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30: 작가 손종준

Q. 작품에서 대상은 중요한 의미로 작용하고 있는 듯합니다. 작품의 대상을 선정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으신가요?

주로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예를 들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소녀, 그리고 학교에서 심한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 제일교포 3세 여고생,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있는 오타쿠 등이 저의 작업의 주요 대상입니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작품을 꾸준히 해오던 어느 순간,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약자는 무엇일까? 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작품으로 제안한 나는 이들과 다른 사회적 강자인가?라고 자문하게 되었고 나에게도 내재되어 있는 콤플렉스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제 작품의 대상은 특정대상에서 일반인으로 확대됐습니다. 누구나 권력과 재력에 상관없이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으며 언제든지 사회의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Q. ‘작가 손종준’의 작품은 사회적 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를 반영하는 작품을 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동기가 있나요?

우선, 저의 작품은 직접적인 사회비판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의 단면을 작품으로 제안하고 그 작품을 통해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데 더 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냉정하고 치열한 사회라는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인들은 자신을 보호할 어떤 도구가 절실할 것이라는 생각이 작품을 제작하게 된 동기의 한 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유학 시절의 경험이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의 또 다른 한 축입니다. 지금은 일본 내에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제가 거주하는 동안에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엄연히 존재했었고 저 역시 차별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사회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