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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30: 작가 박지혜

관계의 심리를 콜라주 영상으로 풀어내는 작가

<Series of Enchanted-02> 빅토리안 스크랩 콜라쥬_58x76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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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날개짓으로 체계간에 충돌을 일으키다

<Labyrinthos 2013-설치전경> 2 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_7분 39초_2013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사소한 변화가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 즉 나비효과를 시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작가 박지혜의 작업은 매우 역설적인 상황을 연출합니다. 그녀의 작업은 사적 경험에서 시작됩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는 것은 지극히 독백에 가까울 수 밖에 없지만, 박지혜는 그녀의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 고정된 결정태로 전달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온통 빈칸투성이입니다. 관객들은 작품을 접하는 순간 저마다의 경험으로 빈칸들을 채우기 시작합니다. 출발은 실제 사건이나 경험과 같은 결정태였으나 그 해석은 매우 유동적이고 다원적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박지혜가 추구한 것은 작품인 동시에 구성이자 시스템입니다. 그녀가 구축한 시스템은 우리가 속한 시대의 문화적 체계와 충돌을 일으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가족들간의 관계와 같은 지극히 사소한 개념의 해체가 보편적 사회통념의 붕괴를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빈칸은 관객의 새로운 개념과 결합하여 블럭이 되고, 그것이 넘어지며 발생하는 도미노 현상은 나머지 블럭들과 그들의 문화적 체계를 붕괴합니다.
박지혜의 예술은 아주 작습니다. 그녀는 우리가 일상속에서 망각하고 있던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을 조명합니다. 하지만 그것의 조용한 움직임은 나비효과처럼 엄청난 토네이도를 가져옵니다. 사소한 개념의 재구성은 인간의 사회적 역할과 그것을 규정하는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과연 가족은 무엇이고 그들간의 관계는 무엇인가?” 박지혜의 예술은 아주 사소하지만 그 작은 것이 담고 있는 존재론적 성찰은 인간 통념에 대한 반성과 해체를 시도합니다.

작가와의 대담

작가 박지혜

Q. 영상작가로 알고 있었는데 최근 콜라주로 매체활용범위를 확장하였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주로 영상작업을 해왔는데 2010년부터 콜라주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영상작업을 하게 되면 조명, 촬영, 배우 등 대체적으로 여러 스태프들과 협업으로 진행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혼자서 작업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영상만으로는 제가 가진 창작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집에서 혼자 종이를 가위로 자르고 붙이는 콜라주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관계에 대해 좀 더 심층적인 접근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단순한 피상적 관계의 묘사가 아닌 관계의 구조와 거기서 발생하는 갈등들에 대한 본질을 찾고 싶었습니다. - 박지혜 -

Q. 이번 전시 작품 <Labyrinthos> 또는 <미궁>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겠어요?

<Labyrinthos>는 일단 영어 labyrinth의 그리스 원어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궁에서 가져온 제목입니다. 작품에 제목을 붙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제목을 정하지 못해서 작품에 등장하는 ‘피리부는 남자’를 제목처럼 불렀던 적도 있었습니다.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결국 <Labyrinthos>, <미궁>으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예전같은 경우는 대체적으로 작품들에 저의 사적인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습니다. 주로 동화에 등장하는 행복한 캐릭터들로 저와 가족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관계에 대해 좀 더 심층적인 접근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단순한 피상적 관계의 묘사가 아닌 관계의 구조와 거기서 발생하는 갈등들에 대한 본질을 찾고 싶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가족이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충돌들은 단순히 가족구성원들간의 마찰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사회제도나 문화에 그 원인이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가족 구성원의 행동과 역할을 규정짓고 구속합니다. 거기서 갈등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동화나 신화의 상징들을 이용하여 풀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작품은 두개의 채널로 오른쪽 채널에 피리 부는 사나이가, 왼쪽 채널에는 세 자매들이 등장합니다. 인도의 작은 마을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 중에 제 뇌리에 강하게 박혔던 내용이 있습니다. 세자매의 살해사건이었는데 그 범인들이 다름아닌 자매들의 이웃이자 먼 친척이었던 것입니다. 다시 한번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사건의 피해자인 세자매들을 상징적으로 등장시켰지만 완결된 내러티브의 구성을 취하기 보다 관객 각자가 주관적인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았습니다.

작가 박지혜 스틸 이미지

Q. 어떤 계기로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렇게 말씀 드리면 재미없지만 특별히 예술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했고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로부터 재능이 있다고 칭찬을 듣다보니 다른 것을 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저는 당연히 작업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Q. 작품이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혹시 사회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요?

한 때 저도 작품을 통해 사회의 약자를 대변하거나 정치적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 고민도 해봤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뭔가 거대한 주제를 작품에 담는 것이 제 성향과는 맞지가 않았습니다. 물론 제 작품이 어떤 특정 방향으로만 해석되지 않고 관람자의 관점에 따라 제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하긴 하지만, 적어도 저는 그런 의도로 작품을 접근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의 사적인 이야기이자 경험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Breaking The Waves>

    2 Channel video, 사운드 트랙_4분 36초_2014

    Breaking The Waves_2 Channel video, 사운드 트랙_4분 36초_2014
  • <Trust To Me>

    빅토리안 스크랩 콜라쥬_49x55.5cm_2014

    Trust To Me_빅토리안 스크랩 콜라쥬_49x55.5cm_2014
  • <Labyrinthos 2013-피리 부는 남자>

    2 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_7분 39초_2013

    <Labyrinthos 2013-피리 부는 남자>2 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_7분 39초_2013
  • <Labyrinthos 2013-소녀 3명>

    2 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_7분 39초_2013

    <Labyrinthos 2013-소녀 3명>2 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_7분 39초_2013
  • <Lost in the Fathomless Waters>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_3분 29초_2010

    Lost in the Fathomless Waters_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_3분 29초_2010
  • <Series of Enchanted-02>

    빅토리안 스크랩 콜라쥬_58x76cm_2012

    Series of Enchanted-02_빅토리안 스크랩 콜라쥬_58x76cm_2012
  • <Series of Enchanted-03>

    <Series of Enchanted-03>

    Series of Enchanted-03_빅토리안 스크랩 콜라쥬_68x77cm_2013
  • <Labyrinthos 2013-설치전경>

    2 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_7분 39초_2013

    <Labyrinthos 2013-설치전경>2 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_7분 39초_2013
  • <The Impure Vacuum>

    4 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_27분 24초_2012

    The Impure Vacuum_4 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_27분 24초_2012

Profile

작가 박지혜

박지혜는 영국 골드스미스대학교 순수미술실기 및 미술비평 학사와 동대학 순수미술실기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10년간의 영국 유학을 마치고 2011년에 국내로 귀국하였고, 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있었습니다. 박지혜 작가는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으며, 로마현대미술관, Cologne OFF 2013, 선컨템포러리 등에서 다수의 그룹전과 송은아트큐브, Tenderpixel Gallery에서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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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_캔버스에 아크릴_180x720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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