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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30: 작가 이동기

일상과 예술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한국 팝아트의 선구적인 작가, 이동기

<파워 세일> 2014.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360 x 84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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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일상을 바라보는 비평적 회화

<가족 사진> 2013.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90 x 160cm

미국에서 팝아트가 모더니즘 미술의 현학적 추상회화에 대한 일종의 해방구 내지는 탈출구로 여겨졌듯이, 이동기의 ‘아토마우스’ 역시 유사한 배경에서 탄생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92 젊은 모색>전을 통해 대중과 처음 만난 이동기의 작품은 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이 다양하게 전개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됩니다. 그러나 이동기의 작품은 흔히들 분류하듯이 단순한 팝아트 작가로 제한될 수 없으며, 오히려 현대 사회의 현상과 일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통해 뉴미디어가 지배하고 있는 이미지 과잉에 대한 일종의 비평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동기 작가는 누구나 알 수 있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상들의 캐릭터를 이용하여 작업하지만, 그 이미지들의 의미를 규정하지 않은채 관객들 스스로가 다양한 의견을 표현하도록 그 해석은 관객들에게 남겨둡니다. 즉 이동기의 작품은 작가가 창조하고 규정해내는 완결체로서가 아니라, 독일 ZKM의 수석 큐레이터 제렉스헤가 언급했듯이 “관객의 적극적 반응과 정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이동기 작가가 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에 대해 깊이 숙고하면서도 팝아트적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예술을 구상회화 뿐만 아니라 비구상회화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키며, ‘한국 팝아트의 선구자’와 같은 평가나 ‘아토마우스’의 캐릭터에 머무르기보다는 자신의 예술에 대한 물신화를 벗어나는 새로운 시도들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습니다.

작가와의 대담

<아토마우스> 2013.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130 x 150cm

Q. 90년대 초부터 ‘아토마우스’라는 캐릭터를 통해 한국 팝아트의 선구로 불리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학창 시절이던 80년대 후반의 한국미술은 모더니즘 계열의 단색화와 민중미술로 양분돼 있었습니다. 추상미술 쪽에서는 미학적 숭고의 개념이 주요 개념을 이루었고, 다른 쪽에서는 예술의 사회적 속성만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저는 제도권 내에서 강요되는 듯한 예술의 개념화를 거부하며 이들과 다른 것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개념화는 예술의 복합성과 다층성을 배제시킨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대학교를 다닐 때 이미 만화 이미지들을 시도했었는데, 아톰과 미키마우스의 결합은 우연하게 탄생된 캐릭터입니다. 어릴 적부터 만화를 아주 좋아했는데, TV를 통해 가장 많이 반복적으로 접했던 만화가 바로 아톰과 미키마우스였기 때문에 이들을 결합시켜 본 것입니다.

사람들은 외형적으로 유사하게 보이는 작품들을 보면서도 어떤 작품은 의미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작품에 대해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차이를 낳는 것이 무엇일까하는 의문으로부터 제 작품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동기 -

작가 이동기 스틸 이미지

Q. 평소 한국 팝아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내에서는 팝아트를 단순하게 가볍고 대중적인 것이라는 인식의 테두리 안에 규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그러나 워홀은 자기 주변을 모두 작품화시키며 일상과 예술의 결합을 성공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나요?

제 작품은 단순히 팝아트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닙니다. 워홀을 뛰어난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고 영향도 많이 받았지만, 제 학창 시절 국내외의 미술잡지에서 접면서 알게 된 미국의 80년대 신진작가들로부터 엄청난 영향을 받았습니다. 크루거, 홀저, 해링, 바스키아, 슈나벨, 롱고 등이 그 대표적 작가들일 것입니다. 또한 이우환의 작품들과 그가 쓴 <만남의 현상학>으로부터도 큰 영향을 받았고, 대학 시절 은사였던 박서보와 윤형근으로부터도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항상 관객이라는 대중에 대한 문제의식은 민중미술로부터도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최근의 대형 작품인 ‘소쉬르’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소쉬르> 2014.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180 x 720cm

소쉬르 이론의 핵심적 내용은 ‘기표와 기의가 임의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80년대말에서 90년대초 무렵에 <공간>이라는 잡지를 통해서 데리다의 “차연”이란 개념을 알게 됐는데, 그 근원에는 ‘소쉬르’가 있었습니다. 데리다의 '차연'은 제 작품에 결정적 영향을 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각작품의 측면에서 보자면, 시각적인 이미지와 그 이미지가 지시하는 의미 혹은 내용이 영원히 서로 만날 수 없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외형적으로 유사하게 보이는 작품들을 보면서도 어떤 작품은 의미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작품에 대해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차이를 낳는 것이 무엇일까하는 의문으로부터 제 작품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 이동기

Q. 새로운 생각,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오나요?

아주 구체적이진 않지만, 음악으로부터 상당한 영감을 받습니다. 한 때는 뮤지션이 돼서 스스로 곡을 쓰고 연주를 하고 싶은 욕구를 갖기도 했을 정도로 록음악을 좋아했습니다. 서구에서는 어느 장르의 뮤지션이든 일정 수준이 되면 모두 아티스트라고 지칭하는데, 저는 이 모두가 창조적 작업을 하는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Q. ‘작가 이동기’의 예술을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은?

저를 둘러싼 모든 것들. 특별히 한가지를 꼽기가 어렵습니다.

  • <파워 세일>

    2014.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360 x 840cm

    파워 세일. 2014.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360 x 840cm
  • <소쉬르>

    2014.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180 x 720cm

    소쉬르. 2014.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180 x 720cm
  • <욕조속의 여인>

    2014.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90 x 160cm

    욕조속의 여인. 2014.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90 x 160cm
  • <연필을 탄 고양이>

    2014.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210 x 200cm

    연필을 탄 고양이. 2014.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210 x 200cm
  • <가족 사진>

    2013.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90 x 160cm

    가족 사진. 2013.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90 x 160cm
  • <안경을 쓴 남자>

    2013.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90 x 160cm

    안경을 쓴 남자. 2013.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90 x 160cm
  • <아토마우스>

    2013.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130 x 150cm

    아토마우스. 2013.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130 x 150cm
  • <아토마우스>

    2010.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130 x 150cm

    아토마우스. 2010.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130 x 150cm

Profile

작가 이동기

이동기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한국 팝아트의 선구가 되는 ‘아토마우스’라는 캐릭터를 창조하여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이끌어왔습니다. 미디어시대에 회화의 역할을 재고하도록 하는 작품들을 통해 회화예술의 가능성을 확장,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기존의 팝아트적인 작품을 확장시켜서 순수추상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1993년부터 25회의 개인전과, 100회가 넘는 국내외의 단체전에 참여해온 이동기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천), 삼성미술관 리움(서울), 일민미술관(서울), 순얏센기념관(타이페이, 대만) 등 13곳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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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딕 나바호 0001> 2013. 디지털 프린트. 110x7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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