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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Ideas Episode #23: 헤리 도노

리얼리티를 말하는 판타지 스토리텔러

<Operation Mind Control> 1999 Fiberglass, metal plate, wood, barbed wire, adaptor, drinking glass, wire plate, cable, automatic timer 56×56×10cm (11 pieces)

낯선 새로움과 익숙한 과거 그 경계에서

<Ceremony of the Soul> 1995 Stones, plastic, radios, tape players, fans, wood, and fire 500×500×100cm

우리는 새롭고 신선한 것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동시에, 익숙하고 친근한 것에서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 출신 헤리 도노(Heri Dono)의 작품은 인간이 지닌 두 가지 욕망을 동시에 충족하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인도네시아 전통 설화와 연극에서 출발하지만, 전통과는 사뭇 다른 해석으로 서구 중심으로 흘러가는 예술 씬에 파격을 선사했을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도 전통으로부터 유추된 경험을 선사합니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한국, 중국, 일본으로 동양을 한정 지은 아시아에 관한 시각을 인도네시아가 있는 서아시아까지 넓히는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도노에게는 각 나라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현대미술 불모지 인도네시아는, 어떻게 세계적 예술가 반열에 올랐을까요? 그 해답을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23번째 에피소드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상상은 현실보다 빠르다

<Dua Tukang Sulap Menari (Two Magicians Dancing)> 2008 Acrylic on canvas 68.6×88.9cm

대담한 색채의 도노 작품에는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천사, 신화 속 괴물 그리고 트로이목마 등을 뼈대로 만들어진 대상들 덕분에 작품은 마치 한 편의 동화 삽화 같기도 합니다. 이렇듯 판타지적 요소가 넘치는 그의 작업 근원은 학창시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상상 없는 삶은 무미건조합니다”라고 말할 만큼, 어린 시절 판타지 영화를 즐겨본 그는 현실의 과학기술보다 인간의 상상력이 더 앞선다는 사실을 캐치했습니다. 영화<Flash Gordon>에는 인간이 화성에 도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찍은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보다 더 이전 시대를 그립니다. 상상이 기술보다 진보되었단 사실을 깨닫고, 애니미즘과 애니메이션 사이에 ‘모든 것에 영혼이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한 이후 상상력에 대한 작가의 신뢰도는 더 커졌습니다. 그러던 중, 도노는 ‘와양(wayang)’을 접하게 됩니다.

<The Bearer of B-29> 2011 Acrylic on canvas 199×149cm

글라스페인팅, 텍스타일 기술 등 많은 부분 인도네시아 전통문화요소를 차용하는 작가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인도네시아 전통 그림자 인형극 ‘와양’입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여러 문화를 가진 섬들이 모여 살았음에도 오직 하나의 텔레비전 채널만 존재했습니다. 즉, 작가에게 텔레비전은 오로지 제한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매체의 상징이 됐습니다. 이와 달리 와양은 정보수용자의 반응을 바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전달자가 원하는 메시지를 다이렉트로 전하기에 효과적인 수단이었습니다. 이런 점에 매력을 느낀 도노는 인형극을 마스터 하는데 1년이란 시간을 투자하는 등, 동시대 현대미술의 가장 근본적 아이디어인 ‘다원론’을 전달하기 위해 인형극을 적극 사용했습니다.
그에게 있어 상상력 넘치는 와양은 객관적 뉴스를 전달하는 텔레비전보다 더 현실적 소통을 가능케 했으며, 판타지가 넘치는 영화는 현실보다 더 진보된 면모를 대중에게 소개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하지만 그의 상상력은 아름답고 판타지적 면만을 그리진 않습니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왠지 모르게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줍니다. 도노는 아름답지만 동시에 기괴한 이미지를 생산해 현실에 대한 두려운 감정과, 현시대 사회와 정치적 현상에 대해 자신의 비판적 의견을 담은 풍자적인 도노만의 코멘트를 제시해, 예술가의 역할 ‘도덕성’을 강조합니다.

예술가, 도덕적 책임을 묻다

<Shooting Nose> 2014 Acrylic on canvas 83.2×137.8cm

한 나라의 대표 미술가가 되기 위해 거치는 관문이 있으니 바로 ‘베니스비엔날레(Venice Biennale)’ 국가관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도노 또한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인도네시아 국가관에 참여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는데, 국제무대인 만큼 그는 이곳에서 자신이 꿈꿔왔던 예술가의 모든 역할을 그려냈습니다.
“예술가는 거시적 관점인 세계 안에서 사람들의 환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영감을 주기에 도덕적 책임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예술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자신이 생각하기에 잘못됐다 여긴 것을 바로 잡으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작가에게 예술이란 단순히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이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알려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Raja yang menyuapi Anaknya (The King Has Given Food to His Son)> 2013 Acrylic on paper 66×79cm

‘여행’이란 주제 아래, 작가는 트로이목마와 인도네시아 코모도 드래곤을 교배한 거대한 설치물 <Trokomod>(2015)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전시 장소인 베니스 무기창고를 자바어 문양이 기하학적으로 그려진 인도네시아 천 바틱(batik)과 종교적 상징물로 장식해 옛 고풍스런 문화가 미래를 일으킨단 것, 그리고 동시에 동서양 문화를 합치려는 시도를 이중 인격적 하이브리드 ‘동물’과 ‘장소’에 빗대었습니다.
작품 <Trokomod>는 특정 민족을 이미지화합니다. 그 민족에 이입돼 지역문화와 세계 문화 사이의 정치, 역사 등을 바라보는 작품은 서양 주도권에 대한 블랙 유머인 셈입니다. 서양인의 관점으로 전통박물관을 마치 이국적인 문화를 전시한 것처럼 보여지는 것과 정반대로, 도노는 서양의 상징물들을 비서구권 사람들의 시각으로 바라보게끔 만들었습니다. 주류와 비주류의 시점을 뒤바꿔 역할 전이를 시킨 것입니다. 이는, 앞서 말한 예술가가 세계적 대화의 균형 그리고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는 예술가의 도덕적 책임에 관한 그의 믿음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 with ARTINPOST

  • <Dua Pandora (Two Pandoras)> 2012

    Acrylic on canvas 158.8×198.8cm

    <Dua Pandora (Two Pandoras)> 2012 Acrylic on canvas 158.8×198.8cm
  • <Dua Tukang Sulap Menari (Two Magicians Dancing)> 2008

    Acrylic on canvas 68.6×88.9cm

    <Dua Tukang Sulap Menari (Two Magicians Dancing)> 2008 Acrylic on canvas 68.6×88.9cm
  • <Ceremony of the Soul> 1995

    Stones, plastic, radios, tape players, fans, wood, and fire 500×500×100cm

    <Ceremony of the Soul> 1995 Stones, plastic, radios, tape players, fans, wood, and fire 500×500×100cm
  • <Fermentation of the Mind> 1992-1993

    Wooden school desks, books, tape players, electronics, fiberglass, and metal 600×600×100cm

    <Fermentation of the Mind> 1992-1993 Wooden school desks, books, tape players, electronics, fiberglass, and metal 600×600×100cm
  • <The Skeleton Angel> 2008

    Acrylic on canvas 200×150cm

    <The Skeleton Angel> 2008 Acrylic on canvas 200×150cm
  • <The Monkey Astronaut> 2013

    Acrylic on canvas 198×149cm

    <The Monkey Astronaut> 2013 Acrylic on canvas 198×149cm
  • <Operation Mind Control> 1999

    Fiberglass, metal plate, wood, barbed wire, adaptor, drinking glass, wire plate, cable, automatic timer 56×56×10cm (11 pieces)

    <Operation Mind Control> 1999 Fiberglass, metal plate, wood, barbed wire, adaptor, drinking glass, wire plate, cable, automatic timer 56×56×10cm (11 pieces)
  • <Raja yang menyuapi Anaknya (The King Has Given Food to His Son)> 2013

    Acrylic on paper 66×79cm

    <Raja yang menyuapi Anaknya (The King Has Given Food to His Son)> 2013 Acrylic on paper 66×79cm
  • <Shooting Nose> 2014

    Acrylic on canvas 83.2×137.8cm

    <Shooting Nose> 2014 Acrylic on canvas 83.2×137.8cm
  • <The Bearer of B-29> 2011

    Acrylic on canvas 199×149cm

    <The Bearer of B-29> 2011 Acrylic on canvas 199×149cm

Profile

헤리 도노

헤리 도노(Heri Dono)는 1980년대 후반 두각을 드러낸 인도네시아 현대 예술가 중 명실상부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인물입니다. 도노에게는 전통예술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는 뛰어난 작가라는 평이 뒤따르는데, 그의 설치작품이 인도네시아 전통 그림자 연극 놀이인 "와양(Wayang)"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노는 작품 속 가득 차있는 환상적인 캐릭터들이 그려내는 우스꽝스러운 스토리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전 세계의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비평적 발언을 관람객에게 건네는 거리낌 없는 태도를 적극 드러내기도 합니다.
1960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태어난 헤리 도노는 요그야카르타주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지만, 전 세계를 무대로 신출귀몰하는 예술가입니다. 인도네시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 요그야카르타(Indonesian Institute of Arts (ISI) Yogyakarta)에서 학습하던 그는, 졸업 직전 돌연 중퇴하기로 했습니다. 졸업장이 없어도 예술가로 성공할 수 있단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결심을 내린 것입니다. 그의 과감한 행동은 약 270회에 달하는 전시 참여, ‘2006 광주비엔날레’, ‘2003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2003)’, ‘1996 시드니 비엔날레(Sydney Biennale 1996)’를 비롯 27회 국제 비엔날레 참가 등으로 결실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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