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22: N.S. 하샤
인도를 말하는 이야기꾼

위트로 소통하는 작품세계

N.S. 하샤(N.S. Harsha)는 인도 남부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은 인도의 전통 세밀화에 현대적 변화를 줘 예술적, 조형적 회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관찰자로서 또는 사상가로서 관객에게 위트와 이야기를 담는 작품을 선보이는 그는 인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과 차밭 등 대지의 질감,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또한 그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회화, 조각, 설치 작품들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경계와 장벽을 연구하고 관객들이 지식과 신념, 세력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한 후 반응을 기다리는 요리사처럼 관객들의 반응이 항상 기다려진다는 하샤. 인도를 그리는 N.S. 하샤와 그의 작품세계를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Episode 스물두 번째 이야기에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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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샤의 작품은 인도 전통 세밀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많은 인도인이 믿는 힌두교의 아이콘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새로이 바라봄으로써 인도의 전통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고자 합니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이 전통에 맞서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인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의식이나 행사, 또는 종교적 일들에 적극 참여하지는 않지만, 그는 자신이 자란 인도 문화 전통을 중요시 여기고 숭배합니다. 나아가 인도 전통은 작가의 깊은 곳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그를 이루는 중심 역할을 합니다.
이런 하샤가 인도 전통 세밀화에 새로운 입김을 불어 넣는 이유는 ‘현대적’인 것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미니멀한 추상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지녔을 뿐 아니라, 일본 망가에서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깨어있는 시각을 유지하고자 하는 그는, 동시에 종교 속에 내재된 특성이 사람들의 삶을 어떤 식으로 독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는 등 전통문화를 중시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하샤의 작품은 인도 전통 세밀화의 형태는 유지하면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인도의 일상생활 모습을 담아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관객에게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방식으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줍니다.

또 그의 작품은 개인 전기의 요소를 그의 경험담과 세상의 사회정치적 상황과 엮어냅니다. <Nations>(2007)는 국제연맹 UN에 가입된 나라들의 국기를 만들거나 고치고 있는 192개의 재봉틀을 나열해 놓은 작품입니다. 그는 작동하고 있는 재봉틀을 보여줌으로써 현대사회와 그 안에서 과거에 머물고 있는 인간의 노동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또 다른 작품<A macro economic dispute on price band of Rs 30 to 60 per day>(2004) 역시 정치와 노동에 관한 작품입니다. 전통 세밀화 형식을 유지하는 이 작품은 농부의 제방, 그리고 논 속에 반쯤 발을 담그고 있는 사업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현대 인도 사회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역동적인 경제 상황과 그것을 위해 소비되는 인적 손실에 대해 말합니다. 이렇게 작가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약간의 모호함과 가벼움으로 다뤄 관객에게 조금 더 쉽게 다가갑니다.
엉뚱한 스토리텔러

“저는 제 작품을 수많은 틈과 미진함으로 채웁니다. 저는 관객을 리드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다소 엉뚱한 이 말은, 하샤가 작품에 담는 자신의 생각입니다. 일상생활의 경험에서 나오는 어렴풋한 생각에서 영감 받아 작업을 시작한다고 말하는 그는, 작품이 항상 명료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작가의 작품이 지니는 의도적인 모호함은 그것을 더 재미있게 만들고 작가 본인도 그것을 즐기는 듯합니다.
하샤의 작품은 멀리서 봤을 때 모호함과 더불어 크게 특별할 것 없이 밋밋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백 가지의 이야기와 미스터리를 말합니다. 이것은 크게 보면 그저 거대한 인구가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나라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곳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이 가진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는 인도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보여줍니다. 2014년 작품 <Mooing Here and Now>는 뚜렷하지 않은 끝맺음과 일정치 않은 형태로 이루어진 회화작품으로 잠수부가 우유 짜는 장치를 소에 연결시키고, 코끼리가 그 소를 쫓아가는 형상을 보여줍니다. 이는 기술이 점점 발전되는 인도 사회의 종교, 공업과는 뗄 수 없는 인간과 동물 간의 관계를 나타냅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초현실적인 이미지는 그 이면에 인도의 경제와 문화 상황을 나타내며 하샤 작품의 특성을 보여줍니다.

하샤의 초기 작품들은 동화나 구전 민요의 영향을 받아 표현주의적인 성향을 보여주지만, 시간이 지나 ‘흔적을 남기는 것’에 관심을 보이며 작품에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개성 있는 사람들, 형태 등을 한데 모아놓고 그 안에서 일상의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상호관계를 찾습니다. 단순히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 큰 그림 안의 작은 형태 하나하나에 대한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 중점을 둡니다. 보통 흐름이 빠른 수채화 물감, 또 나무, 파우더, 사진, 쌀 등과 같은 다양한 재료로 작품을 완성하는데, 이런 독특한 재료들을 통해 단순히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려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는 재료들을 단순한 물체가 아닌 공간을 대하듯 하며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내용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본인의 작품에 담아 그들의 여정을 보여주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엉뚱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뚜렷한 하샤, 이것이 아마 그가 인도의 스토리텔러로 알려진 이유일 것입니다.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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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give us a speech(detail)> 2008
Acrylic on canvas 182.88×182.88cm(6 panels);overall dimension 182.88×1,097.2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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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give us a speech> 2008
Acrylic on canvas 182.88×182.88cm(6 panels);overall dimension 182.88×1,097.2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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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s(detail)> 2007
Sewing machines, threads, acrylic on canvas Size 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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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s> 2007
Sewing machines, threads, acrylic on canvas Size 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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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s> 2007
Sewing machines, threads, acrylic on canvas Size 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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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ah dhikhanaywale thay, hai, rahengay(detail)> 2013
Acrylic on canvas 189.9×149.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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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ah dhikhanaywale thay, hai, rahengay> 2013
Acrylic on canvas 189.9×149.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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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masha(detail)> 2013
Fibre glass Size 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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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masha> 2013
Fibre glass Size variable
Profile

1969년 인도에서 태어난 N.S. 하샤(N.S. Harsha)는 인도 전통 세밀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풍부한 색감의 아크릴 회화를 완성합니다. 거대한 화폭 위에 섬세한 손길로 인물을 창조해내는 하샤는, 대담한 터치로 복잡하게 뒤얽힌 사람 간의 관계를 그려냅니다. 이렇게 탄생한 하샤의 인물들은 교활해 보이거나 혹은 상대에 대한 지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독특한 것에 주목하거나, 웃기고 이상한 사건, 역동적인 것에 흥미를 느끼는 듯 보입니다. 이렇듯 그의 회화가 다양한 인도인의 생활상을 그려냈다면, 조각 작품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협업으로 만들어지며 정치적 시각을 강하게 담습니다.
인도 마이소르(Mysore)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하샤는 1995년, 늦은 나이에 미술에 입문한 게 무색할 정도로 달라스 미술관(Dallas Museum of Art),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Victoria Miro Gallery, London)를 포함 여러 곳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아르테스 먼디 상(Artes Mundi Prize) 수상, ‘2006년 싱가포르 비엔날레(Singapore Biennale 2006)’를 비롯해 국제 전시 참가 등 화려한 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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