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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Ideas Episode #6: 루크 제람

상상과 현실, 경계를 허무는 예술가

<Sky Orchestra> 2011 Over London ⓒ Luke Jerram

소통과 참여로 드높이는 예술 가치

<Play Me, I'm Yours> 2010 NYC ⓒ Luke Jerram

1974년 태어나 영국에 거주하면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루크 제람은 흥미롭고 놀라운 예술 작품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그는 설치, 조각 그리고 공공미술 프로젝트 작업을 주로 진행합니다. 대중과 소통하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기 때문일까요? 그는 특히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작업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람은 공원, 버스 정류장, 기차역 등 다양한 공간에 피아노를 두어 대중 누구나 연주하고 즐길 수 있는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삭막한 삶을 살던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고 허전한 마음과 공간을 채우면서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끽하도록 앞장서는 것이지요.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준비한 Brilliant Ideas 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관람객을 한 데 끌어 모으는 마법 같은 힘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그의 작업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루크 제람의 흥미롭고 신선한 예술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다

<Park and Slide> 2014 Bristol ⓒ Luke Jerram

루크 제람의 프로젝트 <Sky Orchestra>(2003-)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이는 거대한 서라운드 사운드를 내는 스피커가 부착된 일곱 개의 열기구를 하늘에 띄운 퍼포먼스이자 예술작품인데요. 동이 틀 무렵 도시 위를 날아다니며 울려 퍼지는 노래는 아직 잠자고 있는 사람들의 꿈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2003년 이래로 계속 진행 중인 이 작업은 공공예술 작품과 사적 공간 그리고 하늘의 소유 간의 경계에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프로젝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익숙한 도시공간을 새롭게 재해석해 짜릿한 전율을 즐길 수 있는 워터파크로 꾸며내기도 합니다. <Park and Slide>(2014)는 95미터 초대형 워터슬라이드로, 브리스톨의 메인 거리인 파크 스트리트에 설치되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프로젝트들과 마찬가지로 이 설치 작품 역시 예술적 의미가 있기 위해선 대중의 참여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겼던 이 이벤트는 자그마치 9만 6,573명의 사람들이 탑승 티켓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단 하루만 운영했지만, 시민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았다고 하네요. 작가는 거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이 작업으로 사람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의 잠재성과 변화 가능성에 신선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Maya> 2013-2015 ⓒ Luke Jerram

한편 어린 소녀 한 명이 기차역 플랫폼에 홀로 서 있습니다. 이 아이는 누구와 함께 왔을까요? 미동도 없이 자리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Maya>(2013-2015)는 그가 만든 3차원의 픽셀화된 조각 작품입니다. 실제 자신의 3살짜리 딸을 모델로 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딸의 모습을 스캔한 뒤 이를 복셀로 알려진 큐브로 픽셀화합니다. 그리고 이 모델은 정교하게 잘린 알루미늄 판들로 형상화됩니다. 그 다음 5,000개 이상의 작은 채색된 사각형 스티커들을 프린트해 수작업으로 일일이 알루미늄 표면에 부착해 완성한 작업입니다.
이 작업은 제람의 시‧지각과 착시 현상 연구로부터 비롯됐습니다. 거리를 두고 보면 사진과 같은 색채감과 완벽한 비율 때문에 실제 사람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갈수록 “진짜 여자아이가 아니잖아!”하는 비명을 자아냅니다. 이 착시 효과는 재미와 신기함을 넘어 착시로부터 형성되는 다차원의 각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와 해석의 여지 또한 제공합니다.
최근 작품 <Withdrawn>을 선보인 루크 제람.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할 배가 울창한 숲길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데, 오래된 배를 활용하여 엔진이나 연료 탱크 등을 제거한 작가는 배의 내부에 이전 주인 물품들을 보존하고, 외부에는 고기잡이 그물에 긁힌 자국들을 또렷하게 남겨 놨습니다. 갑판은 선상의 공연 무대가 되기도 하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관객들에게 또 어떤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시선 강탈하는 치명적 아름다움

<Glass Microbiology> 2014 Swine flu In Singapore ⓒ Luke Jerram

루크 제람은 “무엇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나의 상상에 오직 한계가 있을 뿐, 모든 것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는 다양한 상상력과 현실이 하나가 되는 지점을 마주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 공예가, 기술가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꾸려 협업을 진행합니다.
2004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Glass Microbiology> 시리즈가 그 대표적 작품 중 하나입니다. 작가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알려진 돼지 인플루엔자, 에이즈 바이러스, 말라리아 등을 유리를 이용해 아름다운 조각 작품으로 탄생시킵니다. 작품의 크기가 실제 바이러스보다 대략 100만 배는 더 크다고 합니다. 이 작업은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의 바이러스학자 앤드류 데이비슨(Andrew Davidson)과 유리 부는 직공들의 협력으로 완성됩니다. 작가는 과거 수억 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세계 보건에 중대한 위협이 되었던 바이러스와 미생물의 비극과 끔찍함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예술작품의 미와 그들이 실제 표상하는 것 사이에 묘한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하면서 말이죠.

<Aeolus-Acoustic Wind Pavilion> 2011 ⓒ Luke Jerram

한 인터뷰에서 이 작업의 계기를 묻는 말에 작가는 스스로가 색맹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과 인식의 한계를 탐구하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바이러스는 다양한 색을 가졌지만, 사실 바이러스는 빛의 파장보다 작아서 색이 없이 투명하다고 합니다. 작가는 색이 없는 유리 작품을 통해 미생물 형상화에 가해진 인공적인 착색이 우리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바이러스가 밝게 색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어떠한 색의 관습들이 존재하는지, 또는 다른 색의 선택이 그들의 인지적 수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말입니다.
예술과 다양한 분야의 융합으로 무한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펼치는 루크 제람. 난해한 현대미술에서 관람객과 소통하며 함께 호흡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는 만큼, 그의 활동적인 작업은 예술과 관람객 사이를 연결해주는 고리와 같이 귀중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남들과는 다른 사고를 함으로써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견고히 다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작가는 사람들이 가진 틀에 박힌 생각의 허를 찌르고 다양한 창작 작업을 통해 독창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 with ARTINPOST

  • <Aeolus-Acoustic Wind Pavilion> 2011

    ⓒ Luke Jerram

    <Aeolus-Acoustic Wind Pavilion> 2011 ⓒ Luke Jerram
  • <Aeolus-Acoustic Wind Pavilion> 2011

    ⓒ Luke Jerram

    <Aeolus-Acoustic Wind Pavilion> 2011 ⓒ Luke Jerram
  • <Glass Microbiology> 2014

    Swine flu In Singapore ⓒ Luke Jerram

    <Glass Microbiology> 2014 Swine flu In Singapore ⓒ Luke Jerram
  • <Just Sometimes>

    ⓒ Luke Jerram

    <Just Sometimes> ⓒ Luke Jerram
  • <Maya> 2013-2015

    ⓒ Luke Jerram

    <Maya> 2013-2015 ⓒ Luke Jerram
  • <Park and Slide> 2014

    Photo by Luke Jerram ⓒ Luke Jerram

    <Park and Slide> 2014 Photo by Luke Jerram ⓒ Luke Jerram
  • <Park and Slide> 2014

    Bristol ⓒ Luke Jerram

    <Park and Slide> 2014 Bristol ⓒ Luke Jerram
  • <Play Me, I'm Yours> 2010

    NYC ⓒ Luke Jerram

    <Play Me, I'm Yours> 2010 NYC ⓒ Luke Jerram
  • <Withdrawn> 2015

    Photo by Paul Box ⓒ Luke Jerram

    <Withdrawn> 2015 Photo by Paul Box ⓒ Luke Jerram
  • <Sky Orchestra> 2011

    Over London ⓒ Luke Jerram

    <Sky Orchestra> 2011 Over London ⓒ Luke Jerram
  • <Smallpox, untitled future mutation, HIV> 2009

    Virus sculptures ⓒ Luke Jerram

    <Smallpox, untitled future mutation, HIV> 2009 Virus sculptures ⓒ Luke Jerram
  • <Solar Powered Kinetic Chandelier> 2012

    ⓒ Luke Jerram

    <Solar Powered Kinetic Chandelier> 2012 ⓒ Luke Jerram
  • <Tide> 2001

    ⓒ Luke Jerram

    <Tide> 2001 ⓒ Luke Jerram

Profile

루크 제람

대규모 설치미술을 완성하는 루크 제람은 조각, 설치, 공공미술 프로젝트 영역에서 눈부시게 활약하는 예술가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작품을 선보여 온 그는 현재까지 마흔 여섯 이상의 도시에서 선보인 길거리 피아노 프로젝트 <Play Me, I'm Yours>로 유명합니다. 바이러스학자, 유리 제조업자와 협력해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소재로 한 아름다운 유리 조각 작품을 만들기도 하는 그는 생물학, 신경학 등에서 받은 영감도 작품에 담아냅니다. 과학과 예술 간 융합을 실현하고 있는 루크 제람에게 현대미술의 러브콜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제람은 국제적인 미술 행사를 비롯해 유수 미술관과 갤러리의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2009년에는 그의 조각 작품들은 데미안 허스트, 앤디 워홀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과 함께 일본 도쿄 모리 미술관에서 전시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현재 제람의 작품은 뉴욕 코닝 유리 박물관, 상해 유리 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으며 2010년에는 유리 미술계에서 권위를 지닌 제25회 라코우 상(Rakow Award)을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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