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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Ideas Episode #41: 윌리엄 켄트리지

서정적 예술, 잔혹한 현실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영상작품에는 ‘연극’이란 수식어가 자주 붙습니다. 공간을 울리는 웅장한 사운드와 생명력 넘치는 드로잉은 때로 연극보다 더 연극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작가의 애니메이션은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인 느낌을 갖습니다. 작품을 처음 마주한 순간엔 압도적인 사운드와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드로잉으로 역동적이고 유쾌한 느낌이 들지만, 이내 그 작품의 주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애니메이션 속에 그는 과연 무엇을 숨겨 놓았을까요? 그 해답이 궁금하다면 드로잉의 귀재, 윌리엄 켄트리지를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마흔 한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인종에 대한 치밀한 고찰

윌리엄 켄트리지의 작품을 살피기 전에 그의 배경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가가 태어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란 뼈아픈 역사를 지닌 곳입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극단적 인종차별 정책으로, 당시 비백인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차별했습니다. 켄트리지의 부모님은 이런 인종차별 정책의 피해자를 위해 활동한 인권변호사였습니다. 작가는 그런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것들을 작품에 투영시킵니다. 특히 인종에 관한 이슈는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두드러집니다. 인종차별을 시작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한 그의 비판적 관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켄트리지가 세계적 예술가 반열에 올라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가가 인종에 관한 이슈를 다뤄온 지 약 25년이 흘렀습니다. 세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진화되기 마련이듯, 인종 문제 또한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우리는 짐작하지만, 켄트리지는 최근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이러한 말을 남겼습니다. “일상 속에서, 특히 빈곤층과 극 빈곤층의 상황은 옛날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의 초기 작품을 현재 아프리카 사회상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켄트리지는 인종에 관해 풀어야 할 일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앞으로도 같은 이야기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2차원, 관객을 압도하다

켄트리지는 자신의 모든 작품을 ‘드로잉’이라 칭합니다. 설치는 물론 연극, 영화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지만, 작가의 모든 예술은 종이 위에 그려지는 목탄 드로잉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켄트리지를 있게 한 애니메이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애니메이션을 드로잉 단계를 촬영한 것이라 설명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자면, 작가는 드로잉 작업이 끝나면 그것을 단계별로 촬영해 필름을 만듭니다. 작품에 맞게 움직임을 조정하는 작업 과정을 거친 후 한 편의 영화로 만드는 것이며, 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2차원적 애니메이션이 됩니다.

앞서 말했듯 켄트리지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종’입니다. 인종에 관한 이슈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민감한 주제 중 하나이기에, 접근 방법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택한 방법이 애니메이션이 된 것입니다.
고전적인 클래식 음악과 드로잉이란 회화의 기본적 매체가 어우러지는 애니메이션은 인종차별이란 콘텐츠를 다룸에도 한 편의 동화처럼 서정적입니다. 누구나 편히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한 번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지만 사람들이 마주하길 꺼리는 주제를 작품으로써 상기시킵니다. 이렇듯 켄트리지는 2차원을 통해 관람객을 압도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예술가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는 인물입니다. ■ with ARTINPOST

  • <Polychrome Heads> 2014

    Oil on bronze on wood Head 1: 27.6×16.1×8.7cm, Head 2: 30.9×19.5×17.8cm, Head 3: 26.5×14×20.1cm, Head 4: 29.2×18.3×12cm, Head 5: 27.8×18.7×12.7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rian Goodman Gallery

  • <Listen for the Echo> 2015

    Indian ink and red pencil on found pages
    375.5×214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rian Goodman Gallery

  • <Small Silhouette 23> 2014-2015

    Cardboard, sewing pattern paper and black poster paint 140×85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rian Goodman Gallery

  • <Model Opera> 2015

    Indian Ink in found pages 97×178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rian Goodman Gallery

  • Installation view of <I am not me, the horse is not mine> 2008

    Installation of 8 film fragments, DV cam and DHV transferred to DVD

  • <Casspirs Full of Love> 1989

    Drypoint etching 167×94cm, Edition of 30 Private collection

  • <Cut-outs for More Sweetly, play the dance>

  • <Second-Hand Reading> 2013

    HD video, color, sound 7min 1sec

  • Installation view of <William Kentridge-Peripheral Thinking> at MMCA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Profile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에 대해 설명할 때 ‘애니메이션’, ‘연극’, ‘오페라’란 키워드가 단골로 등장할 만큼, 그의 작품은 연극적입니다. 그 중에서도 강한 흑백 대비를 보이는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 필름은 켄트리지를 대표합니다. 얼핏, 유쾌한 인형극 같은 작품에는 남아프리카에 여전히 화두로 남은 인종차별 문제, 그에 대한 투쟁, 작가의 감정 등 심오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미술뿐 아니라 정치, 남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는 켄트리지에게 남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작품의 큰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1955년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난 윌리엄 켄트리지는 여전히 고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리안 굿맨 갤러리(Marian Goodman Gallery, New York), 화이트채플 갤러리(Whitechapel Gallery, London), 율렌스 센터(Ullens Center, Beijing), 국립현대미술관, 멕시코 국립현대미술관(Museo Universitario de Arte Contemporaneo, Mexico City)을 포함 세계 곳곳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광주 비엔날레’, ‘리버풀 비엔날레(Liverpool Biennial)’ 등 굴지의 비엔날레에서 역량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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