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21: 왕게치 무투
아프리카를 담는 작가

화려함 속의 욕망과 멸시

“저에게,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파괴’와 반대되는 새로움을 고안하는 것입니다.” 케냐 나이로비 출신의 왕게치 무투(Wangechi Mutu)는 말합니다. 강렬한 색의 콜라주, 영화, 설치 등 그가 선보이는 작품들을 통해 무투는 아프리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답합니다. 특히 여성, 그중에서도 흑인 여성에 대해 세상이 갖는 그릇된 시선은 작가가 가장 관심 두는 주제입니다. 그는 여성의 신체만큼 욕망과 멸시가 공존하는 대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의 작품은 얼핏 애처로운 느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자신의 작품을 보는 이들이 쳇바퀴 도는듯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는 무투와 그의 작품을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Episode 스물한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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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게치 무투의 작품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을 꼽으라면 화려한 색깔과 여러 이미지를 겹쳐 붙여 만든 여성의 콜라주 이미지를 들 수 있습니다. 초기작은 고향 나이로비에서 여자로서 보낸 학창시절의 경험과 당시 아프리카의 식민문화 속에서 행해지던 폭력에 기초하는데, 그의 작품을 대표하는 콜라주 기법은 이때 다다이즘과 팝아트 작가들에 영감 받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는 주로 패션지, 의학잡지, 성인잡지 등에서 오려낸 이미지를 조합해 콜라주 한 후 그 위에 잉크나 수채화 물감 등을 덧바름으로써 작품을 완성시킵니다. 그 안에서 보이는 여성 신체의 유기적 형태, 일그러진 얼굴 등은 디지털 작업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독특한 색깔과 분위기를 자아내 관람객의 눈길을 끕니다. 이렇게 완성된 그의 작품들은 여성을 향한 세상의 옳지 않은 시선을 나타냄과 동시에 현대 출판물에서 보여지는 미학, 인종성, 에로티시즘 비판합니다. 또한, 여러 문화권을 옮겨 다니며 살아온 무투는 아프리카뿐만이 아닌 영국과 미국과 같은 서양 문화권에서도 여성이 단순한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단지 힘없는 여자라는 이유로 폭력이 가해지는 것에 불만을 느낀 그는, 이에 관한 작품을 시작했습니다.

<Riding Death in My Sleep>(2002)은 그녀의 초기 작품 중 하나로, 사람의 모습보다는 에일리언의 형상에 가까운 여성이 지구본 모양의 바닥에 앉아있습니다. 작품 속 인물의 피부는 하얗지만, 입술은 흑인처럼 두껍고 머리 위에는 코끼리와 독수리의 형상이 합쳐진 동물이 날아다니는 등 모든 인종을 한데 섞어놓은 콜라주입니다. 이는 무투가 타지에서 보낸 시간이 고향 케냐에서 보낸 시간보다 더 길어졌을 무렵 만든 작품으로, 그녀가 바라보고 느낀 미국의 다인종 문화, 또 그 속에 존재하는 갈등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금방이라도 튀어 올라 화면 밖으로 나갈 듯한 모습의 그림 속 여자는, 다문화주의, 인종차별, 흑인 여성의 성적 대상화 등을 상징합니다. 무투가 흑인 여성으로서 미국에서 지내며 겪은 불안감, 부조리 등을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기괴한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그의 작품 일부는 실존하는 여성에 영향받아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서양 문화권에서 가수 혹은 배우 활동을 하면서 단지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종과 성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이들의 애환을 그녀의 그림 스타일을 통해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나이로비에서 뉴욕으로, 아프로퓨처리즘을 말하다

케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왕게치 무투는 아프리카 식민지 시대와 잔재를 온몸으로 겪은 작가입니다. 영국 웨일스에서 교육받고 뉴욕으로 건너가 작가 활동을 시작했지만 무투의 뿌리인 아프리카는 항상 그의 마음속에 자리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무투의 작품 대부분은 현대 아프리카와 과거 식민지 시절의 상황, 특히 그 속에 존재하는 흑인 여성에 대한 인식들을 주로 탐구합니다. 그리고 그가 느끼는 여성에 대한 세상의 인식을 통해 기아, 의식과 소비문화의 변화와 같은 더 넓은 주제들을 그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봅니다.

이러한 무투의 작품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역사, 과학, 우주론, 판타지 등을 접목시킨 문화미학인 ‘아프로퓨처리즘(Afrofuturism)’을 표현하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중 <The End of Eating Everything>(2013)은 그의 작품이 아프로퓨처리즘 장르에 확실히 자리 잡게 한 대표작입니다. 8분 동안 진행되는 이 애니메이션은 메두사 머리를 한 흑인 여성이 복잡하고 오염된 속에서 끝없는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움직이다가 결국 자기파괴를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가수이자 프로듀서 샌티골드(Santigold)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작품은 끝없이 물질을 탐하는 현대 아프리카의 상황을 담은 것으로, 자연과 공업의 소리를 섞은 배경음악과 흑인 여성의 화려하지만 슬픈 이미지가 합쳐져 강렬하면서도 우울하게 펼쳐집니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두고 공상과학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된 무투 상상 속의 아프리카가 그녀의 작품을 아프로퓨처리즘의 대표작으로 거듭나게 했다고 평합니다.

아프로퓨처리즘을 보여주는 또 다른 작품으로는 <Suspended Playtime>(2008)이 있습니다. 펠트를 쓰레기 봉지로 쌓아 만든 사람 머리크기만한 공들을 모아놓은 설치작으로, 금색 실에 매달아 천장에 매달아 놓은 수십 개의 공은 아프리카 교외 지역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축구공을 연상시킵니다. 무투는 아이들이 노는 풍경 뒤 존재하는 아프리카 내의 물질적 결핍, 갈등, 질병 등의 수많은 문제에 집중해 이 작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거부감을 주는 작품은 사회 문제의 무게를 심각하게 다루는 것으로, 한 작품에 여러 가지 이야기와 의미를 담는 무투의 작업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한 인터뷰에서 무투는 희망적, 혹은 그 이상의 것을 표현하기 위해 저항, 가난, 불쾌함 등의 미학을 사용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화려하지만 계속 보고 있기에는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그의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그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이 보여지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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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en, Classic Profile Series> 2003
Collage and watercolor on mylar 55.9×43.2cm Courtesy the Artist and Susanne Vielmetter Los Angeles Projects ⓒ Wangechi Mu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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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en, Classic Profile Series> 2003
Ink and collage on mylar 55.9×45.7cm Courtesy the Artist and Susanne Vielmetter Los Angeles Projects ⓒ Wangechi Mu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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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en, Classic Profile Series> 2003
Ink and collage on mylar 30.5×22.9cm Courtesy the Artist and Susanne Vielmetter Los Angeles Projects ⓒ Wangechi Mu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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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s Series!> 2003
Mixed media on mylar 106.7×78.7cm Courtesy the Artist and Susanne Vielmetter Los Angeles Projects ⓒ Wangechi Mu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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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gechi Mutu│Nguva na Nyokia>(2015.10.14-12.19, Victoria Miro)
Installation view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 Wangechi Mu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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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Grower> 2015
Two panel collage on linoleum 66.7×75.6cm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 Wangechi Mu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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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dream> 2015
Collage on linoleum 73.7×58.4cm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 Wangechi Mu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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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idden Fruit picker> 2015
Collage painting 100.3×148.9cm Courtesy the Artist, Barbara Gladstone Gallery, New York; Susanne Vielmetter Los Angeles Projects and Victoria Miro, London ⓒ Wangechi Mu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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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of carrying All> 2015
Video still 3 screen animated video(color, sound) 10minutes 45seconds loop Edition of 3 Courtesy the Artist, Barbara Gladstone Gallery, New York; Susanne Vielmetter Los Angeles Projects and Victoria Miro, London ⓒ Wangechi Mu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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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of <All the Worlds Futures> at '56th Biennale di Venezia'(2015.5.9-11.22)
Courtesy the Artist, Barbara Gladstone Gallery, New York; Susanne Vielmetter Los Angeles Projects and Victoria Miro, London ⓒ Wangechi Mutu. Photography: Roberto Maro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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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of eating Everything> 2013
Animated video(color, sound) 8minute loop Edition of 6 Courtesy the Artist, Barbara Gladstone Gallery, New York and Victoria Miro, London ⓒ Wangechi Mu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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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der, Figures Series!> 2003
Ink, acrylic and collage on mylar 81.3×106.7cm Courtesy the Artist and Susanne Vielmetter Los Angeles Projects ⓒ Wangechi Mutu
Profile

1972년, 케냐 나이로비 출신인 왕게치 무투(Wangechi Mutu)는 문화와 식민 역사, 아프리카의 현 정치 상황 등 여러 주제를 폭넓게 다루며, 특히 여성에 집중적인 관심을 표하는 작가입니다. 무투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내재한 인류학의 원형이자 성적 억압성이 담겨있는 빅토리아 시대 의학 도표에서 영감을 얻어, 잡지 콜라주 위에 아크릴, 수채화, 잉크 드로잉을 더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합니다. 그렇게 완성된 이미지는 성적 코드를 내포한 채 여성의 신체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기괴하지만 한편으로 아름다운 그의 작품은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흑인 여성 혹은 모든 여성에게 가해지는 크고 작은 폭력을 암시합니다.
현재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런던 빅토리아 미로 미술관, 뉴욕 바바라 글래드스톤 갤러리, 시드니 현대 미술관,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선보이며 주목받는 예술가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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