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5:
마리코 모리
미술의 웜홀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

미래주의와 첨단기술 결합된 상상의 나라

매력적인 작가 마리코 모리(Mariko Mori)는 패션모델과 디자이너를 넘나들던 예술가입니다. 그러던 중 1993년 휘트니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지원하는 예술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모리는 본격적으로 디자이너가 아닌 미술가로서 작품 활동을 펼치게 됩니다.
일본의 전통과 미래주의적 사고를 독창적인 스타일로 풀어내며 주목받고 있는 모리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듭니다. 자신이 연출한 공간에 직접 디자인한 의상을 입고 등장, 본인의 재능과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마리코 모리의 아이디어를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다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Brilliant Ideas Episode #5: 마리코 모리 영상보기
바로가기 >익숙한 것과 낯섦의 교차점

마리코 모리는 일본 고유의 전통과 첨단 문명의 간극 그리고 그것들 간의 기묘한 조화를 작업에 담아냅니다. 모리의 초기 작품은 21세기 대중문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동양의 철학과 종교 등 정신세계를 상징적으로 그려냅니다. <무녀의 기도(미코 노 이노리)(Shaman Girl's Prayer/Miko no Inori)>와 <마지막 여정(Last Departure)> 등 1996년도에 제작된 사이보그 시리즈를 살펴보면, 미래의 만화주인공 같은 옷을 입은 모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성행한 일종의 퍼포먼스인 코스프레를 작업에 도용한 모리는 비현실적인 옷과 분장을 통해 공상과학 영화 속 주인공이 됩니다. 모리는 자신이 출현한 작품을 여러 레이어로 구성하여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사진으로 인화한 후, 음악을 접목해 뮤직비디오로 제작합니다. 스스로 작품 일부가 돼 예술은 완성하는 것입니다.

1996년에서 1998년 사이 만들어진 모리의 대표작 <정토(Pure Land)>와 <열반(Nirvana)>에서 모리는 가상의 인물로 극락세계를 그린 초현실적 장면을 연출합니다. <정토>와 <열반>에서 모리는 중생에게 복과 덕을 내리는 여신 길상천으로 변모하여 공중에 부유하는 연꽃 위에 명상자세로 떠 있고, 그 주변으로 캐릭터화 된 요정들이 구름을 타고 악기를 연주합니다. 마치 지상낙원을 표현한 듯한 이 작품은 이승을 초월한 꿈의 공간을 표현합니다. 특히 <열반>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3D 영상으로 관람객들은 3D 안경을 착용하고 가상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영상 속 기모노를 입은 모리는 다양한 표정과 자세를 취하며 떠다니고, 그 뒤로 펼쳐지는 선홍빛의 바다와 하늘 역시 점차적으로 변화하며 기술력을 반영합니다. 입체와 평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3D 비디오는 모리가 작품에 자주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로 전통과 신문물의 이중성을 개념적으로 담아내며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이외에도 모리는 실제로 특이하고 비현실적인 복장을 착용하고 일상으로 나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사이보그 같은 모습으로 지하철이나 상점 앞에 서서, 스스로 조각품이 되는 모리는 현실과 가상을 교차시킵니다. 그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일본의 마니아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정적인 일본 사회와 대조되며 시선을 끕니다.
첨단 기술을 예술에 활용하다

마리코 모리의 최신작들은 그의 초기작과는 차별화된 형태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초기에 현란한 비디오 작품과는 대조되는 단순한 모양의 조각들은 그의 작품세계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톰 나 휘(Tom Na H-iu)>는 첨단 기술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으로 모리의 우주와 기술 그리고 미니멀리즘에 대한 관심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오펄레슨트 유리(opalescent glass)로 만들어진 바위기둥 모양의 외각과, 그 안에서 은은하게 빛을 내는 LED 조명은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하며 마치 미래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합니다. 도쿄의 카미오카 관측소(Kamioka Observatory)와 연결된 이 작품은 관측소가 초신성이 생겨나는 것을 감지할 때마다 함께 반응하며 색이 바뀝니다. 변화하는 LED 조명의 색깔을 통해 우주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테크놀로지가 가미된 이 작품은 마리코 모리가 우주의 생성과 생명의 기원 등 원초적이고 과학적인 주제를 탐구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모리는 주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작업하는데, 그가 원하는 설치물의 형태를 컴퓨터 상으로 구현한 다음 3D 프린터로 현실화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그가 원하는 색상과 질감으로 염색되고 전시됩니다. 프린팅을 기초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놓이기도 하지만, 타임스퀘어 거리 한복판이나 나무가 우거진 공원 안에 위치하기도 하며 도시와 자연환경과 어우러집니다. 부드러운 곡선 모양의 유기적 형태를 지닌 작품들은 자연의 요소들과 닮아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모리의 대규모 작업은 2011년에 제작된 영상 <일곱 빛을 가진 만으로 떠나는 여행, 근원의 리듬(Journey to Seven Light Bay, Primal Rhythm)>을 바탕으로 하는데, 이 비디오를 토대로 모리는 <해 기둥(Sun Pillar)>을 일본 오키나와의 미야코 섬에 설치했습니다. 아쿠아리움에서 쓰이는 특수한 아크릴 재질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바다 위에 설치돼 있음에도 물과 햇빛에 저항력을 가지고 있어 수천 년간 변질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햇살이 물에 반사되며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무늬와 색을 그대로 비추며 그의 조각은 자연의 일부가 됩니다. 현재 모리는 2020년에 <해 기둥> 옆에 설치될 <문 스톤(Moon Stone)>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모리의 작품은 자극적이거나 격정적이지 않습니다. 그의 작품은 관람객을 명상에 빠지게 합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우주란 무엇인지, 사회란 어떤 것인지, 삶과 환경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들을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25년 이상 일본을 떠나있었다는 마리코 모리는 이제 ‘일본인 작가’라는 꼬리표를 떼고 ‘세계의 미술가’로 불리고 싶다고 전합니다. 일본의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동서양을 망라하며 다채로운 예술을 선보이는 모리.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언제나 새롭고 유쾌합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첨단 기술 속에서, 그가 선보일 예술이 기대됩니다. ■ with ARTINPOST
-
Mariko Mori <White Hole> 2008-2010
Acrylic, LED lights, control system 239×272×65cm ⓒ Royal Academy of Arts, London/M. Leith
Courtesy of SCAI THE BATHHOUSE, Tokyo and Sean Kelly Gallery, New York -
Mariko Mori <Ring> 2012
Lucite, stainless steel cables 125.7×7.6cm ⓒ Mariko Mori Courtesy:Royal Academy of Arts, London
-
Mariko Mori <Primal Memory> 2004
Lucite 25×126.8×129.6cm ⓒ Mariko Mori Courtesy: SCAI THE BATHHOUSE, Tokyo and Sean Kelly, New York
-
Mariko Mori <Primal Memory> 2004
Lucite 25×126.8×129.6cm ⓒ Mariko Mori Courtesy: SCAI THE BATHHOUSE, Tokyo and Sean Kelly, New York
-
Mariko Mori <Infinite Energy I, II, III> 2013
Fiberglass, mirror, LED, real-time control system Size varies ⓒ Louis Vuitton / Jeremie Souteyrat
Courtesy: Espace Louis Vuitton Tokyo and Sean Kelly, New York -
Mariko Mori <Tom Na H’iu I> 2006
Glass, stainless steel, LED real time control system 327.4×115.3×39.6cm ⓒ Mariko Mori Photo: Richard Learoyd
Courtesy: SCAI THE BATHHOUSE, Tokyo and Sean Kelly, New York -
Mariko Mori <Cycloid I> 2014
Aluminum, paint and lacquer 200×210×198cm edition of 5 with 2 APs ⓒ Mariko Mori Courtesy: Sean Kelly, New York
-
Mariko Mori <Dream Temple> 1997-99
Metal, glass, plastic, fiber optics, fabric, vision Dome(3D hemispherical display), audio 497×998cm ⓒ Mariko Mori
-
Mariko Mori <Wave UFO> 1999-2002
Brainwave interface, vision dome, projector, computer system, fiberglass 492.8×1132.8×525.8cm ⓒ Mariko Mori Photo: Richard Learoyd
Courtesy: SCAI THE BATHHOUSE, Tokyo and Sean Kelly, New York -
Mariko Mori <Tea Ceremony III> 1994
Cibachrome print, wood, aluminum, pewter frame 121.9×152.4×5.1cm ⓒ Mariko Mori Courtesy: Sean Kelly, New York
-
Mariko Mori <Transcircle I.I> 2004
Stone, corona, LED, control system Overall dimensions: 335.9cm diameter ⓒ Mariko Mori Courtesy: Sean Kelly, New York
Profile

마리코 모리는 1967년 일본에서 태어나 패션과 순수미술을 공부했습니다. 초기에는 일본의 물질세계와 대중문화에 집중하다 점차 동양의 철학과 서양의 문화가 결합된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그는, 직접 작품에 출연하며 새로운 공간을 꿈꾸는 몽상가를 자처합니다. 비디오 설치와 사진, 퍼포먼스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멀티미디어 기술을 이용해 짜임새 있게 재현되는데, 미래와 과거, 현재를 교차하는 이미지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가 만들어낸 가상세계에 사로잡히도록 합니다.
뉴욕과 일본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모리는 1997년 이스탄불비엔날레를 시작으로 2002년 상파울로비엔날레, 47, 51회 베니스비엔날레, 2006년 싱가포르비엔날레 등 국제적으로 명망 높은 전시에 초대되었고 이외에도 영국 로얄아카데미, 서펜타인갤러리, 퐁피두센터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47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Honorary Mentions’을 수상하기도 한 그의 작품은 구겐하임미술관과 MoMA 등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Bloomberg Brilliant Ideas 소개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