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37: 삼손 영
사운드로 그리는 그림

예술을 디제잉하다

라이브 퍼포먼스, 영상, 사운드 드로잉 등, 홍콩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작가 삼손 영(Samson Young)의 작품은 여러 장르를 오가지만, 그 뒤에는 이 모든 것을 한군데로 묶어주는 ‘음악’이 존재합니다. 그에게 음악이란 작업을 숨 쉬게 하는 심장 같은 존재입니다. 이미지와 사운드를 결합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작품을 선보이는 영은 마치 음악을 디제잉하듯 다양한 장르를 실험적으로 뒤섞습니다.
“만약 예술에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일일 것입니다”라며 작품에 본인의 작업 모토를 그대로 담아내는 삼손 영을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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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손 영의 음악에 대한 관심은 호주에서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음악을 향한 열병을 앓듯, 모든 악기에 관심을 갖고 연주해본 이 시절의 경험은 현재 삼손 영 작업세계의 탄탄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 정식으로 작곡을 공부한 그는 다양한 음악가들 사이에서 영감을 얻었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예술적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음악을 사용한 실험이 계속될수록 그의 작업은 음악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점차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는 그의 손길이 닿은 여러 장르 중 하나입니다. <Memorizing the Tristan Chord>(2013)는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Richard Wagner)의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에 기반한 작품입니다. 삼손 영은 전통적인 작곡의 형식을 벗어난 이 곡을 70명의 참가자에게 카메라 앞에 서서 각자 원하는 중국어 가사를 붙여 부르도록 했습니다. 곡의 코드는 그대로 유지한 채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가사를 부르게 한 것입니다. 어떤 참가자들은 원곡의 가사를 그대로 부르기도 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정치, 역사, 일생생활 등 자신이 현재 생각하고 있는 이슈를 즉흥적으로 뱉어내며 음악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곡에 개개인 특유의 색깔을 입혔습니다. 이렇게 예술을 통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삼손 영에게 예술은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세상에 존재하는 복잡한 이슈들을 풀어나가는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는 관중들과 이 여정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So you are old by the time you reach the island>(2016)는 ‘2016 홍콩아트바젤(Art Basel Hong Kong 2016)’의 커미션 작품입니다. 역시 관객과 인터랙트 하는 작품으로, 참가자들은 60분 동안 삼손 영이 홍콩 도심 속 미리 짜놓은 루트를 걷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장소는 2014년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이 일어난 곳으로 사회적, 역사적으로도 깊은 의미를 갖습니다. 출발 전 받은 라디오, 지도, 나침반 등 길을 찾는 데 필요한 키트를 이용해 목적지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참가자들은 곳곳에 숨어있는 라이브 퍼포먼스와 녹음된 사운드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전화번호를 받게 되는데, 이 번호로 전화하면 고가도로 위에 서 있던 삼손 영이 전화를 받고 참가자 한 명 한 명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뜻깊은 장소에서 대중과 소리로 교류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하고자 하는 그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새로 여는 예술의 지평

삼손 영은 실험적 음악과 사운드, 현대미술을 오가는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데 작업을 위해 진행하는 심도 깊은 리서치가 눈에 띕니다. 특히 그는 장소의 역사에 대해 연구하고 청각을 통해 그 역사를 알리는 것을 중요시 여깁니다. <Liquid borders>(2012-2014)는 ‘사운드 드로잉’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연 작품입니다. 홍콩 정부가 중국 대륙과의 국경선을 개방하기로 결정한 2012년 시작된 작품으로, 그는 당시 국경을 중심으로 고조된 불안감에 집중했습니다. 국경선 위로 길게 펼쳐진 철조망 길을 따라 무작정 걷는 것으로 리서치를 시작한 영은 외부에서 전달되는 철조망의 진동을 느꼈고, 나아가 철조망이 지니고 있던 기록의 아카이브를 만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히 추상적일 것이라고, 혹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을 철조망의 소리는 의외로 낮고 고요한 소리로 영을 새로운 형태의 상상 속으로 이끌었습니다. 철조망과 주변의 환경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녹음한 후 음성 합성을 통해 악보화 한 그는 이것을 다시 그래픽적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정부가 발간한 국경 지역에 대한 책자, 사진과 지도 등을 사용해 소리 위에 드로잉을 덧입힌 작품은 음악과 미술을 결합한 새로운 장르로의 지평을 열었습니다.

2015년 영은 뉴욕 미술계에도 본인의 이름을 새겼습니다. 그가 뉴욕 데뷔전에서 선보인 <Nocturne>(2015)은 여느 작가들의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형태로 관람객에게 다가갔습니다. 인터넷에서 수집한 세계 각지의 폭격 영상에서 먼저 소리를 지운 그는 갤러리에 선풍기, 플라스틱 통 등 생활용품을 가져와 그것들로 폭발음과 비슷한 소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컴퓨터를 거친 일상의 소리는 전시된 영상과 어우러져 새로운 광경을 연출했습니다. 이는 지구 곳곳에 늘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전쟁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에 대해 꼬집고 더불어 은유적으로 정치적 이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담은 것입니다. 단순히 소리와 음악을 넘어 수많은 장르를 오가며 대중의 예술적 욕구를 채워주는 삼손 영은 이 시대의 보기 드문 예술가입니다. “제 작업은 한 곳에 머물지 않아 통일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소리를 사용해 작업하는 것이 가장 즐겁고 행복합니다” 라고 말하는 그는 뛰어난 음악가인 동시에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는 미술가입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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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zing the Tristan Chord (2013), Sound,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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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You Are Old By the Time You Reach the Island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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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You Are Old By the Time You Reach the Island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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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cturne (2015), On-site radio broadcast, video, 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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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ic Company Laptop Orchestra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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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haft (2015 - ), Landscape sound sket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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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rawings, Samson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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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rawings, Samson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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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rawings, Samson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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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rawings, Samson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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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삼손 영(Samson Young)의 예술세계는 ‘사운드와 시각적 이미지의 조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는 퍼포먼스, 라디오 방송, 영상, 설치 그리고 사운드 드로잉 등 매체를 혼합하는 실험으로 창작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완성된 그의 작품들은 갈등과 전쟁, 정치적 이슈를 위트있게 다룹니다.
1979년 홍콩에서 태어난 삼손 영은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에서 철학과 젠더스터디를, 프린스턴 대학교(Princeton University)에서 작곡을 공부한 후 현재 작품활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뒤셀도르프 미술관(Kunsthalle Dusseldorf), 히로시마 현대미술관(Hiroshima City Museum of Contemporary Art)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고 ‘다름슈타트 음악제(Internationale Ferienkurse fur Neue Musik Darmstadt)’, ‘홍콩예술제(Hong Kong Arts Festival)’ 등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오가며 여러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홍콩관 작가로 선정돼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Bloomberg Brilliant Ideas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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