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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Ideas Episode #11:
하우메 플렌자

공간을 재창조하는 예술가

<Lou, Olivia, Duna, Sanna II, Laura III> 2015 Alabaster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from Together San Giorgio Maggiore Photo: Jonty Wilde

예술가, 운명을 선택받다

<L'anima Della Musica> 2011 Painted stainless steel 377×235×245 cm

“예술가가 되는 것은 결정이 아니라 운명이다.”라고 언급한 하우메 플렌자는 현재까지도 그의 작업에 영향을 끼치는 기억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아주 조그만 했을 때 그는 피아노를 자주 연주하시던 아빠 몰래 피아노 안으로 들어가곤 했었는데 그때 그는 어떤 물질의 진동으로부터 나오는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그 발견은 자신의 삶에 커다란 진동을 주었고 오늘날의 그를 만들어 주게 됩니다.

<L’anima dellamusica>(2011) 같이 음표를 인간 형상의 겉 피부처럼 재현한 작품 안으로 들어가 볼 때 어쩌면 우리도 그가 말한 진동의 아름다움을 발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마 공간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만 같습니다.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준비한 Brilliant Ideas 열한 번째 에피소드는 플렌자의 예술세계입니다. 도시 공간에서 그가 발휘하고 생산하는 공공미술의 잠재력을 마음껏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낯선 경험을 이끄는 공간

<Wonderland> 2012 Painted stainless steel 12 meters high

1955년 바다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플렌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공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그만의 상징이 되어버린 기념비적인 소녀의 두상이나 풍만한 인간형상의 공공 조각 설치작품들은 리오 데자네이루(Rio de Janeiro), 캘거리(Calgary), 뉴욕(New York), 도쿄(Tokyo) 등 세계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의 공공 설치 작업들은 겉으로 보기에 전통적인 조각상을 크게 재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단순히 물질적인 재현을 목적으로 두지 않습니다. 그가 작품이 설치된 지역 시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차지하는 공간 안에서 사람들의 경험들을 새롭게 바꾸는 데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공 공간에 있는 미술은 그 도시 안에 있지 않은 무언가를 알려주어야 한다”는 플렌자의 말처럼 그는 비물질적인 새로운 생활공간을 형성하기 위한 물질적인 형상들을 만들어 냅니다.

<Dream> 2009 Concrete and Spanish Dolomite 20 metre high×17 m×17 m

영국에 설치된 그의 대규모 프로젝트는 세인트 헬렌(St Helen)이라는 도시의 어두웠던 과거를 대신하고 미래를 향한 꿈을 꾸게 해준 작업이었습니다. 이곳은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영국에서 가장 큰 탄광 중 하나였지만 이후 문을 닫게 되면서 황량한 지역으로 낙후하였고, 이를 개선시키고자 ‘The Big Art Project’를 진행합니다. 플렌자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는데 이곳 사람들과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을 구상하였습니다. 이들은 헬렌이라는 지역의 과거를 기억하면서도 미래를 꿈꾸는 형태의 조형물을 상상하였고 결국 그 모습은 현재의 <Dream>(2009)으로 나타납니다. 눈을 감고 명상하는 어린 여성의 모습은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면서도 미래를 꿈꾸는 것처럼 보입니다. 더욱 이 소녀의 형상을 스페인에서 가져온 하얀 백운석으로 코팅하면서 이 지역의 석탄과 대조적으로 더욱 빛이 나게 됩니다. 이 빛은 예전 깊은 땅속에서 일하던 광부에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한 줌의 희망과도 일맥상통하는 꿈이 됩니다. 그의 조형물은 단순한 조각이 아닙니다.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장소 특정적인 프로젝트이고 헬렌 지역 시민들과 미술작품 사이의 통합을 이루어 내고 있습니다.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트리거

<Together> 2014 Stainless steel 147×120×425 cm Photo: Jonty Wilde

플렌자는 그만의 공공 설치 조각을 통해 공간과 상황을 새롭게 연출합니다. 작업은 철, 동, 유리, 빛, 물, 소리 등 다양한 소재들로 만들어집니다. 그의 작업 중 재미있는 방식 하나는 중국어, 일본어, 라틴어, 힌디어, 아랍어 등의 다양한 언어 문자들을 같이 조합하여 사람의 형상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언어들의 조화는 다양한 정체성을 보여주고 부딪치게 하며 각 지역 사람들마다의 감각들을 작업 안으로 스며들게 합니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그의 작품 안으로 들어와 문자들을 통해 다양한 세상들을 볼 수 있습니다. 문자는 글자임과 동시에 소리의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어떤 조용한 대화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The Crown Fountain> 2004 Glass, stainless steel, LED screens, light, wood, black granite and water

그의 작업세계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대표작은 아마도 <Crown Fountain>(2004)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4년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설치된 이 공공미술은 현재 시카고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이 작업은 공원의 네모난 빈 공간에 설치되었고 15m 크기의 타워 두 개가 마주 보고 있습니다. 타워에는 사람들의 얼굴 모습이 계속해서 랜덤으로 나타납니다. 바로 이곳 시카고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인데요. 다양한 인종적,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시카고 주민들을 자발적으로 모집하고 촬영한 뒤 LED 조명과 디지털 비디오 디스플레이 방식을 통해 투영했습니다. 이 작품은 도시는 건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Crown Fountain>은 시카고 시민들의 모습과 동시에 분수대 혹은 풀장의 모습을 보여 주는데, 그가 어릴 적 스페인에서 보았던 신화 속 괴수의 입에서 물이 나오는 분수대를 차용하며 타워 속 사람들의 입으로부터 분수가 나오게 합니다.

<Nomade> 2007 Painted stainless steel 800 x 500 x 530 cm

작가는 물을 사람들 간의 중요한 메타포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물은 자연적이고도 거부감이 없는 물질인데요. 이로 인해 이곳은 새로운 풀장이 되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 친근한 물 안으로 뛰어들어옵니다. 물은 비록 약 6mm밖에 채워지지 않지만 시민의 공간을 더욱 확대시키고 공동체의 커뮤니티를 더욱 활성화 시키기에는 충분합니다. 그것도 즐겁고 유머스러운 상황 속에서 말이지요. 단순한 공공 조형물이 아닌 공공 공간을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다양한 모습의 시민들이 서로 감정을 교류하고 같이 어우러지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실현시키는데 성공한 것이지요.
시민들과 직접 마주하는 공공 공간은 미술관과는 전혀 다른 특별한 룰을 지녔다고 플렌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기꺼이 이 룰을 즐기고자 합니다. 모두를 사랑하고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공공 작업의 힘은 예술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 with ARTINPOST

  • <Dialogue> 2009

    Polyester resin, stainless steel, light, marble pebbles 243cm×variable measurements Collection Copperhill Mointain Lodge, Are, Sweden

    <Dialogue> 2009 Polyester resin, stainless steel, light, marble pebbles 243cm×variable measurements Collection Copperhill Mointain Lodge,Are,Sweden
  • <The Crown Fountain> 2004

    Glass, stainless steel, LED screens, light, wood, black granite and water

    <The Crown Fountain> 2004 Glass, stainless steel, LED screens, light, wood, black granite and water
  • <Nomade> 2007

    Painted stainless steel 800 x 500 x 530 cm

    <Nomade> 2007 Painted stainless steel 800 x 500 x 530 cm
  • <Plensa Slumberland XIV> 2014

    Graphite on paper 143×113 cm Photo: Fotograpfia Gasull

    <Plensa Slumberland XIV> 2014 Graphite on paper 143×113 cm Photo: Fotograpfia Gasull
  • <Lou, Olivia, Duna, Sanna II, Laura III> 2015

    Alabaster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from Together San Giorgio Maggiore Photo: Jonty Wilde

    <Lou, Olivia, Duna, Sanna II, Laura III> 2015 Alabaster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from Together San Giorgio Maggiore Photo: Jonty Wilde
  • <Together> 2014

    Stainless steel 147×120×425cm Photo: Jonty Wilde

    <Together> 2014 Stainless steel 147×120×425cm Photo: Jonty Wilde
  • <Mist> 2014

    Stainless steel 525×531×425 cm Photo: Jonty Wilde

    <Mist> 2014 Stainless steel 525×531×425 cm Photo: Jonty Wilde
  • <Dream> 2009

    Concrete and Spanish Dolomite 20 metre high×17 m×17 m

    <Dream> 2009 Concrete and Spanish Dolomite 20 metre high×17 m×17 m
  • <L'anima Della Musica> 2011

    Painted stainless steel 377×235×245 cm

    <L'anima Della Musica> 2011 Painted stainless steel 377×235×245 cm
  • <Conversation a nice> 2007

    Polyester resin, stainless steel, light 7 elements of 12 meter high

    <Conversation a nice> 2007 Polyester resin, stainless steel, light 7 elements of 12 meter high
  • <Wonderland> 2012

    Painted stainless steel 12 meters high

    <Wonderland> 2012 Painted stainless steel 12 meters high

Profile

하우메 플렌자

하우메 플렌자(Jaume Plensa)는 1955년 스페인 바로셀로나 출신 작가로 시카고, 리버풀, 런던, 두바이, 도쿄, 벤쿠버 등 여러 대도시에서 공공 설치물을 선보이는 예술가입니다. 플렌자의 작업은 글자가 새겨진 초상화부터 <Nomade>(2007) 같은 기념비적인 실외 조각이나 <Crown Fountain>(2004) 등 도시공간 공공프로젝트까지 다양한 형식을 띠는데. 특히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설치한 <Crown Fountain>(2004)은 시민 1,000명의 얼굴이 13분마다 교체되는 LED 화면에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참여형 작품으로, 플렌자를 세계적 공공미술가 반열에 올린 프로젝트입니다.
감정과 지성을 동시에 자극하기 위해 안과 밖, 앞과 뒤, 빛과 어둠이라는 개념을 작품에 주로 적용하는 플렌자. 철이나 브론즈, 물, 빛, 사운드, 비디오 등 여러 재료를 영어, 한자, 아랍어, 라틴어 등 다양한 언어와 글자를 결합해 만들어내는 거대한 인체 형태는 그의 상징적 스타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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