쉬. 2014. 캔버스에 유채. 73 x 73cm
  • 모던 콜라주-밀크 머스태쉬. 2014. 캔버스에 유채. 73 x 73cm

    모던 콜라주-밀크 머스태쉬. 2014. 캔버스에 유채. 73 x 73cm
  • 밀크 머스태쉬. 2014. 캔버스에 유채. 73 x 73cm

    밀크 머스태쉬. 2014. 캔버스에 유채. 73 x 73cm
  • 스모크 플레이어. 2014. 캔버스에 유채. 227 x 145cm

    스모크 플레이어. 2014. 캔버스에 유채. 227 x 145cm
  • 구멍투성이의 꿈. 2014. 캔버스에 유채. 194 x 130cm

    구멍투성이의 꿈. 2014. 캔버스에 유채. 194 x 130cm

Profile

작가 강강훈

강강훈 작가는 경희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이후 전업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극사실주의적인 인물 초상 작업을 통해 사진과 회화 사이의 문제에서 리얼리즘의 본질과 범위에 대해 되묻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강강훈 개인전, Modern Boy>(박여숙화랑, 서울, 한국, 2009), <Modern Day Identity>(박여숙화랑, 서울, 한국 2012), <강강훈 개인전, Modern Day Identity>(ART HK 12, Hong Kong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er, 홍콩, 2012), <강강훈 개인전, Our Modern Times>(ART HK 13, Hong Kong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er, 홍콩, 2013) 등 4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ArtForum Berlin>(Messe Berlin, 베를린, 독일, 2008), <또 하나의 일상, 극사실회화의 어제와 오늘展>(성남아트센터미술관, 성남, 2009), <Korean Art Show>(82 mercer St., SoHo, New York City, 뉴욕, 미국, 2011), <서울미술대전: 눈을 속이다展>(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1), <Tomorrow 2014>(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미술관, 서울, 2014)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습니다.

brilliant 30 Next: 작가 주세균

Tracing Drawing 309. 2013. 도자기에 연필 드로잉. 42 x 42 x 4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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