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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30: 작가 김병호

모듈화된 요소들의 합리적 조화를 구현하는 작가

<The Manipulation> 브라스_16x21cm 내경_2013
작가 김병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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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병호 영상

김병호, 이성적이고 체계적인 조화를 통해 기하학적 시각 대상물을 구축하다.

<Assembling for Eternity - HMC> 배기 매니폴드 152 조각_150x500x250cm_2013
<One of the Coincidence>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분체도장_150x516x150cm_2013

김병호 작가는 대학에서 판화를 배웠지만, 첨단 영상 대학원에서 '영상공학'을 전공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는 판화가 비록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한 매체를 다루고 있지만, 평면 작업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입체 작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급속도로 발달하는 뉴미디어의 세계에서 매체들을 다양하게 배우고 싶어 새로운 학과에서 공부했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개의 예술이 감성의 대상으로 다루어져 왔지만, 김병호 작가는 합리적 체계와 규범적 조직화를 표현한 작품들을 제작합니다. 그는 형식적 측면에서 공간과의 어울림을 추구하는 입체나 설치 작업들을 주로 다루어왔고, 내용적인 측면에서 예술이 갖는 사회적 기능을 중시하며 사회·정치에 대한 관심과 관조를 통한 관계 속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예술과 사회에 대한 이러한 관심을 요소로서 모듈화하고, 그것들을 이성적이고 체계적인 조화를 통해 새롭게 구축하여 기하학적 시각 대상물로 보여줍니다. 김병호 작가는 마치 엔지니어들이 정교한 부품들을 하나하나 꼭 들어맞게 조립해서 새로운 구성물을 형성하는 것과 같이, 각 요소들이 개별적으로는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전체의 시스템을 위해서는 없어서 안 될 중요한 존재들임을 작업에서 보여줍니다. 작가는 "작품들 안에 끼우고 돌리기를 수십 번 반복해서 조립하는 과정, 즉 현대사회의 모듈화 과정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고 말합니다. 또한 물질적으로 완성된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 스스로를 사회적 관계 안의 모듈로 위치시킵니다.
김병호 작가는 혼자서 모든 작품을 완성시키지 않고 수많은 협력 작업을 통한 관계망 안에서 작품들이 형성되기 때문에, 타인과의 그룹 작업에서 스스로를 하나의 모듈로서 객체화시켜 바라보는 것이지요. 즉 그의 예술은 감성과 이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아마도 이것이 김병호 작가가 바라보고 추구하는 예술과 사회의 관계, 사회 내의 모든 개별적 존재들 사이의 관계일 것입니다.

작가와의 대담

작가 김병호 스틸 이미지

Q. 김병호 작가는 판화를 전공한 뒤에 첨단영상대학원의 영상공학과를 졸업한 약간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전공을 바꾼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단지 ‘판화’만이 아닌, ‘미술’을 하고 싶었습니다. 판화도 다양한 매체를 다루지만, 결국은 평면적 작업에 머무르고 말지요. 그래서 평면 작업은 충분히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했고, 전통적 방식의 미술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를 배우고 싶어서 공학대학원에서 석사를 했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미디어작업만을 염두에 두거나 관심이 강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판화도 나중에 다시 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작가 김병호 스틸 이미지

Q. 새로운 작업을 할 때마다 기존과는 다른 생각과 관점에서 작업을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생각의 출발점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감성적인 창작보다는 합리적 계획에 바탕을 둔 작업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의 모든 현상들을 대할 때 그 기본 모듈을 연구하게 되죠. 기본 구성요소로서의 모듈에 대한 탐색으로부터 합리적이고 조직적인 과정을 통해 모듈화된 부품들이 만들어지고, 이 부분들이 일정한 체계 안에서 조합되고 하나의 구성체를 이루면서 작품이 완성됩니다.

“작가가 가져야 하는 목표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고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김병호 -

작가 김병호 스틸 이미지

Q. 작업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내 작업은 설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체계를 세우는 과정이지요. 작업에 대한 개념을 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각을 오랫동안 하게 되지만, 일단 하나의 개념이 설정되면 드로잉을 통해 작품의 형태를 잡고, 일종의 설계도를 작성하여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은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즉흥적인 최대한 배제하려고 애쓰지요.

Q. 제목도 특별한 이유들이 있는 것 같은데, 역시 논리적 개념을 나타내고 있나요?

저한테는 제목을 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주로 작품을 완성해두고, 처음의 개념과 맞닿는 제목을 찾으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제가 작품에서 의도하는 것은 인간 이성이나 합리적 이치 등을 통해 관계들 속에서 조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제목의 소재는 다양한 것들로부터 가져옵니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기하학적 시각화가 완성된다고 볼 수 있죠.

작가 김병호 스틸 이미지

Q. 김병호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소리와 연관되는 것 같습니다. 청각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는지요?

소리 자체가 관심의 대상은 아니에요. 오히려 다루는 소재들에 대한 관심이 많지요. 그래서 보수적이고 기념비적인 소재인 '황동'을 주로 이용합니다. 원래 평면보다는 입체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금속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Q. 김병호 작가의 예술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것?

'좋은 고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작가가 가져야 하는 목표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에 두는 것이 아니라, '좋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고민을 하다 보면 좋은 삶을 살게 되고, 결국 그 과정에서 좋은 작품도 자연스럽게 탄생되는 거죠.

  • <Garden>

    알루미늄, 스틸, 분체도장_280x750x250cm_2013

    <Garden>
  • <The Manipulation>

    브라스_16x21cm 내경_2013

    <The Manipulation>
  • <One of the Coincidence>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분체도장_150x516x150cm_2013

    <One of the Coincidence>
  • <Assembling for Eternity - HMC>

    배기 매니폴드 152 조각_150x500x250cm_2013

    <Assembling for Eternity - HMC>
  • <Soft Crash>

    알루미늄, 피에조, 아두이노_330x330x165cm_2011

    <Soft Crash>
  • <An Interface>

    브라스, 아두이노, 피에조_205×80×50cm_2010

    <An Interface>

Profile

작가 김병호

김병호 작가는 홍익대학교 판화과와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상공학과를 졸업한 뒤에 본격적인 작업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감성보다는 합리성에 근거한 규범과 모듈 등과 같은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고, 각 요소들이 단위화되고 조직화된 물질/비물질적 요소들을 구축하여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Garden in the Garden>(아라리오 갤러리, 2013), <Invisible Object>(소마미술관, 2010), <Two Silences>(독일 프랑크푸르트시 문화부 스튜디오, 2009) 등 8차례의 개인전과 더불어, <창원조각비엔날레>(돌섬, 창원, 2012), <Korean Eye>(사치 갤러리, 런던, 2012), <2회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투모로우시티, 송도, 2010), <6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예술의 전당, 청주, 2009) 등 7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해왔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벨라나리오 갤러리 (낭뜨, 프랑스), 프랑크푸르트시 문화부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독일), 서울대학교 미술관, 정부종합청사, New World Development(홍콩), 현대자동차 성내지점 등에도 김병호 작가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다양한 퍼포먼스와 아티스트 토크 등을 병행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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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락질호> 나무배_360x200cm_협업작업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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