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30: 작가 엘레오노어 상떼뇽
엘레오노어 상떼뇽,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통한 ‘믿음’에의 탐구


Q. 최근 진행하시고 있는 작업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저는 동물에 관한 실제의 이야기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13~18세기 그리고 현시대를 포괄하는 기간 동안의 동물과 연계된 재판에 대한 역사적, 사회학적 리서치를 했습니다. 중세시대의 동물들은 직접 재판을 받고 집행 받는 인격적 존재였습니다. 18세기까지 그들은 직접 피고가 되어 소환 명령을 받고 변호인의 대변을 받았으며, 판결 내용에 따라 사형을 선고받기도 하고, 공공장소에서 교수형에 처해지기도 했지요. 그러나 현시대에 이르러 그들은 인격적 존재가 아니라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로 전락했으며, 인간이 대신하여 그들의 법적 문제 등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중세시대와 현시대의 동물들의 재판에서의 위치 변화를 통해 인간 스스로가 자신을 바라보는 기본 개념, 넓은 의미에서는 자연과의 관계에서 인간의 위치가 변화했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지요. 동물 재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Q. 사람이 주요 주제인 지난 작업들과는 달리, 현재 작업에는 동물들을 다루는데, 이러한 주제 변화의 이유는 무엇이며, 작가님의 작업들을 아우르는 근본적 주제는 무엇입니까?
A. 물론 작품에 드러나는 등장인물은 인간에서 동물로 바뀐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동물이 작품의 주된 주제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인간이 동물과 관계하는지를 관찰하며, 이전부터 그래 왔듯, 저는 작품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물들을 통해 정말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그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 동물들을 자연에 돌려보내거나 물건, 혹은 도구처럼 이용하는 인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 작품 <동물들의 소송(le procès des animaux)>에서 안락사 선고를 받은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불러오는데, (설령 위험한 종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그 강아지의 한 개별적 존재로서의 본성이 선하다는 것을 변호사가 증명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의 직접적인 주제는 아니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저는 본질적으로 어떤 근원적이고 종교적인 ‘믿음’과 죽음 이후의 영적인 상태에 대해 지속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사후에 영혼은 남아있는 것인지, 떠나는 것인지, 사물과 동물에는 영혼이 있는지, 스스로의 의지는 있는지, 제 자신에게 이런 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해보려 했고, 그러한 저의 관심사가 작품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동물이 작업 내용의 주된 주제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인간이 동물과 관계하는지를 관찰하며, 이전부터 그래왔듯,
저는 작품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 엘레오노어 상떼뇽 -

Q. 영화관과 같은 특별한 전시 공간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공간 선택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A. 제 작업들을 위한 전시 공간은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갤러리나 박물관과 같은 공간에 전시되기도 하고, 영화관에서 상영되기도 합니다. 저의 작품 <와일드 비스트>는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서 조형미술 작가가 만든 영화를 상영하는 행사인 Hors Piste에서 상영 강연으로 선보여졌으며, 프랑스 몽트레유 수브와에 위치한 전통적인 옛날식 영화관인 멜리에에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뉴욕 MoMA(Museum of Modern Art)의 다큐멘터리-포-나잇(Museum of Modern Art-Documentary Fortnight)에서도 선보여졌습니다. 단순히 최종 영상만이 작품의 모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촬영을 하는 것, 배우가 아닌 일반인을 스크린에 등장시키는 것, 혹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제작되는 사물들, 이 모두가 저의 작업의 일부입니다. 또 일반적인 전시장에서는, 작품에 사용되었던 여러 요소들을 전시하곤 합니다. <와일드 비스트> 작품의 일부로 가짜 하마를 만들어 안시(Annecy)지역에 있는 호수에서 띄웠을 때 사용한 하마 발자국 도구, 하마의 머리 등이 영화가 상영될 때 같이 전시되었습니다. 이것 역시 저의 예술 활동의 일환이고, 저의 작업은 어떠한 주제를 가진 이야기를 TV 혹은 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것에 관한 것이므로 그 목적에 적합한 공간을 선택합니다.

Q. 작품에 대한 영감의 원천은 어디에서 오나요?
A. 작품에 대한 영감은 주로 제가 읽는 책, 문학작품, 그리고 영화에서 비롯됩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갑자기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자극을 받기도 하고요.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의 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도 있었는데, 로봇이 자크 라캉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었지요. 또, 저는 제 주변의 사물들과 사람들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합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어, 왠지 모르게 그 사람의 어떤 부분에 매료되어 작업을 함께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하고, 뮤지션을 만나 그의 음악에 감동을 받으면 그에게 다음 제 작업의 음악을 부탁하기도 합니다. 상대의 무언가를 캐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내면의 깊숙한 곳까지 닿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영감을 창작으로 이어가는 원천이 되죠.

Q. 작가님의 삶과 예술을 채워주고 빛나게 해주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A. 영화를 볼 때–앉아서 화면을 보는 것 외에는 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순간에–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화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클래식한 영화, 대중성이 강한 영화, 미국 영화, 중국 영화 등 모든 장르를 망라하고 영화 보는 것을 즐깁니다. 프랑스 영화 중 혹평을 받았던 영화들도 보러 다니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참 좋다고 느꼈던 영화도 꽤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루치니 주연의 <사랑의 법정(I’hermine)>이라고 하는 재판을 주제로 한 영화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물론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도자기를 만드는 일도 즐깁니다. 영상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촬영에 필요한 소품이나 장식물을 제작하는 것 이외에 손으로 직접 재료들을 만질 기회가 거의 없는데, 도자기를 만드는 동안은 영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을 멈추고, 제 직감에 따라 무언가를 만들어 볼 수 있지요. 이 상반된 두 가지를 조화롭게 이어보려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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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필름. 2010
HD 컬러 비디오, 스테레오. 21분. (Film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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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필름. 2010
HD 컬러 비디오, 스테레오. 21분. (Film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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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여우, 여우. 2014
파리 퐁피두 센터 상영 강연. 80분. (Éléonore Saintagnan & Grégoire Motte 공동작업.)(이미지 저작권: Hervé Veron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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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비스트. 2015
HD 컬러 스테레오 비디오. 36분. (Éléonore Saintagnan & Grégoire Motte 공동작업.)(Film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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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사람들. 2012
HD 컬러 스테레오 비디오. 33분. (Film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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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클. 2009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반복재생. 11분. (4장의 film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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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 2013
금속, 나무, 페이퍼 마쉐, 빈 플라스틱병, 튜브. (Éléonore Saintagnan & Grégoire Motte 공동작업.)(브뤼셀 La Centrale Electrique에서의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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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 발자국 제작도구. 2013
대나무 막대기, 석고. (Éléonore Saintagnan & Grégoire Motte 공동작업.)(브뤼셀 La Centrale Electrique에서의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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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용 카펫 (Noritapis). 2015
한국, 일본의 전통 천으로 만든 게임 카펫, 도자기. 2m x 3m. (서울 MMCA 창동레지던시에서의 전시전경. 2015.)
Profile

1979년 프랑스 파리 출생으로 시각예술, 영화 및 다큐멘터리를 공부한 엘레오노어 상떼뇽은 2002년 파리 제1 대학에서 시각 예술 석사 학위를 받고, 그르노블 제3 대학(2003), 르 프레누아 국립 현대예술 스튜디오(2006-2008), 시앙스포 파리정치대학(SPEAP)(2011)에서 수학했습니다. 현재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작업에 등장하는 동물 혹은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더 나아가 종교적, 영적 기원적인 측면에 대해 지속적인 탐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서울의 국립현대 미술관, 파리의 팔레 드 도쿄 및 퐁피두 센터, 모로코의 시네마테크 드 탕헤르를 포함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의 여러 갤러리 및 미술관에서 선보여졌습니다.
■ 주요 개인전
<신과 스테레오(Dieu et la stereo)> (Mains d’Oeuvres, 생투앵, 프랑스, 2014)
<불운한 사람들(Les Malchanceux)> (일레인 레비 갤러리, 브뤼셀, 벨기에, 2012)
<ABC 필름(Un film abécédaire)> (팔레 드 도쿄 모듈 1, 파리, 프랑스, 2011)
<엘레오노어 상떼뇽(Eléonore Saintagnan)> (갤러리 네온, 리옹, 프랑스, 2010)
■ 주요 단체전
<암호와 프레임(The Cipher and the Frame)> (큐빗 갤러리, 런던, 영국, 2015)
<오프로드(Hors Pistes)> (조르주 퐁피두 센터, 파리, 프랑스, 2014)
<프랑스 유령의 집(The French Haunted House)>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한국, 2013)
<Unscene II> (Wiels, 브뤼셀, 벨기에, 2012)
<민속학?(FOLKLORE?)> (CRAC Alsace, Altkirsch, 프랑스, 2010)
<한 밤중에(Dans la Nuit)> (Des Images, Grand Palais, Paris, 프랑스, 2009)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예술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brilliant 30에 대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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