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5:
안규철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2015년 9월 15일 ~ 2016년 5월 2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 5 전시실

<현대차 시리즈>, 두 번째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 주인공은 삶과 예술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개념적 작품을 건축적으로 표현하고 구성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안규철 작가입니다. 안규철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하고 약 7년간 <계간미술>에서 기자로 일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학교에서 학부와 연구 과정을 밟았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작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조각과 설치 작품의 경계를 오가며 삶과 예술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독자적 개념과 철학을 표현해 왔습니다.
2000년대 이후부터 그는 텍스트, 설치, 조각, 퍼포먼스, 드로잉 등 예술의 장르를 넘나들며 하나의 양식이나 주제로는 묶을 수 없는 총체적 예술 활동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에서 글쓰기와 텍스트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그는 이를 조형적 오브제와 설치물과 더불어 하나의 소재나 형식으로 활용합니다. 그의 작품은 예술가의 사회적 의미와 역할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라는 주제로 아우를 수 있습니다. <현대차 시리즈: 안규철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는 정신적 가치와 미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서 출발하여, 현시대의 보편화된 고민과 생각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관객의 참여로서 응답을 구하고자 했습니다.
고립과 격리, 비움과 채움으로 완성한 공간
전시는 총 8점의 신작으로 구성되었고, ‘고립’ ‘격리’ ‘비움과 채움’이라는 특성으로 공간은 완성되었습니다. 마종기 시인의 시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1980)를 인용한 전시의 제목은 지금 이곳에서 느껴지는 빈자리, 우리가 잃었거나 저 스스로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고 추억 속에서 불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64개의 방>, <1,000명의 책>, <기억의 벽>은 이번 전시 맥락에서 가장 핵심적인 작품들로, 가장 적극적으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협업을 통해 상호소통을 시도한 점이 특징적입니다.

<64개의 방>
<64개의 방>은 검푸른 벨벳 커튼으로 나뉘어진 64개의 작은 방을 이루는 작품입니다. 커튼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서면 어둡고 고요한 작은 공간 안에 홀로 서있게 됩니다. 그리고 부드러운 천을 젖히고 다음 방으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미로 같이 이어진 64개의 방은 이곳에 들어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경험을 불러 일으킵니다. 누군가는 두려움을 느끼고, 누군가는 다음 공간을 궁금해하고, 누군가는 숨을 고르고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작가는 전시의 주요한 키워드인 ‘고립’과 ‘격리’를 구현하기 위해 외부와 단절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관객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만나거나 오래된 기억을 고요히 불러낼 수 있길 바랬다고 합니다.

<1,000명의 책>
<64개의 방>은 관객이 각자의 경험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축적하는 작품이라면, <1,000명의 책>은 여러 관객의 공동 작업이 서서히 작품을 완성시키는 작업입니다. 본 작품은 전시 기간 동안 1,000명의 관객이 함께 국내외 문학작품을 연이어 필사하는 필경 작업 프로젝트입니다. 전시장 안, 즉 작품 내부에는 ‘필경사의 방’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안에 설치된 책상에서 작업자이자 관람객은 원고지와 펜을 받아 1시간씩 프란츠 카프카의 <성>, 이상의 <날개>,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같이 작가로부터 주어진 책을 필사합니다. 참가자는 작가의 웹사이트 (ill.ahnkyuchul.com)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한 후 참여할 수 있었고, 전시가 완료된 후 본 작품에 참여한 모든 분들께 필사본을 책으로 엮어 선물로 드림으로써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었습니다.

<기억의 벽>
<기억의 벽>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 그리워하는 것, 부재하는 것을 불러내고 누적하는 작품입니다. 관객은 주어진 종이 한 장에 본인이 가장 그리워하는 단어를 써넣고 이를 벽에 걸게 됩니다. 8,600개의 카드로 벽이 채워지면 그 위에 또다시 새로운 카드들이 걸리게 되면서 마치 카드섹션과 유사하게 시의 한 구절을 조금씩 드러내고 세상에서 가장 느린 애니메이션을 형상화 시키게 됩니다. 전시 이후에는 전시 기간 동안 모인 수만 개의 단어들이 정리되어 <사라진 것들의 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작가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오늘날 사람들이 잊어가는 혹은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자 했습니다.

약 8개월의 전시 기간 동안 작가는 관객과의 협업으로 작품들을 완성시키는 과정을 선보였습니다. 즉, 작품의 시각적이고 형태적인 특성과 함께 감각적이고 비물질적인 경험을 유기적으로 풀어냄으로써 여러 이면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평소 수동적으로 예술을 감상하던 관객은 ‘비어있는’ 전시실을 채워 나가기 위해 능동적으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유대감을 형성하고 작품의 완성 과정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관람자에서 주체자로, 개인에서 공동체로 전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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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마리 금붕어> 2015. 스테인리스 스틸, 기포 발생기, 수중 펌프, 모터, 물, 금붕어. 400x400x30cm
촬영: 이의록 (Euirock Lee),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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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와 조율사> 2015. 업라이트 피아노, 모니터, 퍼포먼스. 가변 크기.
촬영: 이의록 (Euirock Lee),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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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시리즈 2015: 안규철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전시 전경
촬영: 이의록 (Euirock Lee),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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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시리즈 2015: 안규철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전시 전경
촬영: 이의록 (Euirock Lee),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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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의 책> 2015.
촬영: 이의록 (Euirock Lee),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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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의 책> 2015.
촬영: 이의록 (Euirock Lee),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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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의 책> 2015.
촬영: 이의록 (Euirock Lee),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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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벽> 2015. 못, 종이, 철, 나무. 1400x520cm (벽면), 280x60x400cm (계단)
촬영: 이의록 (Euirock Lee),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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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벽> 2015. 못, 종이, 철, 나무. 1400x520cm (벽면)
촬영: 이의록 (Euirock Lee),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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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벽> 2015. 못, 종이, 철, 나무. 1400x520cm (벽면)
촬영: 이의록 (Euirock Lee),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현대자동차와 국립현대미술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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