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36: 마틴 크리드
비범한 예술의 실험

일상의 즐거움이 되다

“전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 영국의 작가 마틴 크리드(Martin Creed)는 말합니다. 대단한 것, 반드시 예술적인 것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아닌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실천에 옮기는 그의 작품은 자칫 아이들 장난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과연 예술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는 세계적 권위의 ‘터너상(Turner Prize)’을 거머쥘 만큼 명성을 갖췄습니다.
남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즐거움을 위해 작업하는 크리드는 ‘예술’의 역사를 새롭게 써가고 있습니다. 솔직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 마틴 크리드를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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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벽의 공간 안, 놓여진 물체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천장의 깜빡이는 전구만이 공간에 변화를 줍니다. 5초 간격으로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는 불빛에 전시장에 발을 딛는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합니다. <Work no.227: The lights going on and off>(2000)가 처음 등장했을 때 작품은 한눈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무엇을 봐야 하지?’ 혹은 ‘무엇을 해야 하지?’ 하고 생각하게 만들며 많은 사람들을 호기심에 빠트렸기 때문입니다. 작품은 영국의 권위 있는 미술상 ‘터너상’의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현대미술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정립시켰습니다. 크리드는 처음 ‘터너상’을 위해 작품을 만들어야 했을 때 눈앞이 깜깜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곧 자신이 어릴 적 전구 스위치를 껐다 켜는 장난을 좋아했다는 것을 떠올렸고 그것을 예술로 옮긴 것입니다.

크리드는 본인의 작업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혹은 그것이 얼만큼의 예술적 가치를 지니는지 개의치 않습니다. 그는 오직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하는 것뿐이고, 예술이란 원하고 필요로 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그의 작품은 우리가 흔히 ‘예술’이라고 여기는 것의 범주를 벗어나곤 합니다. 작품 <Work no.2708: Plastic Bags>(2016)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일상에 흔히 볼 수 있는 비닐봉지를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작품으로, 평소 집안에 모아두는 색색의 비닐봉지를 몇 년간 관찰한 그는 오랜 고심 끝에 나무 끝에 걸어놓아 일상의 모습을 예술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심오한 의미 대신 익숙한 모습을 담아내는 그의 작품은 마치 우리에게 일상의 보상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진실함을 전하다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느낌’이라고, 크리드는 믿습니다. 작가의 당시 느낌을 그대로 전하는 작품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그의 작품들은 꾸밈 없이 솔직합니다. <Work no.2630: Understanding>(2016)은 뉴욕 맨하튼을 내려다보는 25피트 높이의 거대한 작품입니다. ‘이해(understanding)’라는 단어가 멀리서도 눈에 띄는 작업의 스케일과는 달리 작업은 매우 사적인 곳에서 시작됐습니다. 바로 그의 양딸을 처음 만난 순간을 작품을 통해 되새긴 것입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존중하는 과정에서 ‘이해’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Work no. 2553: Border Control>에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여러 국경의 출입국 관리소를 촬영한 영상에는 ‘출입국 관리소(It’s a border control)’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가 등장합니다. “사람과 국가 간의 문제는 국경을 넘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말하는 그는 작품을 통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이슈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냅니다.

작품에 솔직함을 담는 그는 페인팅, 설치, 영상뿐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도 자신의 예술철학을 표현합니다. <Work no. 2470&2741: Princess Taxi Girl>(2016)은 영국의 모델이자 영화배우인 릴리 콜(Lily Cole)을 캐스팅해 만든 뮤직비디오입니다. 택시 안에서 입안에 음식물을 담고 있는 무표정한 여성들이 서서히 입을 벌리는 모습을 촬영한 뮤직비디오는 음악과 어우러져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그는 정기적으로 음악 앨범을 내고 밴드와 함께 라이브 공연도 합니다. 음악은 그에게 미술 작업을 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원동력이라는데, 미술만이 아니라 다른 세상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고 교류하는 것이야말로 그가 추구하는 진정한 예술입니다. 크리드의 작업은 미술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지하고 익숙한 모습은 아닙니다. 그러나 진실됨이 묻어나지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그의 실험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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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No. 88: A sheet of A4 paper crumpled into a ball> 1995
A4 paper Approximately 2in/5.1cm Diameter
Photo: Martin Creed ⓒ Martin Creed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Work No. 227: The lights going on and off> 2000
Dimensions variable; 5 seconds on/5 seconds off Installation at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NY, 2007 ⓒ Martin Creed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Work No. 850> 2008
Runners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at Tate Britain, London, England, 2008
Photo: Hugo Glendinning ⓒ Martin Creed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Work No. 2630: UNDERSTANDING> 2016
Red neon, steel Approx dims: 21 3/5×50×2 1/8ft / 658.6×1,524×66cm Base 25×25 feet at top / 33×33 feet at bottom Presented by Public Art Fund, May 4-October 23, 2016 at Pier 6, Brooklyn Bridge Park Courtesy the artist, Gavin Brown’s enterprise New York/Rome, and Hauser & Wirth
Photo: Jason Wyche, Courtesy Public Art Fund, NY ⓒ Martin Creed 2016 -
<Work No. 200: Half the air in a given space>(detail) 1998
White balloons Multiple parts, each balloon 30.5cm / 12in Diameter; overall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at Galerie Analix B & L Polla, Geneva, Switzerland, 1998 ⓒ Martin Creed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Work No. 232: The whole world + the work = the whole world> 2000
White neon 0.5×15.5m / 1.6×51ft
Installation at Tate Britain, London, England, 2000 ⓒ Martin Creed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Work No. 1092: MOTHERS> 2011
White neon, steel 500×1,250×20cm / 196 7/8×492 1/8×7 7/8in Installation at Hauser & Wirth London, 2011
Photo: Hugo Glendinning ⓒ Martin Creed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Work No. 610: Sick Film> 2006
33mm film, colour, sound, 1:133 aspect ratio 21 minutes ⓒ Martin Creed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Profile

마틴 크리드(Martin Creed)는 흔히 경험하는 일상과 주변 사물을 멀티미디어 작업으로 완성하는 작가입니다. 지난 30년간, 관람객과 비평가 모두를 당황시키거나 흥분하게 만든 탓에 그에겐 개념예술가란 수사가 따라붙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개념예술가라 불리는 것을 거부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표현주의 예술가라고 소개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예술에서 보이는 모든 개념적 근원은 ‘감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1968년 영국 웨이크필드에서 태어난 마틴 크리드는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작업활동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슬레이드 스쿨 오브 파인 아트(Slade School of Fine Art, London)을 졸업한 후 모스크바 현대미술관(Moscow Museum of Modern Art), 시카고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Chicago),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London) 그리고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rmory, New York)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01년 ‘터너상(Turner Prize)’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또한, 뮤지션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Thoughts Lined Up’을 포함 총 4장의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Bloomberg Brilliant Ideas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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