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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Ideas Episode #46: 쑨쉰

무와 유의 경계를 넘나드는 애니메이터

세상에는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공기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있다고 믿는 것처럼 말입니다. 중국의 젊은 작가 쑨쉰(Sun Xun)의 애니메이션에는 일반적 애니메이션과 달리 명확한 스토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관람객은 보이지 않지만 작품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공기를 믿는 맥락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쑨쉰은 스토리가 없는 애니메이션이란 모순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할 뿐 아니라 관람객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확장 시킵니다. 그가 펼쳐내는 끝없는 예술 세계를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마흔여섯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애니메이션, 모든 것을 흡수하다

쑨쉰은 영화와 순수예술을 넘나드는 인물입니다. 그를 대표하는 매체 ‘애니메이션’이 영화와 예술 사이에 걸쳐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예술가 또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란 하나의 단어로 자신을 소개하지 않습니다. “애니메이션은 페인팅과 필름의 혼합체입니다. 또한 애니메이션은 모든 것과 연관될 가능성을 지녔습니다”란 의견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애니메이션을 모든 것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열려있는 매체라 여기며, 애니메이션이 속한 영화계 그리고 예술계는 맥락을 같이한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예로 쑨쉰은 페인팅이 시간의 한순간을 캡쳐 한 이미지라면, 필름은 시공간의 연속체를 가로지르는 내러티브라 정의합니다. 따라서 이 두 특징을 모두 갖춘 애니메이션은 단 한 편일지라도 필름, 드로잉, 사운드, 페인팅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져 있는 결과물로 탄생합니다.

또한 앞서 말했듯 특정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 또한 쑨쉰 애니메이션의 특이점입니다. 그는 작업에 임할 때 스토리보드를 따로 만들지 않습니다. 단지 특정 종류의 필름을 만들어야겠다는 철학,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생각의 흐름 그리고 자신의 창조물인 캐릭터와의 지속적 대화 이 세 가지 방법으로 결론으로 향해갑니다. 쑨쉰은 자신의 애니메이션은 ‘미완성’ 작품이라 칭합니다. 애니메이션은 표면적인 것만 보여줄 뿐 그 안에 존재하지 않는 스토리는 관람객이 채워줄 몫이기에, 이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주어야만 진정으로 완성된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예술로 다시 쓴 중국 역사

1960년대 중국을 휩쓴 문화대혁명은 여전히 많은 중국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이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피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할 만큼 쑨쉰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중국인이자 예술가인 주인공 일상에 중국 역사를 반영할 수 있는지 실험한 작품 <Some Actions Which Haven’t Been Defined Yet in the Revolution>(2011)에서 중국 역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문화대혁명 이후 세대인 그는 어린 시절 공산주의 정치 선전 문구를 보고 자랐을 뿐 아니라, 학창 시절 중국 역사를 두 가지 다른 방향으로 배웠습니다. 하나는 학교에서 교과서를 통해 배운 공식적 수업이며, 다른 하나는 문화대혁명을 직접 겪은 아버지의 이야기로 구성된 비공식적 루트입니다. 국가에서 가르치는 문화대혁명과 쑨쉰의 아버지가 기억하는 문화대혁명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둘 사이에서 불일치를 발견한 작가는 오늘날 말하는 ‘진짜’ 역사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깨닫고, 십 년이란 유예기간을 두고 차분한 마음으로 작품에 임합니다.

“오늘날 중국의 예술가들은 중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쑨쉰은 예술가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그만큼 쑨쉰은 예술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작가이기에 중국을 말할 때 조심스러운 접근을 시도합니다. <Some Actions Which Haven’t Been Defined Yet in the Revolution> 제작에 기나긴 유예기간이 있던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왜냐면 중국 역사에 대해 작가가 명확한 시선을 던진다면, 자칫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인으로서, 또한 예술가로서 첨예한 고민을 하는 쑨쉰은 예술가는 항상 실패하는 사람이란 전제를 깔고 행동합니다. 거듭되는 실패를 겪는다 가정함에도, 그가 애니메이션을 놓지 않는 이유는 쌓이는 실패를 통해 대체불가능한 이상적 꿈이 발현될 순간을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쑨쉰이 희망하는 궁극적 이상향이 무엇인지 기대되는 바 입니다. ■ with ARTINPOST

  • Installation view of <Reconstruction of the Universe> at ‘Art Basel Miami Beach 2016

    Photo credit: Benoit Pailley

    Installation view of <Reconstruction of the Universe> at ‘Art Basel Miami Beach 2016’ 2016 Photo credit: Benoit Pailley
  • Exhibition view of <Sun Xun: Prediction Laboratory> at Yuz Museum 2016

    Photo: Alessandro Wang

    Exhibition view of <Sun Xun: Prediction Laboratory> at Yuz Museum 2016 Photo: Alessandro Wang
  • Exhibition view of <Sun Xun: Prediction Laboratory> at Yuz Museum 2016

    Photo: Alessandro Wang

    Exhibition view of <Sun Xun: Prediction Laboratory> at Yuz Museum 2016 Photo: Alessandro Wang
  • Exhibition view of <Sun Xun: Prediction Laboratory> at Yuz Museum 2016

    Photo: Alessandro Wang

    Exhibition view of <Sun Xun: Prediction Laboratory> at Yuz Museum 2016 Photo: Alessandro Wang
  • <Reconstruction of the Universe> 2016

    Courtesy of the artist

    <Reconstruction of the Universe> 2016 Courtesy of the artist
  • <Reconstruction of the Universe> 2016

    Courtesy of the artist

    <Reconstruction of the Universe> 2016 Courtesy of the artist
  • <Reconstruction of the Universe> 2016

    Courtesy of the artist

    <Reconstruction of the Universe> 2016 Courtesy of the artist
  • Exhibition view of <Sun Xun: Prediction Laboratory> at Yuz Museum 2016

    Photo: Alessandro Wang

    Exhibition view of <Sun Xun: Prediction Laboratory> at Yuz Museum 2016 Photo: Alessandro Wang
  • Installation view of <Reconstruction of the Universe> at ‘Art Basel Miami Beach 2016

    Photo credit: Benoit Pailley

    Installation view of <Reconstruction of the Universe> at ‘Art Basel Miami Beach 2016’ 2016 Photo credit: Benoit Pailley

Profile

중국의 떠오르는 작가 쑨쉰(Sun Xun)은 중국문화혁명 이후 세대입니다. 혁명 직후의 시기에 성장한 쑨쉰은 중국 그리고 세계의 역사, 문화 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으며, 이는 곧 예술적 자양분으로 발전했습니다. 특히 쑨쉰이 관심을 두는 것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기준으로 일반 대중이 기억하는 방식과 언론매체가 발표하는 공식 입장 사이에서 나타나는 간극입니다. 작가는 이 차이점을 초현실적 애니메이션으로 탐구해, 관람객이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판타지적 체험을 할 수 있는 마법을 부립니다.
1980년생 쑨쉰은 베이징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예술아카데미(China Academy of Fine Arts)에서 판화를 학습한 뒤, 2006년 Pi 애니메이션 스튜디오(Pi Animation studio)를 설립하면서 활동에 박차를 가합니다. 해머 미술관(Hammer Museum, Los Angeles),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 London), 드로잉 센터(Drawing Center, New York)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상하이 비엔날레(Shanghai Biennale)’, 밴쿠버 아트 갤러리(Vancouver Art Gallery, Vancouver) 등에서도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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