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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Ideas Episode #33: 마크 퀸

아름다움을 탐닉하는 작가

<The Architecture of Life> 2013 Bronze 136×235×159cm Photo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진실한 아름다움의 독해

<Solid, Liquid, Gas(Slow Dissolve)> 2013 Oil on canvas 169×281cm Photo: Todd-White Art Photography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작품을 파는 것에 연연했다면 절대 설치작업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생각지 못한 소재와 작품으로 늘 파격을 선사하는 마크 퀸(Marc Quinn)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의 삶, 부와 권력, 쾌락 등 상징을 바탕으로 죽음과 소멸,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그는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 위한 시도를 끝없이 선보입니다. 작품과 보는 이 사이에 필연적 오해를 자아내는 마크 퀸을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Episode 서른세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삶 그리고 죽음의 경계를 고민하다

<Self> 2011 Blood(artist's), stainless steel, perspex and refrigeration 208×63×63cm Photo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마크 퀸의 이름을 미술사에 각인시킨 작품은 바로 <자아(Self)>(1991) 입니다. 작가의 피를 얼려 만든 이 작품은 현대미술계에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사람의 몸에 흐르는 혈액의 총량은 대략 자신의 두상 크기와 비슷한데, 퀸은 이만큼의 피를 모으기 위해 약 다섯 달에 걸쳐 정기적으로 피를 뽑았습니다. 약 4,500g에 달하는 피가 모이자 그는 자신의 머리를 떠서 만든 주조에 넣어 얼린 후 특수하게 제작된 냉동고에 설치해 전시한 것입니다. 자신의 피로 만든 자화상은 생존과 죽음을 동시에 논합니다. 세심한 온도조절과 관리를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는 이 작품은 주변 환경이 변하게 되면 녹아서 형태를 잃어버리게 되는데 이는 인간 신체의 본질적인 불완전성을 환기시킵니다. 유기물로 제작되었지만 언제든 무형의 액체로 전환될 수 있는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우리의 삶과 생명 역시 나약하고 의존적”이라고 역설합니다. 1991년 첫 번째 <자아>를 선보인 후 그는 5년에 한 번씩 작품을 제작해 자신이 변화하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혈액, 태반, 복제 DNA, 동물의 피와 살, 살아있는 식물 등을 재료로 전통적인 조각의 형식을 만드는 그는 미학의 패러다임을 확장시킵니다. 작품을 통해 생성과 소멸에 대해 탐구하고 이 두 개념이 결코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며 상생하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그에게 있어 죽음과 삶, 추한 것과 아름다운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다.

<Breath> 2012 Double layer polyester and high capacity air pumps 1,100cm Photo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또 다른 대표작 <임신한 앨리슨 래퍼(Alison Lapper Pregnant)>(2000-2012)는 모성과 장애에 초점 맞춰 완성됐습니다. 장애가 있는 래퍼의 임신한 모습을 조각으로 만든 작품은 절박한 아름다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퀸은 이 작품을 통해 장애가 있는 사람도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고, 이에 대중적 공감이 결합돼 하나의 미학을 만들어냈습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3.55m로 세운 것에 이어 ‘2012 런던 패럴림픽 대회(London 2012 Paralympics)’에서 11m의 크기로, 그리고 ‘2013 베니스비엔날레(Venice Biennale 2013)’ 기간 동안 개인전에서 풍선 조각으로 세 차례 선보인 이 작품은 개념을 덧대고 파생시키며 대중에게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뚜렷한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미술사의 중심에서

<Life Breathes the Breath>(Inspiration) 2012 Bronze 75×70×55cm Photo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퀸은 누구보다도 미술의 전통을 중시하는 작가입니다. 우리가 현재 미술사라고 부르는 것도 한때는 현대미술이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미술은 계속해서 다음 s세대에게 전해져 내려갈 것이라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해 예술의 깊이를 더하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현대미술 작품은 대중에게 해석을 맡겨 보는 이에 따라 어떠한 맥락을 제시하는 작품이 될 수도, 아무 의미 없는 물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퀸은 많은 작가들과 길을 달리합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보는 이가 어떤 해석 또는 인용을 하든 개의치 않아 합니다. 오히려 그는 자의적 해석을 적극적으로 끌어내며 그것으로 작품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고 여깁니다. 혁신을 거듭하는 작품으로 때로는 도를 넘었다는 힐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가 작품을 통해 전하는 자극적인 환기는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합니다.

<Evolution IX> 2007 Photo: Todd-White Art Photography Artwork ⓒ Marc Quinn studio

그가 완성한 수많은 토르소 조각품은 인간의 이중성 혹은 다양성을 폭로합니다. 화학적 약품과 고분자 왁스를 섞어 제작한 인체상은 삶과 죽음을 동시에 긍정하는 태도를 드러내며 상상계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각양의 존재를 포용하고 예술로 승화시키며 세계와 전 존재에 대한 진리의 탐구를 작품을 통해 완성해나가는 것입니다. 자신의 갓난 아들의 두상을 태반으로 만들어 얼린 작품인 <루카스(Lucas)>(2001), 또 22주 된 태아가 기도하는 모습을 해골 모양으로 빚어낸 <엔젤(Angel)>(2006) 등의 작품에서도 퀸은 생명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삶과 고귀한 정신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전합니다.
전형적인 미술을 거부하는 퀸의 작품은 대중이 생각지 못한,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미지로 충격을 던집니다. 우리의 삶과 죽음이 늘 보기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듯, 그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질문을 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재료와 제작방식의 틀을 벗어나며 인간이 삶에 갖고 있는 편견과 맞서는 마크 퀸, 그는 예술의 새 장을 끊임없이 열고 있습니다. ■ with ARTINPOST

  • <Matter into Light: On the Transformation of Energy> 2011

    Sculpture Heat treated cobalt-plated bronze, concrete, stainless steel, cement board, ceramic and bioethanol liquid 181.5×151×151cm
    Photo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Matter into Light: On the Transformation of Energy> 2011 Sculpture Heat treated cobalt-plated bronze, concrete, stainless steel, cement board, ceramic and bioethanol liquid 181.5×151×151cm Photo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 <Life Breathes the Breath>(Inspiration) 2012

    Bronze 75×70×55cm
    Photo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Life Breathes the Breath>(Inspiration) 2012 Bronze 75×70×55cm Photo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 <Breath> 2012

    Double layer polyester and high capacity air pumps 1,100cm
    Photo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Breath> 2012 Double layer polyester and high capacity air pumps 1,100cm Photo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 <Self> 2011

    Blood(artist's), stainless steel, perspex and refrigeration 208×63×63cm
    Photo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Self> 2011 Blood(artist's), stainless steel, perspex and refrigeration 208×63×63cm Photo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 <The Architecture of Life> 2013

    Bronze 136×235×159cm
    Photo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The Architecture of Life> 2013 Bronze 136×235×159cm Photo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 <Evolution IX> 2007

    Photo: Todd-White Art Photography Artwork ⓒ Marc Quinn studio

    <Evolution IX> 2007 Photo: Todd-White Art Photography Artwork ⓒ Marc Quinn studio
  • <Solid, Liquid, Gas(Slow Dissolve)> 2013

    Oil on canvas 169×281cm
    Photo: Todd-White Art Photography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Solid, Liquid, Gas(Slow Dissolve)> 2013 Oil on canvas 169×281cm Photo: Todd-White Art Photography courtesy of Marc Quinn studio

Profile

마크 퀸

Photo: Marc Quinn Studio

196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마크 퀸(Marc Quinn)은 캠브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에서 예술사를 전공했습니다. 그런 그는 자신의 피를 뽑아 두상을 만든 작품 <자아(Self)>(1991)를 통해 영국 젊은 미술가, 즉 yBa(young British artists) 스타작가 중 한 명으로 단숨에 부상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생명과 죽음, 나아가 삶을 이루는 인간의 정신까지 들여다보고자 한 마크 퀸은 현재까지도 생명, 또 물질적이면서 동시에 비물질적인 사물의 양면성에 대해 고민합니다.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 프라다 재단(Fondazione Prada), 아일랜드 근대미술관(Irish Museum of Modern Art)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갖고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Victoria&Albert Museum), ‘광주 비엔날레’ 등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는 그는 지금도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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