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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Ideas Episode #12:
수보드 굽타

일상의 것을 예술로 이끄는 탐험가

<Love> 2014 Stainless steel structure, brass tongs 175.26(h)×53.34×162.56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인도가 낳은 거장 ‘수보드 굽타’

<Black and White Drum> 2013 White marble, black granite 88.5(h)×58.6×58.6cm each Installation View at ARARIO GALLERY Seoul, 2014 Courtesy of Arario Gallery

장 미셸 바스키아에게 ‘블랙 피카소’란 별칭이 따라붙듯, 뛰어난 예술가에겐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의 이름이 별명으로 사용되곤 합니다. 여기 동시대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데미안 허스트를 별명으로 가진 예술가가 있습니다. 바로, ‘인도의 데미안 허스트’라 불리는 수보드 굽타(Subodh Gupta)입니다. 기성품을 레디메이드 하거나, 해골 설치 조각을 완성한 까닭에 연상작용으로 이런 칭호가 붙은 것입니다.

하지만 굽타는 “데미안 허스트를 존경하지만 나를 수보드 굽타,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발언을 통해 ‘제2의 누군가’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소신을 표현합니다. 바람대로, 자신의 이름을 대표 현대예술가 반열에 올려놓은 수보드 굽타의 면면을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준비한 열두 번째 Brilliant Ideas 에피소드를 통해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부엌’에서 예술을 발견하다

<5 offerings for the greedy gods>(detail) 2006 Stainless steel utensils 450(h)× 1000×400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수보드 굽타는 인도 비하르주에 있는 카구알이라는 가난한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불교의 발원지로써 중요한 불교 순례지 중 하나인 비하르는, 아이러니하게도 인도 내에서는 가장 골칫덩어리 지역입니다. 극심한 카스트의 정치세력화, 각종 부패와 부조리의 만연, 유괴, 강탈, 폭력 등으로 악명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역에서 풍족하지 못한 유년시절을 보낸 작가가 행복을 찾은 곳은 어머니와 함께 식사한 ‘부엌’이었습니다. “나는 우상도둑(idol thief) 입니다. 힌두교의 삶과 부엌에서 이미지를 훔쳐오며, 힌두교에서 부엌은 기도실 만큼 중요합니다”고 말하며, 부엌을 신성이 깃든 장소라는 견해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부엌이라는 공간과 부엌에서 사용하는 식기는 계급 구분 없이 모두가 이용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도 하층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스틸, 황동제 고물 식기를 이용해 인도의 이면을 그려냅니다. 그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인 거대 해골 조형물은 식기로 탄생한 작품입니다. 직접 인도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그릇들로 만들어진 작품은 인간이 겪는 양가감정을 담아냅니다. 삶의 흔적인 그릇들로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을 표현하여 '생과 사'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공존시킵니다. 동시에, 가장 일상적인 식기를 통해 죽음 앞에서 모두가 평등한 이미지를 구현해 인도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카스트제도를 꼬집고 있기도 하죠.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는 인도, 그 이면에 존재하는 진실인 카스트제도를 그릇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로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Untitled>(detail) 2013 Oil on canvas 20×25×0.5cm, 25×30×2.5cm (with frame) Courtesy of Arario Gallery

부엌에 관한 굽타의 또 다른 기억은 음식찌꺼기입니다. 빈곤층이었던 그의 가정에서 어머니는 여타 다른 인도의 어머니들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와 아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었습니다. 힌두교가 90%를 차지하는 인도사회에선 카스트 제도로 인해 타인의 침이 섞인 음식을 불경스러운 것으로 취급됩니다. 이런 음식을 어머니가 먹었다는 것은, 그만큼 인도 사회에서 여성인권이 낮다는 것을 증명하는 예이기도 하죠. 굽타는 이러한 불합리한 인도 문화를 <Untitled>(2013)을 통해 드러냅니다. 음식찌꺼기가 담긴 그릇은 작가가 주로 사용하던 스테인리스 스틸이 아닙니다. 금장을 두른 고풍스러운 그릇은 19세기 말부터 백 년간 인도를 지배한 영국인들의 식문화를 연상시킴과 동시에 그 안에 담겨있는 말라붙은 음식 찌꺼기들은 이질적 느낌을 자아냅니다. 게다가 음식찌꺼기를 바라보는 금장 그릇에선 권위적 시선마저 느껴집니다. 굽타는 두 개의 상반되는 이미지를 공존시켜 자신이 성장하면서 느낀 인도 사회에 지배와 피지배, 전통과 현대, 복잡한 문화의 층위 등 교차점을 일상적 풍경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인도에 대해 말하다

<Swallow Everything Whole>(detail) 2013 Glass vitrine, marble, silver spoon with concrete 33.5(h)×36×22.5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굽타는 인도를 떠난 적이 없습니다. 인도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하였고, 여전히 뉴델리에서 작업하고 있을 만큼 그에게서 인도는 분리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는 인도의 화려함, 성장한 모습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성장 이면에 가려진 인도의 모습에 비판적으로 접근합니다.
인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카스트제도입니다. 폐지됐지만 여전히 인도사회에 뿌리 깊게 존재하는 이 제도의 영향으로 인도인들은 첫 만남에 타인의 직업을 물어보는 등 신분을 파악하려는 모습을 습관처럼 내비칩니다. 그중 불가촉천민은 카스트제도 최하위에 위치한 계급입니다. 출생과 동시에 모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계급제도의 불합리함을 굽타는 주목합니다. 그는 식기의 높낮이와 재료를 달리하여 제도를 은유적으로 비판하고, 수많은 낡은 식기와 물이 샘솟는 수도꼭지를 통해 모두에게 평등하게 공급되는 물조차 계급을 나누는 카스트 제도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냅니다.

<The Mechanized Cows>(detail) 2014 two life-sized Royal Enfields, cast bronze life-size Installation View at ARARIO GALLERY Seoul, 2014 Courtesy of Arario Gallery

작가에게 오토바이 또한 인도의 이면을 드러내는 물체입니다. 양쪽 균형이 무너질 정도로 오토바이에 물건을 잔뜩 싣고 이동하는 모습, 하나의 오토바이에 4인 가족이 매달려가는 모습은 인도에 흔히 있는 풍경입니다. <The Mechanized Cows>(2014)는 영국 정통클래식 바이크사인 로얄엔필드(Royal Enfields)의 구모델인 불렛(Bullet)을 브론즈로 캐스팅해, 정교하게 도금한 우유병을 가득 달아 놓은 작품입니다. 브릭스(BRICs)라 불릴 정도로 비약적 성장을 이룩한 인도지만,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많은 인도인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저의 레퍼런스에 인도문화적 색채가 짙게 드리워져 있지만, 이것들은 지역적 언어와 세계적 언어를 합쳐 놓은 것입니다. 제 작품 안에서 모든 사람은 삶의 패러독스를 이해할 수 있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는 이유에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우리 옛말에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듯, 한 나라의 문화적 특색이 짙은 것일지라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습니다. 작품에 짙은 인도적 색채가 있음에도, 수보드 굽타가 세계적 예술가 반열에 올라가게 된 계기가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요? ■ with ARTINPOST

  • <The Mechanized Cows> 2014

    two life-sized Royal Enfields, cast bronze life-size Installation View at ARARIO GALLERY Seoul, 2014 Courtesy of Arario Gallery

    <The Mechanized Cows> 2014 two life-sized Royal Enfields, cast bronze life-size Installation View at ARARIO GALLERY Seoul, 2014 Courtesy of Arario Gallery
  • <The Mechanized Cows> 2014

    two life-sized Royal Enfields, cast bronze life-size Installation View at ARARIO GALLERY Seoul, 2014 Courtesy of Arario Gallery

    <The Mechanized Cows> 2014 two life-sized Royal Enfields, cast bronze life-size Installation View at ARARIO GALLERY Seoul, 2014 Courtesy of Arario Gallery
  • <The Mechanized Cows>(detail) 2014

    two life-sized Royal Enfields, cast bronze life-size Installation View at ARARIO GALLERY Seoul, 2014 Courtesy of Arario Gallery

    <The Mechanized Cows>(detail) 2014 two life-sized Royal Enfields, cast bronze life-size Installation View at ARARIO GALLERY Seoul, 2014 Courtesy of Arario Gallery
  • <The Mechanized Cows>(detail) 2014

    two life-sized Royal Enfields, cast bronze life-size Installation View at ARARIO GALLERY Seoul, 2014 Courtesy of Arario Gallery

    <The Mechanized Cows>(detail) 2014 two life-sized Royal Enfields, cast bronze life-size Installation View at ARARIO GALLERY Seoul, 2014 Courtesy of Arario Gallery
  • <Love> 2014

    Stainless steel structure, brass tongs 175.26(h)×53.34×162.56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Love> 2014 Stainless steel structure, brass tongs 175.26(h)×53.34×162.56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 <Love> 2014

    Stainless steel structure, brass tongs 175.26(h)×53.34×162.56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Love> 2014 Stainless steel structure, brass tongs 175.26(h)×53.34×162.56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 <Love>(detail) 2014

    Stainless steel structure, brass tongs 175.26(h)×53.34×162.56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Love>(detail) 2014 Stainless steel structure, brass tongs 175.26(h)×53.34×162.56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 <No Title(Golden Potatoes)> 2013

    Glass vitrine, wood, bronze potatoes 24k gold plated 33.5(h)×36×22.5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No Title(Golden Potatoes)> 2013 Glass vitrine, wood, bronze potatoes 24k gold plated 33.5(h)×36×22.5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 <No Title(Golden Potatoes)>(detail) 2013

    Glass vitrine, wood, bronze potatoes 24k gold plated 33.5(h)×36×22.5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No Title(Golden Potatoes)>(detail) 2013 Glass vitrine, wood, bronze potatoes 24k gold plated 33.5(h)×36×22.5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 <Swallow Everything Whole> 2013

    Glass vitrine, marble, silver spoon with concrete 33.5(h)×36×22.5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Swallow Everything Whole> 2013 Glass vitrine, marble, silver spoon with concrete 33.5(h)×36×22.5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 <Swallow Everything Whole>(detail) 2013

    Glass vitrine, marble, silver spoon with concrete 33.5(h)×36×22.5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Swallow Everything Whole>(detail) 2013 Glass vitrine, marble, silver spoon with concrete 33.5(h)×36×22.5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 <Swallow Everything Whole>(detail) 2013

    Glass vitrine, marble, silver spoon with concrete 33.5(h)×36×22.5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Swallow Everything Whole>(detail) 2013 Glass vitrine, marble, silver spoon with concrete 33.5(h)×36×22.5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 <Black and White Drum> 2013

    White marble, black granite 88.5(h)×58.6×58.6cm each Installation View at ARARIO GALLERY Seoul, 2014 Courtesy of Arario Gallery

    <Black and White Drum> 2013 White marble, black granite 88.5(h)×58.6×58.6cm each Installation View at ARARIO GALLERY Seoul, 2014 Courtesy of Arario Gallery
  • <Black and White Drum>(White Drum) 2013

    White marble 88.5(h)×58.6×58.6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Black and White Drum>(White Drum) 2013 White marble 88.5(h)×58.6×58.6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 <Untitled>(detail) 2013

    Oil on canvas 20×25×0.5cm, 25×30×2.5cm (with frame) Courtesy of Arario Gallery

    <Untitled>(detail) 2013 Oil on canvas 20×25×0.5cm, 25×30×2.5cm (with frame) Courtesy of Arario Gallery
  • <5 offerings for the greedy gods>(detail) 2006

    Stainless steel utensils 450(h)× 1000×400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5 offerings for the greedy gods>(detail) 2006 Stainless steel utensils 450(h)× 1000×400cm Courtesy of Arario Gallery

Profile

수보드 굽타

수보드 굽타(Subodh Gupta)는 1964년 인도의 바하르 주 카구알이란 가난한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파트나 미술대학(1983-1988)에서 수학한 후 24세의 어린 나이, 뉴델리로 상경해 작품에 정진한 그는 유수 비엔날레를 통해 명성을 얻은 후 세계 각지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명실공히 인도 현대미술의 대표작가 중 하나인 굽타는 종종 인도의 마르셀 뒤샹, 데미안 허스트로 불리기도 합니다. 기존의 오브제로 레디메이드하거나 해골 설치조각을 만드는 까닭에 붙은 별명입니다. 굽타는 퍼포먼스, 조각, 설치, 회화 등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면서 인도의 삶과 문화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가정 주방용 스테인리스 기구들을 작품에 들여오는데, 겉으로는 빛나는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안은 텅텅 비어 있는 시각적 모순을 표출합니다. 이는 한편으로 너무나 풍족하지만, 반대편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곤한 생활의 모습들이 두드러지는 인도의 현 상황, 더불어 현재 전 세계의 양상을 꼬집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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