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30: 오피니언 리더 민병직
기획의 변수를 가능성으로 접근하는 큐레이터, 민병직

민병직 큐레이터, 예술처럼 사는 기획자
민병직 큐레이터는 전시도 역사성을 띄고 변해왔다고 말합니다. 이전의 전시가 계몽적이고 교육적인 기능에 주안점을 둔 반면 오늘날의 전시는 다원적 접근을 통한 열린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합니다. 난해하게 들리지만 그런 난해한 것에 대한 그의 답은 매우 단순명료합니다. 어렵기 때문에 재미있고, 그렇기에 관객도 공부를 하라고 합니다. 이 대답이 그리 친절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도발적이고 재미있는 대답이었습니다.
그는 대학원 졸업 후15년간 여덟 차례 근무지를 옮겼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큐레이터들은 대안공간에서 시작하여 공공기관으로 이동하는 것과는 반대로 공공기관에서 시작하여 대안공간으로 옮겼습니다.
이 역시 일반적 견해로는 납득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그의 대답은 명쾌하였습니다. ‘그게 더 재미있어서’라고. 예술이 가진 전위적이고 도발적인 면들에 매력을 느꼈다는 그는 그렇기 때문에 예술을 좋아하고, 예술처럼 살고 싶고, 예술처럼 실천하려는 이유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시기획자라는 직업으로 일상과는 구분된 삶이 아닌, 삶 자체를 예술처럼 접근하는 그는 조금은 난해하고 불가사의하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도발적인 전시기획과 삶의 재미를 추구하는 민병직 큐레이터로부터 전시기획과 삶이라는 장르의 예술을 실천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작가와의 대담

Q. 먼저 간단하게 민병직 큐레이터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A. 2000년도부터 큐레이터로 활동해왔습니다. 아트선재센터, 일민미술관, 대림미술관에서 근무했었고 2006년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기획팀장 및 특별전 큐레이터로 일하다가 2007년도부터는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책임큐레이터로 3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그 후로 포항시립미술관에서 학예실장으로 근무했고, 다시 서울로 와 재작년부터 문화역서울 284에서 전시감독으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대안공간 루프에서 다시 기획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경력이 굉장히 화려하십니다. 여러 곳에서 일하신 만큼 많은 전시를 기획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무엇인가요?
A. 모든 전시가 기억에 남지만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를 꼽으라면 작년에 했던 최정화 작가의 총천연색전이 아닐까싶습니다. 당시 고생도 많이 했고 나름대로 의미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히려 열린 가능성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향유하는 것이 현대 예술 혹은 기획에서 중요한 트렌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통이라고 했을 때 일방 소통이 아니라 다원적으로 가능성을 남겨 두고 그런 예기치 않은 현상을 즐기는 것이 저는 오히려 전시를 대하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민병직-

Q. 말씀을 듣고 보니 총천연색전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는데 전시 기획의도나 구성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우선 최정화 작가가 국내외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긴 하지만 단지 유명해서 전시를 기획하게 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일을 했던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라는 공간이 갖는 여러 가지 특수성 때문에 전시가 기획되었습니다. 간단히 말씀 드리면 문화역서울284는 한국의 주요 근대 문화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25년도에 만들어진 근대적 장소이지만 동시대에 공존하고 있고, 매우 이질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노숙자, 비둘기, 시위 등 많은 사건들이 펼쳐지는 혼란스러운 공간입니다. 그런 공간을 정리를 하는 건 쉽지 않았고, 그렇다면 그런 복잡성과 이질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얻은 결론이 최정화 작가였습니다. 최정화 작가의 작품에는 그런 근대적 요소뿐 아니라 대중적이고 예술적인 요소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의 시대적 담론을 발견할 수 있는데 최정화 작가를 불러 마치 굿판 벌이듯 한바탕 신명나는 장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취지에서 기획 되었고 작가 역시 저희와 뜻을 같이하여 성사되었던 것입니다.

Q. 시대의 변화와 함께 작품도 많은 변화를 거듭하였고, 전시 기획 또한 이전과는 같을 수만은 없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전시기획자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전시도 역사성을 띄고 있습니다. 과거의 전시 패턴이나 트렌드와는 지금 많이 바뀐 게 사실입니다. 이전의 경우 전시가 계몽적이고 교육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현대로 올수록 오히려 열린 가능성들을 제시합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기획자가 어떤 주제와 방향을 설정을 하고 전시를 통해 구현을 한다 할지라도 관람객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을 예전처럼 강압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의미 없는 게임일수도 있고 미술을 즐기기 어렵게 만듭니다. 오히려 예술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성을 관람객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오히려 열린 가능성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향유하는 것이 현대 예술 혹은 기획에서 중요한 트렌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통이라고 했을 때 일방 소통이 아니라 다원적으로 가능성을 남겨 두고 그런 예기치 않은 현상을 즐기는 것이 저는 오히려 전시를 대하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여전히 대중들은 현대 예술 혹은 동시대 예술을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A. 저는 이렇게 대답을 하고 싶습니다. 현대미술은 어려워서 재미있다고. 오히려 그런 어떤 미지의 것들을 즐기고 접근하려는 과정에 현대미술의 위상과 존재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불가사의 하고 미지의 것들이지만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좁히고 소통하고 교감 하려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대중적인 접점을 확대하려는 노력 말입니다. 하지만 대중적인 것 자체가 현대미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다 알면 예술이 즐거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시각적인 훈련이나 고민들이 쌓여 가면서 예술과의 간극들이 좁혀질 수 있다고 봅니다.
Q. 민병직 큐레이터의 예술을 가장 빛나게 할 수 있는 것은?
A. 제가 예술을 왜 좋아했냐는 것으로 답을 드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예술이 가진 전위적이고 똘끼있는 면모들과 수많은 잠재적 가능성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알면 알수록 더 모를 것 같은. 사실 그런 것들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것 때문에 예술을 좋아하고, 예술처럼 살고 싶고, 예술처럼 실천하려는 이유를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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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총,천연색전. 2014.09.04 – 10.09. 문화역서울 284. 설치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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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 익스프레스-여가의 새발견. 2013.03.23 – 04.14. 문화역서울 284. 발레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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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 익스프레스-여가의 새발견. 2013.03.23 – 04.14. 문화역서울 284. 오픈 스테이지 어쿠스틱 트리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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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목적-사이공간. 2011.04.04 – 06.12. 포항시립미술관. 설치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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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목적. 2011.04.04 – 06.12. 포항시립미술관. 설치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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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데이즈. 2012.03.10 – 05.20. 포항시립미술관. 설치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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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사진 B_b컷으로 보다. 2004.10.23 – 2005.01.16. 대림미술관. 설치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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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 2014. 2014.10.09 – 11.30.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 박물관. 설치전경.
Profile

민병직 큐레이터는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석사를 졸업했습니다. 아트선재센터, 일민미술관, 대림미술관 등의 사립 미술관 큐레이터로 활동한 이력이 있고, 서울시도시갤러리프로젝트 책임 큐레이터와 포항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으로 활동했습니다. <Tomorrow 2015>(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 한국, 2014), <서브컬처 익스프레스-여가의 새발견>(문화역서울 284, 서울, 한국, 2013, <최정화-총,천연색>(문화역서울284, 서울, 한국, 2014 )외에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민병직 큐레이터는 현재 대안공간 루프에서 바이스 디렉터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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