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14:
티에스터 게이츠

‘Dorchester Project’(2006~)는 폐허로 방치된 건물을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게이츠의 대표 프로젝트입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로 인해 미국의 많은 도시가 파산 위기에 놓였을 때, 그는 위기를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게이츠는 전 재산을 털어 시카고 서부의 작은집을 구매한 후, “이것은 공연 예술입니다”라는 대사와 함께 빗자루질하는 행위예술을 진행해 이웃 주민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폐공간은 무대공연, 전시, 이웃들과 간단한 저녁 모임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화했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하나의 건물이 한 가지 목적을 지닌 것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약 매매 장소로 활용된 시카고의 한 창고를 구매해 지역민들과 연관 깊은 영화를 상영하는 ‘Black Cinema House’를 만들었으며, 한쪽에는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 외에도 8,000개의 LP판으로 채워 명상과 예술적 활력을 느낄 수 있는 ‘Listening Room’ 등의 공간을 마련해 예술가와 지역주민의 소통에 앞장섰습니다.

많은 흑인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게이츠에게도 ‘인종’은 자연스레 작품 소재가 되었습니다. 또한, 게이츠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시카고는 ‘흑인 대이동(Great Migration)’의 주요 목적지가 된 곳으로, 흑인 노동자에 관한 긴 역사를 지닌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와 문화에 기반을 두고 미국 내 인종 평등을 위해 진행되는 투쟁, 나아가 자유가 지니는 근본적인 의미를 시각적으로 탐구하며, 그 중심에는 노예, 노동, 시민권 투쟁 운동 등 흑인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긴 소방 호스가 가득 쌓여있는 <In Event of a Race Riot>(2011-)은 흑인 학생들이 시민권을 위해 평화 시위를 했을 당시 그들을 무력으로 진압할 때 사용한 소방호스를 이용한 작품입니다. 당시 투쟁을 상기시키며, 동시에 여전히 미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인종 관련 투쟁에 대해 관람객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장치입니다. 재활용된 나무로 제작되어, 마치 왕좌를 연상시키는 <Shoe-Shine>(2009)은 재료가 지닌 의미와 완성품이 주는 상반되는 시각적 이미지의 간극에서 흑인노예제도가 없어졌음에도 여전히 흑인의 프레임으로 남아있는 시중이라는 역할과 시중드는 사람 그 자체를 조명해 노동에 대한 개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는 1973년 미국 시카고 출신 설치예술가로, 현재 시카고 대학 비주얼아트 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조각과 도시설계를 학습한 게이츠는 도시계획과 예술의 합작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헌신하는 작가입니다. 그는 주로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재료와 역사적인 오브제들로 작품을 제작하며, 사회적 책임과 깊은 신념을 기반으로 합니다.
게이츠는 소방호스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작품 <In Event of a Race Riot>(2011-)을 통해 시민권 투쟁을 재고시켰습니다. 또한 현재도 진행 중인 그의 가장 야심 찬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The Dorchester Project’(2006~)로 생태 순환적인 예술을 선보이는데 그는 이를 ‘부동산 아트’라 부릅니다.
작품을 통해 삶과 예술을 친밀하게 만들고자 하는 게이츠. 건축가, 연구원, 퍼포머와 협업도 하는 게이츠는 이들과 함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술을 선보이는 까닭에 ‘협업을 통한 평론’이라는 별칭도 지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