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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Ideas Episode #3:
마이클 주

독특한 해석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수수께끼 미술가

<Indivisible(Detail)> 2012 Polycarbonate riot shields, plasticine, stainless steel wire 609.6×914.4×762cm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해체와 구축으로 정체성을 탐하다

<Dissembled(Detail)> 2013 Low iron glass, pit fired ceramic Installed dimensions variable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마이클 주는 조각,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 설치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입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 정체성, 자연, 인간, 정치는 마이클 주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빠져서는 안 되는 키워드입니다. 그의 작품은 하나의 정체성으로부터 보편적인 것으로 확장되거나 전혀 다른 것으로 탈바꿈되는 것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 까닭에 그는 수수께끼 같은 현대 미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대중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준비한 Brilliant Ideas 세 번째 에피소드에는 작품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과 치열한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마치 작품에 수많은 해석과 의미들을 숨겨놓은 것처럼 그가 품은 열정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확장된 가능성과 열린 잠재력

Michael Joo

1966년 뉴욕에서 태어나 지금도 뉴욕 레드후크에서 작품을 완성하는 마이클 주는 작가가 되기 전 과학자로 활동했던 특이한 이력을 지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는 자신의 작업실을 실험실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에 걸맞게 그 공간에는 다양한 실험과정에 놓인 오브제들이 곳곳에 비치돼 있는데요, 가능성과 잠재성을 열어둔 채 작업하는 태도 덕분에 예상보다 많은 오브제가 버려지기도 하지만 그중 어떤 것은 훌륭한 작품으로 발전합니다. <Imperfected>(2010)도 그렇게 완성됐습니다.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과 오브제들은 어떻게든 서로 영향을 미치며 공존한다고 믿는 작가는 “나의 작업은 가능성과 잠재성에 대한 것이며, 예상치 못한 결과마저 수용하는 것 또한 작업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합니다.
한편 그의 작품에 꾸준히 등장하는 모티프로 자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연에서는 완벽하게 균형 잡힌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들을 잘라서 다시 균형을 만드는’ 마이클 주. 이를 대표하는 작품 <Improved Rack>(2008)은 대칭된 동물의 뿔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Michael Joo

이는 사슴뿔과 철의 가공품으로 그가 뿔과 철을 직접 자르고 접합시켜 완벽하게 대칭된 형태로 재창조한 것입니다. 또한 <Tree>(2001)는 ‘제49회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으로, 역시 같은 방식으로 나무를 해체한 뒤 재구축하는 특유의 방식으로 완성한 작품입니다. 분명 자연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인위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순환, 인간과 자연의 관계, 연계성에 대한 주제를 환기시킵니다.
마이클 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일컬어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예술가라고 말합니다. 한국인의 모습으로 미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그만의 정체성은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Mongoloid-Version B-29 (Miss Megook Decals #1-6)>(1993)를 예로 들어 볼까요. 한국전쟁에 사용된 비행기에 그는 ‘미국 아가씨’라 적힌 글과 여장을 한 자화상을 그림으로써 모호한 성 정체성과 동서양 문화의 충돌과 편견을 담았습니다.

나와 당신, 그리고 세상이 만나는 곳

Michael Joo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지각하는가에 관심 많은 작가는 거울처럼 비추는 소재를 작품에 사용합니다. 올해 ‘샤르자비엔날레’에서 선보인 <Locale Inscribed>(2014-2015)는 그 대표적 작품 중 하나입니다.
작품은 굴곡지거나 울퉁불퉁한 거울면들로 세상을 비춥니다. 즉 그것들이 위치하고 있는 공간을 담아내면서 ‘움직이는 건축물’이 되기도 합니다. 관객들은 작품에 비친 왜곡된 자신의 이미지와 마주하게 되는데, 또렷하지 않은 그 이미지들은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재인식을 넘어 우리의 존재 자체까지 생각하도록 합니다. 결국 작가는 자신의 주제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작품의 일부로 초대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입니다. 많은 현대 미술가들의 주요 쟁점이기도 합니다.
한편 <Locale Inscribed>는 사람과 도시, 그리고 시간성 또한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샤르자비엔날레’를 위해 여러 장소를 방문했던 작가는 고대 관개수로를 따라 걸으며 대지와의 친밀함과 함께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강하게 느꼈는데, 본인이 경험한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을 관람객에게도 전달하기 위해 전시장 바닥에 수로를 만들고 벽을 은으로 칠했습니다. 관람객 역시 수로를 따라 걸으면서 자신과 세상을 비추는 벽을 마주하며 과거를 뒤로한 채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경험 등 자기만의 인식을 하도록 말이지요.

Michael Joo

마이클 주는 실크스크린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미국 브롱스뮤지엄에서 소개한 <Suture>(2014)은 그가 4개월에 걸쳐 어퍼 맨하탄과 브롱스 지역을 촬영한 것입니다. 그는 이 사진들이 로르샤흐(Rorschach. 좌우 대칭의 불규칙한 잉크 무늬를 보고 어떤 모양으로 보이는지를 말하게 해 그 사람의 성격, 정신 상태 등을 판단하는 인격 진단 검사법)와 같은 이미지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디지털 작업을 거쳐 사진을 반복하고 재 위치시키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여기에 질산은으로 거울 효과를 내고, 실크스크린을 이용해 거대 규모 캔버스에 옮겨왔습니다. 이 작품은 조각과 사진이라는 두 매체를 합치시키고, 매체와 시간 간의 경계를 흐트러트리려는 시도이면서, 브롱스라는 특정 지역이 지닌 독특한 풍경에 대한 작가의 헌사입니다. 마이클 주는 이 작업을 통해 공간과 환경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관심을 표현할 뿐 아니라, 공간과 환경에 반하거나 공존하고픈 인간의 욕망을 그려내고자 합니다.
한편 2006년 개인전에서 선보인 <God III>(2006)는 알래스카 오일 파이프라인의 양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는 광고판입니다. 그 위에는 ‘0.0273 calories’라 쓰여 있습니다. 인간이 파이프라인의 총 길이인 400마일을 따라 걸을 때 1000분의 1초당 소비되는 0.0273 칼로리를 텍스트로 보여준 작품은 광고, 과학, 상업, 에너지에 대한 그의 관심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Michael Joo

작가의 작업은 명확한 내러티브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시각적으로 낯선 느낌을 준다는 것에서 신비로우면서도 흥미롭고 또한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가혹한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다양한 재료와 주제를 다루는 것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주는 훌륭한 현대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작가는 독특한 접근 방식을 즐기는 것일 뿐, 사실 그에게 있어서 몰드를 이용한 조각 작품이나 사람의 에너지 소모량을 수치화하는 평면작업은 내용적으로 크게 다른 작업들이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그가 생각하는 ‘다름’이란, 각자가 경험하는 세상과 인식 차원의 문제인 것입니다.
마이클 주에게 예술이란 무엇일까요? 작품에 의미나 의도들을 숨겨 넣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재창조하고 싶다는 그는 자신의 경험이 관람객과 만나 특별한 공명을 일으키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에게 예술은 ‘어떤 특정한 것으로 한정 짓는 것에 대해 반항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작가도 사라지고 관객도 사라지는 구분이 사라지는 그 장소에서 그와 우리는 또 어떠한 이야기를 해 볼 수 있을까요? ■ with ARTINPOST

  • <Untitled> 2013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Untitled> 2013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 <Untitled> 2013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Untitled> 2013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 <Dissembled(Detail)> 2013

    Low iron glass, pit fired ceramic Installed dimensions variable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Dissembled(Detail)> 2013 Low iron glass, pit fired ceramic Installed dimensions variable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 <Dissembled> 2013

    Low iron glass, pit fired ceramic Installed dimensions variable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Dissembled> 2013 Low iron glass, pit fired ceramic Installed dimensions variable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 <Indivisible> 2012

    Polycarbonate riot shields, plasticine, stainless steel wire 609.6×914.4×762cm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Indivisible> 2012 Polycarbonate riot shields, plasticine, stainless steel wire 609.6×914.4×762cm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 <Indivisible(Detail)> 2012

    Polycarbonate riot shields, plasticine, stainless steel wire 609.6×914.4×762cm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Indivisible(Detail)> 2012 Polycarbonate riot shields, plasticine, stainless steel wire 609.6×914.4×762cm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 <Indivisible(Detail)> 2012

    Polycarbonate riot shields, plasticine, stainless steel wire 609.6×914.4×762cm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Indivisible(Detail)> 2012 Polycarbonate riot shields, plasticine, stainless steel wire 609.6×914.4×762cm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 <Doppelganger(Pink Rocianante)> 2009

    Bronze, enamel paint 195.6×193×111.8cm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Doppelganger(Pink Rocianante)> 2009 Bronze, enamel paint 195.6×193×111.8cm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 <Stubbs(Absorbed)> 2009

    Bronze, patina 186.7×210.8×121.9cm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Stubbs(Absorbed)> 2009 Bronze, patina 186.7×210.8×121.9cm Image courtesy by Kukje Gallery
  • Michael Joo <Locale Inscribed (Walking in the desert with Eisa towards the sun looking down)> 2014-2015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Michael Joo <Locale Inscribed (Walking in the desert with Eisa towards the sun looking down)> 2014-2015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Profile

1966년 뉴욕에서 태어난 마이클 주는 자연, 인간, 사회, 정체성 등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는 개념미술가입니다. 초기부터 나타난 정체성과 뿌리 등 본질적인 대한 끈질긴 탐구는 자연과 문명으로까지 확대되었고 현재 그는 이질적인 것들을 결합시키는 ‘하이브리드’ 개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도시와 같은 상충된 개념을 접합시킨 그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느낌을 선사합니다.

예일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마이클 주는 수많은 개인전과 단체전에 초대받았습니다. 특별히 2001년에는 서도호 작가와 함께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되었고 이외에도 아트바젤과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했습니다. 현재 2015 샤르자비엔날레 12와 휘트니미술관 개관전에 참여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구겐하임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등에 소장돼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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