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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Ideas Episode #43: 매기 햄블링

강렬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예술가

매기 햄블링(Maggi Hambling)이 페인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 그 자체였습니다. 작가는 14살 때 학교에서 미술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는 어떠한 공을 들이지 않고 사람 형상을 간단한 페인팅으로 끝내고 이내 붓에서 손을 뗀 뒤 잠시 다른 생각에 잠겼습니다. 너무 몰두한 나머지 햄블링은 마감 시간까지 그림에 손을 더 대지 못했고, 다소 러프한 상태로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3주 후 나온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자신의 감각에만 맡긴 그림으로 햄블링은 랭크 상위권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본능적으로 뛰어난 붓 감각을 지닌 매기 햄블링, 그를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함께하는 Brilliant Ideas 마흔세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소용돌이 치는 붓에서 펼쳐지는 상상력

매기 햄블링은 예술을 ‘이상한 비즈니스’라 정의합니다. 앞서 말했듯 특별한 노력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위권 점수를 받은 사건이 그에겐 흥미 그 자체였습니다. 작가는 수많은 주제 중 특히 인물에 관심을 보입니다. 사람이 주는 생명력이 그를 사로잡았고, 또한 캔버스 위로 무심코 지나는 작가 특유의 힘 있는 터치와 생동감 넘치는 색과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초상화 작가로 알려진 그이기에 많은 초상화를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영국 영화배우 맥스 월(Max Wall)을 그린 시리즈 ‘Max Wall’(1981-1983)은 그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습니다. 월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무거운 부츠를 신고 휴식을 취하는 포즈로 배우와 광대의 양면적 모습으로 묘사돼 있습니다. 이는 작가의 첫 인물 유화 작품이 광대였을 만큼 광대야말로 ‘인생의 부조리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그의 믿음 때문에, 월을 조소를 띠고 있는 광대로 분장시킨 것입니다.
인물을 향한 관심이 남달랐던 터라 햄블링은 영국 유명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를 기념하기 위한 동상 제작 작가로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런던 한복판에 설치된 <A Conversation with Oscar Wilde>(1998)는 일반적인 기념비적 동상과 달리 자신이 묻힌 석관에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표면 질감 또한 햄블링의 붓 터치를 그대로 옮긴 듯해 마치 이차원 회화가 삼차원으로 분한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와일드가 다뤘던 모호한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고자 하는 햄블링의 의도입니다. 이렇듯 햄블링은 거시적인 인물의 특징 뿐 아니라 개개인 성격을 파악해 작품에 임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고수하는 작가입니다.

또 다른 생명력의 원천, 바다

꾸준히 인물에 관심을 보이던 매기 햄블링은 불현듯 다른 소재로 눈을 돌립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바다’입니다. 갑자기 주제를 전향한 이유에 대한 햄블링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주제가 나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 아리송한 답변의 시초는 2002년 11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만큼 바다는 햄블링을 격렬히 사로잡았습니다. 그날 아침, 작가는 바다에 이는 거대한 폭풍을 목도했고 그 순간 자신의 몸이 바닷속으로 내던져진 기분을 느꼈습니다. 끝없이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의 바다에서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연이 지닌 생명력의 원천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고, 나아가 바다와 대화를 한 것 같았다고 회상합니다. 그리고 오후 3시경, 작업실로 돌아간 작가는 “아침에 바다를 보았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란 질문을 스스로 던졌고, 기억을 되살려 자신이 처음 했던 바다 작업이 그려진 캔버스 위에 재현했습니다.

이것이 그의 바다 작업의 시초이며, 뒤이어 꾸준히 ‘바다’를 소재로 삼아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최근 영국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에서 개최한 개인전 <Walls of Water>는 바다를 소재로 삼은 작품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이 전시에서 공개된 9점의 신작은 파도가 솟아오르고 다시 가라앉는, 즉 자신의 모습을 붕괴시키는 순간을 포착해 화면에 담은 작업들입니다. 추상과 구상이 한데 어우러진 화면은 그가 지금껏 해왔던 작업 중에서도 아주 큰 규모를 자랑해, 사이즈가 주는 압도감, 그리고 회색과 초록이 뒤얽혀 바다가 지니는 생명력과 파괴적 성격을 여실히 드러내기 적합했습니다.
본인 스스로 자신을 묘사할 때 ‘외계인’이란 단어를 쓸 만큼 그는 독특한 것, 파워풀한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재현합니다. 작업에 임한 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인한 생명력을 표출하는 매기 햄블링. 거센 파도와 같은 그의 열정이 얼마나 더 높게 솟아오를지 궁금합니다. ■ with ARTINPOST

  • <Edge I> 2014

    Oil on canvas 78×89inches Copyright Maggi Hambling, Courtesy Marlborough Fine Art, London

    <Edge I> 2014 Oil on canvas 78×89inches Copyright Maggi Hambling, Courtesy Marlborough Fine Art, London
  • <Edge IV> 2015-16

    Oil on canvas 36×48inches Copyright Maggi Hambling Courtesy Marlborough Fine Art, London

    <Edge IV> 2015-16 Oil on canvas 36×48inches Copyright Maggi Hambling Courtesy Marlborough Fine Art, London
  • <Hamlet> 2015

    Oil on canvas 67×48inches Copyright Maggi Hambling Courtesy Marlborough Fine Art, London

    <Hamlet> 2015 Oil on canvas 67×48inches Copyright Maggi Hambling Courtesy Marlborough Fine Art, London
  • <Politician> 2015

    Painted bronze Copyright Maggi Hambling Courtesy Marlborough Fine Art

    <Politician> 2015 Painted bronze Copyright Maggi Hambling Courtesy Marlborough Fine Art
  • <Politician> 2015

    Painted bronze Copyright Maggi Hambling Courtesy Marlborough Fine Art

    <Politician> 2015 Painted bronze Copyright Maggi Hambling Courtesy Marlborough Fine Art

Profile

런던 한복판에 놓인 작품 <A Conversation with Oscar Wilde>(1998)는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대중적 사랑을 받는 극작가를 위한 작품이 어떤 예술가의 손에 맡겨질지 관심이 쏠렸는데, 마침내 그 영광은 영국 주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매기 햄블링(Maggi Hambling)에게 돌아간 것입니다. 공공조각을 비롯해 페인팅, 프린팅, 설치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특히 에너지 넘치는 드로잉과 초상화에 집중하는 그의 작품은 국립초상화갤러리(National Portrait Gallery, London)에 소장되어있기도 합니다.
1945년 태어난 매기 햄블링은 동 앵글리아 스쿨 오브 아트(East Anglian School of Art), 입스위치 스쿨 오브 아트(Ipswich School of Art) 등 여러 학교에서 미술을 수학했습니다. 졸업 전인 1967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헤이들리 갤러리(Hadleigh Gallery, Suffolk), 내셔널갤러리(National Gallery, London),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 London), 말버러 파인 아트 런던(Marlborough Fine Art London) 등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 그는 보이시 트레블 어워드(Boise Travel Award) 수상을 포함해 국제적인 상을 꾸준히 받으며 저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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