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4:
잉카 쇼니바레
밝고 경쾌한 시각으로 시대를 꿰뚫는 예술가

미술로 재현된 아프리칸 디아스포라

아프리카의 어두운 식민 역사를 화려하게 그려내는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bare)는 나이지리아계 영국 작가로 현대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예술가입니다.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의 일원으로 활동한 그는 2004년 터너상 최종 후보로 선정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베니스비엔날레 아프리카관 대표작가로 두 차례나 선정되며 활발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갑작스레 가지게 된 신체적 결함을 이겨낸 긍정의 아이콘으로, 사회와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만의 해석을 덧대어 흥미롭게 풀어낸 밝고 현란한 그의 작품들은 관람객의 시선을 단숨에 강탈합니다. 아프리카와 영국을 넘어 감동을 선사하며, 미래의 예술가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불어넣는 그의 이야기를 블룸버그 그리고 현대자동차가 준비한 Brilliant Ideas 그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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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에 런던에서 태어나 세 살 되던 해 아버지를 따라 나이지리아 라고스로 이주해 유년시절을 보낸 잉카 쇼니바레는 미술에 큰 관심을 보이며 어린 시절부터 예술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십대 후반 영국으로 돌아와 전문 미술 교육은 받은 그는 대학 시절 ‘아프리카인이니 아프리카스러운 미술을 해보라’는 지도교수의 조언을 듣고 과연 ‘아프리카다운 것’은 무엇인지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그 해답을 얻기 위해 헤매던 중 런던 남쪽에 위치한 세계 여러 나라의 물건을 판매하는 브릭스톤 마켓에서 아프리카 전통 원단 상점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그의 예술의 핵심을 찾습니다. 아프리카 천으로 널리 알려진 옷감의 원산지가 사실 네덜란드이고 그 위에 새겨진 추상적인 패턴은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 기술 '바틱'에서 왔다는 몰랐던 사실을 접한 쇼니바레는 가장 ‘아프리카스러운’ 원단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역사의 결과물이란 것을 알게 됩니다.

잉카 쇼니바레는 이 사실이 아프리카의 정체성을 잘 대변한다고 생각했고 미술로 국가적 정체성과 역사적 모순을 표현하고자 마음먹습니다. 보는 이와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여기는 그는 작업을 통해 자신이 직접 느끼고 해석한 사회적, 역사적 그리고 정치적 논란들을 풀어내며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쇼니바레는 브릭스톤 마켓에서 구매한 ‘아프리카 전통 옷감’이라 불리는, 하지만 사실 근본을 알 수 없는 천을 사용해 대표작 <더블 더치>를 비롯해 패브릭을 주재료로 사용한 다양한 작업들을 펼쳐냅니다. 그는 원단으로 옷을 제작, 마네킹에 착용해 전시하거나 연기자들에게 입혀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완성했는데, 화려한 색감과 현란한 무늬를 가진 이색적인 패브릭들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머리 없이 과장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마네킹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의 배경과 그 속에 담긴 숨은 의미를 고찰하게 합니다. 그 대표적 작품으로 <머리 없는 미스터와 미세스앤드류>가 있는데 쇼니바레는 남녀 마네킹의 머리를 제거함으로써 인종을 구분할 수 있는 외적 특징을 없애 버립니다. 따라서 마네킹은 그 어떤 인종적 카테고리에도 국한되지 않고 ‘누구나’ 될 수 있고, 고로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대입시켜 볼 수 있습니다. 또 <그네(프라고나르 후)>와 <최후의 만찬(레오나르도 후)> 등은 서양 명화들 속 인물들에게 ‘아프리카’ 원단으로 만든 드레스를 입혀 패러디하며 어두운 역사를 해학적으로 풀어내기도 합니다.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를 감동시키다

세계적 컬렉터찰스 사치(Charles Saatchi)에게 발탁된 잉카 쇼니바레는 1997년, 말 그대로 미술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센세이션’전에 참여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YBAs작가 작품들 가운데 빅토리아풍의 귀족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을 전시하며 관람객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했습니다. 서클 아트 에이전시(Circle Art Agency)의 디렉터 단다 자롤지맥(Danda Jaroljmek)은 다른 도발적인 YBAs작가들과 다른 쾌활한 매력을 선보인 쇼니바레에게 경의를 표하며 “어둡고 진지한 이슈를 낙천적인 자세와 형태로 그려내는” 작가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잉카 쇼니바레의 최근작은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적인 문제들을 담아내며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15년 제임스코헨 갤러리에서 개최된 전시 <발레 신들의 분노>는 온실효과로 인한 기후 변화로 시달리는 현대사회의 실태를 짚어냅니다. 세 개의 조형들은 그리스 신화의 신, 제우스와 아폴로 그리고 포세이돈을 모델로 만들어졌습니다. 화려한 옷감으로 만들어진 발레복을 입은 마네킹들은 머리에는 지구본을 쓰고, 손에는 번개와 리라 그리고 삼지창을 든 채 역동적인 발레동작을 취하며 관람객을 매혹시킵니다. 사실 그의 조각들은 현란한 겉모습과는 달리 어두운 주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기후를 포함한 만물을 지배하는 힘을 가진 신들을 발레리나로 표현하며 인간의 잘못으로 빚어진 환경문제를 아무런 대안 없이 방치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냅니다.

이외에도 석유 개발과 고갈의 문제 등 국제적 사회 이슈들을 예술로 담아내는 잉카 쇼니바레는 영국에서 출발해 아프리카로, 또 세계로 나아가는 아티스트입니다. 그의 작업은 인종, 국가, 성, 계급 그 어떤 범주에도 제한되지 않으며 모든 문화를 포용합니다. 사회적 문제를 다루지만 자신은 예술가이지 혁명가가 아님을 강조하는 쇼니바레는 관람객들에게 역사와 사회의식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전합니다. 그는 이야기의 서두를 던지고, 단서만 제공할 뿐 그것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건 개인의 몫으로 남겨놓습니다.
넘치는 창작 의지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통해 잉카 쇼니바레는 현대미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식민주의와 문화 정체성 그리고 세계화라는 서구가 만들어낸 현대사의 키워드들을 유머러스하거나 때로 냉소적으로 표현하며 유일무이한 예술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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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m and Eve> 2013
Unique life-size mannequins, dutch wax printed cotton textile, fiberglass, wire and steel baseplates 285×230×115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London and Berlin Photo: Christian Glaeser ⓒ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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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ke Man> 2013
Unique life-size mannequin, dutch wax printed cotton textile, plaster, polystyrene, pocketwatch, globe, leather and steel baseplate 315×88×12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arl Lam Galleries, Hong Kong, Singapore and Shanghai ⓒ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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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ke Man II> 2014
Unique life-size mannequin, dutch wax printed cotton textile, plaster, polystyrene, pocketwatch, globe, leather and steel baseplate 315×88×12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arl Lam Galleries, Hong Kong, Singapore and Shanghai ⓒ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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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nonball Heaven> 2011
Two unique life-size mannequins, dutch wax-printed cotton, leather boots, 600 foam balls and fiberglass reproduction cannon Dimensions variable Commissioned by Comunidad de Madrid Courtesy of the artist and Stephen Friedman Gallery, London ⓒ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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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nonball Heaven(Detail)> 2011
Two unique life-size mannequins, dutch wax-printed cotton, leather boots, 600 foam balls and fiberglass reproduction cannon Dimensions variable Commissioned by Comunidad de Madrid Courtesy of the artist and Stephen Friedman Gallery, London ⓒ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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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 Power Kid(Suicide)> 2013
Unique life-size mannequin, dutch wax African cotton textile, steel baseplate, leather, fiberglass, globe head, decommissioned revolver, fabric flowers, wire 112×110×35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James Cohan Gallery, New York and Shanghai Photo: Stephen White ⓒ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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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ile and Odette(Film still)> 2005
Film 14 minutes 28 seconds Courtesy of the artist and Stephen Friedman Gallery, London ⓒ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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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ile and Odette(Film still)> 2005
Film 14 minutes 28 seconds Courtesy of the artist and Stephen Friedman Gallery, London ⓒ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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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owning> 2007
Two unique life-size mannequins, dutch wax printed cotton textile, shoes, coir matting, artificial silk flowers 160×280×210cm Commissioned by the Musee du Quai Branly for the exhibition 'Jardin d’Amour' 2007 Courtesy of the artist and Stephen Friedman Gallery, London Photo: Patrick Gries for the Musee du Quai Branly ⓒ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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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ctorian Philanthropist’s Parlour> 1996-1997
Reproduction furniture, fire screen, carpet, props, dutch wax printed cotton Dimensions variable approx. 259×487×508cm Courtesy of the artist, Stephen Friedman Gallery, London, James Cohan Gallery, New York and Shanghai, Edward Tyler Nahem ⓒ The Artist
Profile

아프리카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나이지리아계 영국 작가 잉카 쇼니바레는 조각, 평면, 설치, 영상작업 등을 이용해 화려하고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입니다. 그는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자행된 아프리카 식민주의라는 무거운 역사를 담아내면서도 동시에 아름답고 흥미로운 예술의 본성을 잃지 않습니다. 열여덟 되던 해 희귀병에 걸려 신체적 장애를 가지게 된 그는 수많은 편견을 이겨내고 완고한 의지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잉카 쇼니바레는 영국 현대미술의 1세대로 불리는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YBA)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 탁월한 작품성을 인정받아 터너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던 작가는 2001년과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 아프리카관의 대표작가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으며 2002년 카셀 도쿠멘타11 참여로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Bloomberg Brilliant Ideas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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