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SIMG

brilliant 30: 작가 곽철안

곽철안, 논리와 직관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를 형상화하는 작가

Moiré Benches and Stools. 2015. 단나무, 에폭시 수지, 오간자. 가변크기
작가 곽철안의 영상
팝업 닫기
작가 곽철안의 영상

곽철안, 직관의 병렬을 통한 (재)구축의 변증법적 디자인

곽철안 작가에게 공예란 철학적으로는 ‘개념과 물질과 만나서 구현되는 것’이지만, 공예 자체의 문제에서 보자면 이 개념은 물질을 통해 사후에 직관적으로 파악되는 것입니다. 디자인이나 공예의 출발 개념이 개인의 요구이든 시장의 요구이든 물질로 나타나는 형태를 좋아하고 자신이 잘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곽철안 작가는 스스로를 “form-giver”라고 칭합니다. 그에게 있어서 디자인이란 주문에 의해 넘겨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물질로 남는 작가 자신의 개인적 기록이란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곽철안을 디자이너이자 투철한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갖게 하는 점입니다.

곽철안 작가가 다루는 소재의 특이함에서 비롯된 예상 밖의 결과물은 오히려 그와 다른 분야의 건축가나 도예가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이는데, 장르의 구분을 넘어서서 이루어내는 조화들은 변증법적인 과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충돌보다는 새로운 조화를 이뤄내는 그의 작품들은 단일한 결과물로만 존재하지 않고 다른 것들과의 관계가 중요했던 오르가닉 디자인의 전체적 조화와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곽철안 작가는 이처럼 기존의 맥락 안에 스스로를 녹아들게 하고 동화되기보다는 그 맥락을 파괴함으로써 어떻게 새로운 구축 혹은 재구축을 형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며, 평이하고 반복적인 것에서 문득 솟아나오는 작은 변화마저도 놓치지 않고 다양한 담론을 형성시킬 수 있는 요소로 변형시킵니다. 이 같이 비물질적인 개념을 물질화시키는 “form-giving”의 과정은, 논리와 직관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를 형상화하는 예술 작업이 됩니다.

작가와의 대담

작가 곽철안

Q. 곽철안 작가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저는 가구를 만드는 디자이너입니다. 기업과 함께 디자인을 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작품 활동도 동시에 병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작품을 “가구”나 “디자인”이라고 제한을 둘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형태화”에 있다고 보며, 제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form-giver”라는 단어일 것입니다. 어떤 ‘물건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현대적 맥락 안에서 다른 시각을 지니고 싶어 하는 작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한국의 상징적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현대적 디자인을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기도 하면서, 제 자신에게는 물성을 다루는 디자이너이자 작가로서 소재와 기술에 대한 개인적 도전이기도 합니다. - 곽철안 -

Moiré Chair 04-1. 2015. 자작나무, 에폭시 수지, 오간자. 43 x 43 x 83 cm

Q. 최근 몇 년간의 “기와” 시리즈는 어떤 작품인가요?

A. 기와를 사용한 것은 지난 2011년부터입니다. 당시에 새로운 조형과 소재에 관심이 있었는데, 조형의 원리적 측면들보다는 어떤 ‘구체적 소재와 그 소재를 다루는 기술의 조합을 통한 구현이 곧 조형’이라는 간단한 정의에 매료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 어느 번와장이 “너구리 가마에서 전통방식으로 구운 기와는 색이 서로 달라서 구색을 맞추면 보기에 좋다”고 했던 말을 듣고서 작품의 구체적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철거한 한옥에서 수거한 기와를 물로 닦아내고 이때 드러나는 불로 구울 당시의 불길 흔적을 효과적으로 살려낼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기와를 자르고 면을 다듬어서 서로 이어붙인 뒤에 표면을 고르게 갈아내며 형태를 만들어내는 작업들입니다. 기와는 겹쳐 쌓아올림으로써 지붕을 형성시켰기 때문에, 조합의 방식에 따라 여러 조형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한 가지의 효과는, 사라져가는 기와에 대한 정서를 현대적 맥락에서 새로운 시각을 통해 재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업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한국의 상징적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현대적 디자인을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기도 하면서, 제 자신에게는 물성을 다루는 디자이너이자 작가로서 소재와 기술에 대한 개인적 도전이기도 합니다.

작가 곽철안 스틸 이미지

Q. 기존의 예술이나 공예라는 장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순수미술 작가들과 함께 전시에 참여할 때 특별히 색다르게 느끼는 점이 있나요?

A. 파인아트란 개인적인 세계에 대한 지평을 작품 안에서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디자이너로서의 활동과 개인적인 작품은 완전 별개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학생들에게 어떤 구체적 인물을 설정하고 그 주변 인물들의 보편적 가치나 정서를 디자인의 소스로 가져오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환경미술이나 공공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그 동안에는 재료와 기법의 한계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일산에서 작업하면서 이웃 조각가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제 작업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작가 곽철안 스틸 이미지

Q. 곽철안 작가의 새로운 생각의 출발점은?

A. 한 발짝보다는 반 발짝 나아가는 것입니다. 새롭게 발전하면서도 사회와 연계되는 것이 제게는 반 발짝 더 내딛는 것입니다. 이것이 더 어려우면서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Q.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나요?

A. 요즘은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서 오히려 영감을 많이 받습니다. 구체적인 영감을 받는다기 보다는, 젊은 학생들이 무언가 시도하려고 하는 에너지들을 통해 많은 자극을 받게 됩니다. “대학생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지만, 학생들은 배움과 시도의 기회들 속에서 강렬한 에너지와 생동하는 도전의식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컨펌’이란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제 스스로도 영감을 받기 위한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는 중에 주기적 반복을 깨뜨리는 무엇인가 나올 때면 어떤 구체적 영감을 받게 됩니다.

작가 곽철안

Q. 당신의 예술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것은?

A. “계속 움직이는 것”입니다. 저는 공예에서 아이디어가 그 자체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 개념을 물질로 구현해내는 것이 공예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다루는 물질을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것이 제 예술을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 Moiré Chair 04-2. 2015. 자작나무, 에폭시 수지, 오간자. 60 x 58 x 70 cm

    Moiré Chair 04-2. 2015. 자작나무, 에폭시 수지, 오간자. 60 x 58 x 70 cm
  • Moiré Chair 04-2_디테일 컷. 2015. 자작나무, 에폭시 수지, 오간자. 60 x 58 x 70 cm

    Moiré Chair 04-2_디테일 컷. 2015. 자작나무, 에폭시 수지, 오간자. 60 x 58 x 70 cm
  • Moiré Chair 04-1. 2015. 자작나무, 에폭시 수지, 오간자. 43 x 43 x 83 cm

    Moiré Chair 04-1. 2015. 자작나무, 에폭시 수지, 오간자. 43 x 43 x 83 cm
  • Moiré Chair 04-1_디테일 컷. 2015. 자작나무, 에폭시 수지, 오간자. 43 x 43 x 83 cm

    Moiré Chair 04-1_디테일 컷. 2015. 자작나무, 에폭시 수지, 오간자. 43 x 43 x 83 cm
  • Moiré Chair 03-1_디테일 컷. 2015. 자작나무, 에폭시 수지, 오간자. 46 x 55 x 85 cm

    Moiré Chair 03-1_디테일 컷. 2015. 자작나무, 에폭시 수지, 오간자. 46 x 55 x 85 cm

Profile

작가 곽철안

곽철안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컨텍스츄얼 디자인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귀국 후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상명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011년부터 매년 꾸준하게 개인전을 열어오고 있는데, <Iceberg>(옆집갤러리, 서울, 한국, 2011), <Wooden Table>(Templehof Berlin, 베를린, 독일, 2012), <Kiwascape>(Stockholmsmassan, 스톡홀름, 스웨덴, 2013), <YOUniverse>(Les Docks, 파리, 프랑스, 2014) 등 국내외에서 6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Inside Design Amsterdam>(Westergasfabriek,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2010), <Super Organism>(Nova Gallery, 아인트호벤, 네덜란드, 2010), <인생사용법>(문화역서울284, 서울, 한국, 2012) 등이 있습니다.

brilliant 30 Next: 작가 원성원

집착의 방주. 2013. C-print. 125 x 195 cm

View more in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