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26: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몸으로 관객을 깨우는 행위예술가

행위예술의 선구자

一二三
세계 2차 대전 이후 유고슬라비아의 공산당원으로 싸우며, 국민 영웅이 된 부모님 사이에 태어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는 유년 시절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군대식 훈육 등 엄격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성인이 되고도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일상의 도피처로 예술을 선택했습니다.
예술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아브라모비치는 자신의 신체를 매체로 사용, 강렬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고도의 의지력을 요구하는 행위를 통해 신체적 한계를 넘어 자신의 내면을 바라봅니다. 퍼포먼스 아티스트 1세대로서 21세기 행위예술의 대모라 불리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그를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Episode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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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가기 >고통을 넘어 바라보는 내면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는 온몸으로 극한의 상황을 표현합니다. 자신의 몸에 고통을 가하고 상처를 내는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이 정신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는 죽음, 두려움, 고통에 대한 주제를 다룹니다. 이는 공산당원으로 활동한 부모님과 종교에 심취해있던 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내 어린 시절은 종교와 공산주의에 대한 희생이 전부였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나에겐 비정상적인 의지력이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1973년과 1974년 사이 행해진 ‘Rhythm’ 시리즈는, 아브라모비치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몸을 도구로 사용해 고통과 희생을 보여주기 시작한 첫 작품입니다. <Rhythm 10>(1973)은 크기와 모양이 다른 20종류의 나이프를 하나씩 손에 쥐고, 펼쳐진 손가락 사이의 바닥을 빠른 속도로 오가며 찌르는 퍼포먼스입니다. 그는 나이프를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리듬’을 테이프에 녹음했는데, 보는 사람조차 아찔하게 만드는 이 위험한 행위를 통해 정신과 신체 사이의 관계를 시험하고 리듬의 개념 또한 재해석했습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Rhythm 0>(1974)에서는 72개의 사물을 놓고 본인 역시 인간이 아닌 하나의 대상이 됩니다. 관람객들은 전시된 사물인 그에게 어떤 행위도 가할 수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관람객들은 그의 몸을 장미 가시로 찌르고 목을 칼날로 베는 등 가혹 행위를 서슴없이 했습니다. 온갖 고통을 참아낸 그의 퍼포먼스는 관람객의 의식을 테스트하는 동시에 수많은 여성들의 아픔과 인내를 대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나치게 강렬한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는 마치 관람객에게까지 고통이 전달되는 듯하지만, 단순히 극한의 상황을 연출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그는 티베트에서 명상을 배우고 아시아의 샤머니즘 등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등 퍼포먼스의 깊이를 더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습니다. 정신적인 가르침을 통해 본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를 통해 얻는 깨달음을 격렬한 퍼포먼스로 재현하는 것입니다. 한계를 넘는 행위를 통해 그는 다시금 자아를 성찰하고 내재된 많은 주제들을 몸으로 분출해냅니다.
예술로 승화된 삶

지난 2010년 뉴욕현대미술관(이하 모마, Museum of Modern Art, MoMA)에서는 ‘The artist is present’라는 제목으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회고전이 열렸습니다. 두 개의 의자에 아브라모비치와 낯선 상대방이 마주 보고 앉아 이뤄진 이 퍼포먼스는 3개월에 걸쳐 매일 7시간씩, 총 750여 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길 수도, 누군가에게는 짧을 수도 있는 1분이라는 시간 동안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는 퍼포먼스는 자칫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전의 고통스러운 퍼포먼스와는 달리 아브라모비치는 이 작품에서 상대방에게 건네는 눈길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사랑을 전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습니다. 모마를 찾은 수천 명의 관람객들은 작가와 감정을 교류하기 위해 끝없이 줄 섰고, 그와 마주 앉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환하게 웃기도 하며 여러 감정을 나눴습니다.

퍼포먼스 도중 그가 과거 연인이자 예술적 파트너였던 울라이(Ulay, Uwe Laysiepen)를 마주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후반까지 아브라모비치의 작품은 울라이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둘은 많은 작업을 함께했습니다. 나체의 상태로 마치 두 개의 행성이 부딪히듯 서로를 향해 돌진하며 남성과 여성의 기운을 섞는 <Relation in Space>(1976)부터 전시장의 좁은 입구에 나체로 마주 보고 서서 입장하는 관람객과 접촉하는 <Imponderabilia>(1977), 각자 활과 아브라모비치의 심장에 조준되어있는 활을 손에 쥐고 서로의 무게에 의지해 균형을 잡는 <Rest Energy>(1980)까지, 이들은 파트너로 작업하며 많은 것을 교류했습니다. 둘은 서로의 예술세계와 자아를 존중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이중성’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기도 했습니다. 10여 년 동안 연인으로, 예술 동반자로 함께한 아브라모비치와 울라이는 만리장성의 양 끝에서 각자 출발해 90일의 여정을 거쳐 중간지점에서 만나는 퍼포먼스 <The Lovers>(1988)를 마지막으로 관계를 끝냈습니다. 이별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퍼포먼스는 두 작가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지만, 관람객에게도 관계의 시작과 끝 그리고 결국 혼자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대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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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aning the Mirror>(Bloomberg capture still)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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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s: Andrew Russeth (Bloomberg capture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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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Must Be Beautiful, Artist Must Be Beautiful>(Bloomberg capture still)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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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vers>(Bloomberg capture still) 1988
ⓒ Marina Abramović and U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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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a Abramović and Ulay <AAA-AAA> 1978
Video still ⓒ Marina Abramović and Ulay Courtesy of the Marina Abramović Archives
Profile

유고슬라비아 태생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는 의심할 여지 없이 동시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퍼포먼스 아티스트이자 페미니즘 예술가입니다. 아브라모비치에게 ‘몸’은 주제이자 매체입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바탕으로 신체와 정신의 한계를 탐구했고 1970년대부터 퍼포먼스 장르를 리드하는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꾸준히 제한된 몸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로 관람객과 퍼포머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덕택에, 그는 ‘퍼포먼스 예술계의 대모’라 불리고 있습니다.
1946년 출생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베오그라드 미술 아카데미(Academy of Fine Arts, Belgrade)와 자그레브 미술 아카데미(Academy of Fine Arts, Zagreb)에서 학습했습니다. 최근 호주 모나 미술관(Mona, Museum of Old and New Art, Tasmania, Australia)에서 열린 개인전을 포함, 런던 리슨 갤러리(Lisson Gallery, London),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 London),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MoMA, NY),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Paris) 등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또한,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카셀 도쿠멘타(Kassel Documenta)’ 등 굵직한 행사에 참여하며 저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Bloomberg Brilliant Ideas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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