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18: 장환
개인의 삶을 모으는 수집가

파격에 파격을 더하다

예술가가 행하는 것 중 하나는 이전에 없던 파격을 선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장환(Zhang Huan)은 대중에게 매번 놀라움을 선사하는 예술가입니다. 그 시작은 중국인들을 당혹스럽게 한 장환의 첫 퍼포먼스였습니다. 이후 뉴욕에서 돌아와 돌연 불교에 입문했고 연달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조각 설치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장환은 사람들을 연거푸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그에게 매체는 목적이 아닌 수단입니다. 내적인 끌림, 순리를 따르듯 매체를 정하는 그의 작품은 단순히 겉모습만 다를 뿐, 담고 있는 주제는 개인의 삶과 자신의 내면 탐구에 관한 것으로 귀결됩니다. 누구보다 자신과 인간의 삶에 호기심이 많은 장환, 그의 예술철학을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열여덟 번째 이야기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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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가기 >중국 1세대 퍼포먼스 예술가

1990년대 초반,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서 한 사내가 옷을 벗는 해프닝을 벌였습니다. 벗은 흰옷을 바닥에 펼친 남성은 빨간 피, 조각난 장난감으로 가득 채워진 항아리를 머리 위로 올린 후 갑자기 그것을 땅으로 떨어트렸고, 뒤이어 바닥에 널브러진 장난감 조각으로 새로운 형태의 장난감 ‘엔젤(Angel)’을 창조했습니다. 엔젤은 남자에 손에 이끌려 갤러리 벽에 설치되었고, 남자의 행위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는 1993년 장환이 베이징에서 진행한 퍼포먼스 <Weeping Angels>로 낙태와 죽음을 담은 작품입니다. 당시에는 퍼포먼스와 설치미술에 대한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탓에 그는 중국 예술계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은 비난을 퍼부은 이들은 장환의 예술학교 스승과 동기들이었습니다. 더욱이 퍼포먼스가 지닌 예술적 의미를 조명하지 않고 단순히 그가 옷을 ‘벗었다’는 행위에만 집중해 정치적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 매스 미디어들 때문에 그의 퍼포먼스는 공공연한 ‘나쁜 짓’으로 벌금형까지 선고 받았습니다.

회화를 전공한 그는 어떠한 계기로 퍼포먼스에 깊이 빠지게 됩니다. 살면서 항상 어려움을 겪어온 그는, 이런 고난이 주로 신체적인 충돌로 귀결된다 여기게 된 것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환경이 너그럽지 않다고 생각한 장환은 삭발한 머리를 고수하며 한여름에도 검정 조끼, 검정 부츠 그리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거리를 활보했습니다. 이런 차림은 중국인들에게 반감을 샀고 그는 낯선 이로부터 이유 없이 공격을 당하거나 욕설을 들었습니다. 비슷한 일을 계속 당하면서 장환은 오직 ‘신체’만이 사회에 접근할 수 있으며, 사회가 나를 알 수 있는 직접적인 방향의 매개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회화에서 자신이 지닌 솔직함을 표현할 가능성이 부족하다 느꼈던 장환에게 신체는 그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그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된 셈입니다. 그래서 신체를 이용하고 나아가 신체를 넘어서는 퍼포먼스는 그의 중요한 수단으로 떠올랐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행위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장환은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완벽히 실현할 수 있는 매체는 오직 퍼포먼스라 믿으며 중국 퍼포먼스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그를 중국 1세대 퍼포먼스 예술가이자 세계적인 예술가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작가, 불교에 입문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장환은 부처 형상이 직접 드러나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그의 이전 퍼포먼스가 사회 대립적, 공격적 성향을 띤 것처럼 여겨졌던 까닭에 고요함과 명상적 분위기로 점철된 불상은 마치 장환의 작품이 아닌 듯 느껴졌을 뿐 아니라 퍼포먼스로 유명세를 얻은 그가 갑작스레 부처 이미지를 등장시킨 것에 대중은 많은 의문을 품었습니다. 이에 장환은 “지금 작업은 이전 작업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초기 퍼포먼스에도 정신적 고요함과 명상적 감성이 존재했으며 단지 불교 신자가 된 후 그것에 관한 주제를 택하면서 강력한 영혼의 힘이 더 표면으로 드러날 뿐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불교에 입문한 것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그는 피력합니다. 예전부터 자신의 내면 한 부분에 불교 신자로서의 운명이 항상 존재한다고 믿었고, 단지 종교의식을 통해 불교 신자임을 공식화한 것입니다.
장환의 불상은 ‘재 조각’ 입니다. 재는 주로 상하이에 있는 한 불교 사원에서 가져온 향로의 재인데, 그 안에 사람들의 기억, 영혼, 기도, 믿음 등이 담겨있다고 믿는 작가로 인해 그것은 단순한 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가 2007년에 선보인 <Berlin Buddha>는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조각 몰드 앞에 커다란 재로 만들어진 부처를 설치한 것으로, 생명의 탄생, 나이 듦, 죽음 그리고 환생까지 모든 삶의 순환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중국 퍼포먼스 개척자답게 그는 전시 오픈 날, 재로 만들어진 부처 머리를 지탱하고 있는 지지대를 치우는 행위를 했습니다. 지지대가 없어진 부처 머리는 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점차 붕괴하기 시작해 형태를 잃어갔고, 끝내 원래의 순수한 재료 형태인 ‘재’로 돌아갔습니다. 장환은 퍼포먼스와 설치작품을 통해 부처로 재탄생한 재가 다시 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 삶의 순환뿐 아니라 누구도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자연 순환적 이치를 보여주었습니다.
불교적 이미지를 이용하지만 그는 정치 혹은 종교의 역사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장환의 불상은 나약한 존재로서의 인간, 인류의 소망, 기도 등 휴머니티와 삶의 의미를 조명함으로써 오직 예술과 삶 두 측면에만 집중하는것입니다.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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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No.20> 2011
Ash on linen 100×153cm Courtesy of Zhang Hua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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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5,1964>
Ash on linen 2013 286×3740cm Courtesy of Zhang Hua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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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wskin Buddha No.5>
2015 Cowskin 285×210×4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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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Tiger Returns to Moutains No. 18>
2010 Incense ash 150×2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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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He Xie Xie> 2010
Mirror finished stainless steel left 600×420×380cm/Right 600×426×39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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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Island Buddha> 2011
Copper and steel 172×227×17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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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ew York> 2002
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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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 Leader No.4> 2010
Cowskin 252×182×3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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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No.2> 2013
Ash on linen 230×170cm Courtesy Zhang Hua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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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den Awakening No.1> 2010
Ash, steel and wood 60.5×77.5×100cm Courtesy of Zhang Huan,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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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wskin Buddha Face No.7> 2010
Cowskin 298×200×39cm Courtesy of Zhang Huan,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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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Tiger Returns to Mountains No. 27> 2010
Ash on linen 160×250cm Courtesy of Zhang Huan,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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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he Xiexie> 2010
Mirror finished stainless steel left 100×70×63.3cm, Right 100×71×65cm Courtesy of Zhang Huan,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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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town Sentiment> 2009
Ash on linen, 150×400cm Courtesy of Zhang Huan,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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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er Factory> 2007
Silk screen mounted on antique wood door 161×330cm Courtesy of Zhang Huan,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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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ginning No.3> 2013
Ash on linen 66×56cm Courtesy of Zhang Hua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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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ke No.1> 2011
Ash on linen 80×60cm Courtesy of Zhang Huan Studio
Profile

1963년 중국 태생인 장환(Zhang Huan)은 퍼포먼스와 조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예술가입니다. 베이징과 뉴욕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그는 중국에서 퍼포먼스를 처음 선보인 예술가 중 한 명입니다. 퍼포먼스가 허용되지 않던 시절 베이징 공공장소 한복판에서 행위예술을 시도한 그는 이후 뜻 맞는 예술가들과 함께 그룹을 결성, 지속적으로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1998년 뉴욕으로 거처를 옮긴 후 서양 현대미술의 흐름을 접한 장환의 퍼포먼스는 가난, 개인의 자유, 문화적 차이 등 보다 구체적인 테마에 집중됐습니다. 현재 그는 조각을 통해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종교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장환은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oston), 상하이 미술관(Shanghai Art Museum), 팔라초 베키오(Palazzo Vecchio), 벨베데레 요새(Forte di Belvedere, Firenze), 런던 페이스갤러리(Pace Gallery London) 등에서 개인전을 갖고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2006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등 국제적 명성 또한 다지고 있습니다.
Bloomberg Brilliant Ideas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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