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SIMG

brilliant 30: 작가 이가진

물방울 모양의 청자를 빚는 작가, 이가진

<Waterdrop> 세라믹. 16.6(h)x34x34cm(좌), 23.5(h)x35x35cm(우). 2012
작가 이가진 영상
팝업 닫기
작가 이가진 영상

이가진, 현대 청자의 연금술사

이가진 작가는 한국의 전통 청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노력한 만큼의 정직함에 끌려서 공예를 선택했다는 그녀가 전통과 현대의 문제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재료의 발전과 적용입니다. 이가진 작가는 순수예술에서 언어적이고 개념적인 유희성에 기반을 둔 이론에 갇히지 않고, 자신이 다루는 흙과 유약이라는 재료와 최종 산물이 처하게 될 주변의 모든 환경까지 고려하여 작품을 제작합니다. 즉 고전적인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도자기를 제작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전통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의 우리 상황에 맞도록 그 재료를 새롭게 개발하고 그것을 다루는 기법을 꾸준히 탐색함으로써, 우리의 현대적 삶에서 공유될 수 있는 감각들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청자를 현대적 도자기로 구현하기 위해 이가진 작가가 택한 방식은 유약의 처리에서 특징적으로 드러납니다. 청자의 발색을 산화철로만 나타나도록 고집하면서, 표면의 지층이 유약의 두께로 형성되며 자연스러운 색감을 유도합니다. 작가의 철저한 연구와 노력을 모두 쏟아 부은 이후의 과정은, 유약이라는 재료의 자연적 물성이 형성시키는 감수성이 작품의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작품으로 표현하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가진 작가는 자신과 다른 것들을 배제하지 않고, 거기에서 발휘될 수 있는 모든 것을 계속 찾고자 시도합니다. 도자의 연금술이라 부를만한 이가진 작가의 작업은 높은 퀄리티의 완결성을 가지면서도 작가 스스로는 새로운 도자 기술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는 발전의 단계로 간주하기에 주목됩니다.

작가와의 대담

Waterdrop. 2010. 세라믹. 24(h) x 39 x 39cm

Q. 최근까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Waterdrop’ 시리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물방울 모양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유약이라는 재료를 탐구하면서 얻은 효과의 결과물에서 제목을 붙였습니다. 내가 추구하는 유약의 효과가 최적화되어 나타난 형태가 바로 물방울 모양이었습니다. 따라서 제목은 특정 의미나 개념을 표방하는 것이 아니고, 사후적 결과물로서의 작업인 셈입니다. 그리고 우리말로 “물방울”이라고 하면 그 단어가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의미에 너무 갇히게 될 것 같아서 영어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전통과 현대, 혹은 전통의 현대화라는 화두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목공이나 염색과 같은 타 분야에서의 사례들에서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을 열어놓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제 작품 활동이라고 봅니다. - 이가진 -

작가 이가진 스틸 이미지

Q. 유약이라는 재료 자체에 집중하게 된 작가님의 새로운 생각의 출발점은 무엇인가요?

A. “도자기의 역사책을 쓴다면 현재를 서술하는 마지막 페이지는 과연 무엇이 되어야 할까” 라고 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 역시 스스로 찾으려고 했습니다. 제 대답은 현재까지 발전된 기술과 그에 따른 결과물들을 우리 시대에 맞게 내놓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만 미래에 대한 방향성의 예측 역시 가능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에 와서 전통이 된 것들은 당대에는 가장 혁신적이고 대중적인 것들이었습니다. 그들 중에 뛰어난 것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들이며, 매 시대 하이테크놀러지의 결과물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즉 미감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 기술이 발전하는 것입니다.

Q.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오나요?

A. 전통과 현대, 혹은 전통의 현대화라는 화두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목공이나 염색과 같은 타 분야에서의 사례들에서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을 열어놓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제 작품 활동이라고 봅니다. 이 과정이 작품의 형성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 이가진 스틸 이미지

Q. 당신의 예술을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현대 청자의 재 정의”와 작업의 “건강성”, 그리고 “한 끗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에서 청자에 대한 장르 개념을 다시 정의 내릴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이유는, 과거의 빛깔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만이 과연 “전통의 회복”이자 “전통의 현대화”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해답은 재료를 개발시켜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상황에 맞는 작품을 하는 것입니다. 대신 청자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 산화철로만 청자의 발색을 고집하는 것이 바로 “건강성”이라는 일종의 신념이 있습니다. 요즘은 재료들마저 평준화된 맛의 인스턴트 식품처럼 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청자의 전통에서 지속 가능한 개념과 방식은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작품에서 구현할 때 그 의미와 내용에 대해서는 시대성과 지역성을 이론적으로 연구할 필요도 있지만, 결국 작품의 결과물은 공감각적 미감의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제 작업에서 중요한 점입니다.

Q. 그 외에도 청자의 현대적 해석이나 적용의 포인트가 더 있나요?

A. 항아리의 다양한 모양으로 변형되는 작품들 속에 공통적인 부분이 작은 주둥이 부분입니다. 어떤 것들은 몸통 부분이 비대해서 많은 걸 담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둥이는 매우 좁게 올라가서 마감됩니다. 이 주둥이가 물레작업과, 기능적 전통이라는 맥락에 대한 힌트를 남기는 상징적 이유와 함께, 백자토와 그 위에서부터 흘러내린 유약의 색채 대비를 통한 미학적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물레 작업에서 드러나는 안과 밖의 이분법적 구분 없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도 가능해집니다. 이런 요소들 역시 유약의 흘러내림을 강조하는 저만의 방식입니다.

  • Waterdrop. 2009. 세라믹. 37(h) x 21 x 21cm

    Waterdrop. 2009. 세라믹. 37(h) x 21 x 21cm
  • Waterdrop. 2012. 세라믹. 25(h) x 33 x 33cm

    Waterdrop. 2012. 세라믹. 25(h) x 33 x 33cm
  • Waterdrop. 2012. 세라믹. 36.5(h) x 28 x 28cm

    Waterdrop. 2012. 세라믹. 36.5(h) x 28 x 28cm
  • Waterdrop. 2014. 세라믹. 17(h) x 35 x 35cm

    Waterdrop. 2014. 세라믹. 17(h) x 35 x 35cm
  • Waterdrop. 2010. 세라믹. 24(h) x 39 x 39cm

    Waterdrop. 2010. 세라믹. 24(h) x 39 x 39cm

Profile

작가 이가진

서울대와 동대학원에서 도자를 전공하고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가진 작가는 청자의 유약을 현대적으로 개발시키며 독특한 작품세계를 형성해오고 있습니다. 제5회 이천 세계 도자 비엔날레 국제공모전과 이태리 Concorso Internazionale Premio Faenza에서 입선함으로써 경기도 세계도자박물관과 파엔차 국제 도자 박물관에 작품이 소장되었습니다. 2011년도와 2013년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청주 연초제초장, 청주, 대한민국)에 참여했으며, <Collect2014>전(사치 갤러리, 런던, 영국), <퇴적>전(갤러리 LVS, 서울, 대한민국),<The Culture of Drinking>전(Handwerk 갤러리, 뮌헨, 독일) 등 2006년부터 70여 회의 초대전에 참여해왔습니다.

brilliant 30 Next: 작가 오용석

<Memory of the Future> Ed5. 2009. 싱글 채널 비디오. 2분 10초

View more in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