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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Ideas Episode #9:
프란체스코 클레멘테

동서양의 문화를 혼합해 반죽하는
이탈리아 트랜스아방가르드의 리더

Francesco Clemente, Map of What is Effortless, 1978,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Francesco Clemente, Eye and I Self-Portrait II, 2005, Courtesy the artiost and BlainSouthern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위대한 유산’은 동화같이 아름다운 풍경과 극 중 화가로 등장하는 주인공 ‘핀’의 그림들은 영화를 더욱 독특하고 개성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줍니다. 어린아이들의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 고양이, 갈매기, 별 등과 같은 자연물들을 독특한 스타일로 표현한 그림들과 그와는 반대로 음울해 보이는 초상화들. 사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그림들은 프란체스코 클레멘테(Francesco Clemente)라는 이탈리아의 실제 화가의 작품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서양의 고전 교육을 착실하게 받아온 클레멘테는 여행을 시작하면서 동양 문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도의 문화적 특색과 사상을 다양하게 시험하며 서양과 동양의 문화를 섞어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고 있는 클레멘테. 과거 이탈리아의 미술, 문학, 신화, 종교 등의 서양 고전과 섞어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로 뽑아내는 클레멘테의 아이디어를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아홉 번째 에피소드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미술의 새로운 흐름

Francesco Clemente, Blake at the Kumbha, 2008,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나폴리의 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프란체스코 클레멘테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데 남다른 재능을 보였습니다. 그의 이런 재능은 건축을 전공하기 위해 로마로 떠났다가 그만두고 미술의 매력에 빠져 독학으로 미술을 배우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가 막 작업 활동을 시작했을 즈음, 이탈리아에서는 아르떼 포베라(Arte Povera)와 개념미술과 같이 일상적인 사물을 사용하는 기법들이 한창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클레멘테를 비롯한 산드로 키아, 엔조 쿠키 등은 종이 위에 작업하는 고전적인 회화를 고집했습니다. 그의 이런 고집은 1970년대부터 이탈리아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던 ‘트랜스아방가르드’를 이끄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트랜스아방가르드 3인방’이라는 별명까지도 가졌던 이들은 구상회화로 돌아가기 위해 새로운 표현을 하고자 시도하긴 했지만, 사회나 정치 등을 그리는 현실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미술비평가 올리버는 이들을 역사상 가장 자유로운 영혼들이라고 묘사합니다. 상상력과 직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양식을 만드는 클레멘테의 그림들을 보면 그의 말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그의 그림들에 나타나는 자연, 원시적인 힘, 인간과 자연의 관계, 삶과 죽음 등과 같은 오래된 주제들은 다른 문화권을 여행하면서 축적한 그의 관심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Francesco Clemente, The dove of war, 2012,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그런 까닭에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늘 여행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나의 작업은 언제나 여행과 연관되어 있고 내가 머물렀던 장소에 있는 고유한 전통과 어떻게든 연관이 되어있다”고 언급했는데요, 그의 말처럼 여행은 그가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1972년에 처음으로 자신의 고향인 이탈리아를 벗어나 아프가니스탄, 인도, 뉴욕, 자메이카, 멕시코 등을 차례로 여행하면서 다양한 도시들에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여행했던 지역의 다양한 문화적 특성들을 연구하기 좋아해, 자신이 경험했던 문화들을 자신의 기억 속에 축적시키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동양 문화권의 매력을 녹여내는 인물화

Francesco Clemente, Emblems of Transformation 10, 2014,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클레멘테는 수채화, 파스텔, 프레스코, 유화 같은 여러 재료를 사용하여 형이상학적 이미지와 이국의 문화에서 차용한 상징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의 삶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주제와 양식, 견해와 감정, 기술과 재료는 그가 이탈리아의 아방가르드에서 벗어나게 해주었고, 로마에서 알지 못했던 새롭고 다양한 영역을 표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도의 문화적, 정신적 총체를 가리키는 힌두이즘(Hinduisim)은 그가 인도에서 거주하면서 가장 매력을 느꼈던 부분입니다. 이탈리아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힌두이즘, 서양의 고전을 혼합하여 그의 상상력으로 버무린 작업들은 죽음과 탄생, 남과 여, 낮과 밤과 같은 상반된 요소들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그는 계속 드로잉 작업과 종이 위에 하는 작업들을 지속하며 작업 주제를 계속 고민했습니다. 인간의 형상, 그 중에서도 여성의 신체를 그 자신만의 이미지로 구현해내어 섹슈얼리티와 신화, 정신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그의 작업은 보통 인물들이 소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기이하고 괴상한 표정과 자태를 보입니다. 또한 여성의 성기를 드러내거나 성관계 장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인간의 배설물을 그리는 등,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도 거침없이 드러냅니다. 이런 요소들은 모두 그가 인도에서 지낼 때 영향을 받은 것들인데, 특히 인도의 사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산, 성장, 풍요, 번영을 상징하는 여신의 조각에서 나온 상상의 이미지입니다.

Francesco Clemente, Self-Portrait as Judas, 2011,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1978년부터는 자화상 작업에 본격적으로 몰두하였는데요, 명상을 하거나 또는 신체 명상인 요가를 통해 자아 성찰을 하는 인도인의 방식을 자신의 작업으로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작품 속에서 명상을 하며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행위와 자기 자신을 자연과 동일시하는 행위들을 통해 자신의 대해 더욱 알아가게 됩니다. 또한 힌두교 신의 모습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음으로써 신과 인간이 동일한 형상을 갖고 있다는 인도인의 사고방식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Francesco Clemente, Name, 1983,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수천 년 전에 나폴리를 떠난 신들이 인도에서는 아직도 살아있다. 그러므로 그곳은 나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수년 전에 느꼈던 것을 인도에서 느꼈다”라는 그의 말은 인도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그에게 인도는 과거의 이탈리아 남쪽 지방의 이교도적인 삶과 무수한 상징, 신화 등 잃어버렸던 유산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새로운 문화권에서 느낀 자신의 고향의 것에 대한 향수는 전통회화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따라 캔버스, 물감, 파스텔, 종이 등, 전통적인 회화재료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작품의 주제 역시 철학, 문학, 신화,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시험했습니다. 이렇게 추상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구상적인 형태를 화려한 색채로 표현하기 시작한 그의 작업 스타일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도의 종교와 사상에 대한 서적들을 보기 위해 하루 종일 도서관에 머무는가 하면, 간판을 그리는 기술자, 세밀화가, 제지업자 등과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며 타문화를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으로 체화하여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클레멘테. 아름다운 동화 속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생각들이 그림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하나의 그림에 혼합해내는 그의 다음 아이디어가 기다려집니다. ■ with ARTINPOST

  • Francesco Clemente <Anna Netrebko> 2008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Francesco Clemente <Anna Netrebko> 2008,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 Francesco Clemente <Blake at the Kumbha> 2008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Francesco Clemente <Blake at the Kumbha> 2008,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 Francesco Clemente <Emblems of Transformation 10> 2014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Francesco Clemente <Emblems of Transformation 10> 2014,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 Francesco Clemente <Emblems of Transformation 27> 2014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Francesco Clemente <Emblems of Transformation 27> 2014,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 Francesco Clemente <Eye and I Self-Portrait II> 2005

    Courtesy the artiost and BlainSouthern

    Francesco Clemente <Eye and I Self-Portrait II> 2005, Courtesy the artiost and BlainSouthern
  • Francesco Clemente <House of Cards> 2001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Francesco Clemente <House of Cards> 2001,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 Francesco Clemente <Jean-Michel Basquiat> 1982-1987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Francesco Clemente <Jean-Michel Basquiat> 1982-1987,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 Francesco Clemente <Map of What is Effortless> 1978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Francesco Clemente <Map of What is Effortless> 1978,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 Francesco Clemente <Name> 1983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Francesco Clemente <Name> 1983,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 Francesco Clemente <Self-Portrait as Judas> 2011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Francesco Clemente <Self-Portrait as Judas> 2011,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 Francesco Clemente <The dove of war> 2012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Francesco Clemente <The dove of war> 2012, Courtesy the artist and BlainSouthern

Profile

프란체스코 클레멘테

1952년 나폴리 출신인 프란체스코 클레멘테(Francesco Clemente)는 1980년대 이탈리아 신표현주의 경향인 트랜스 아방가르드(Trans Avantgarde)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어린 시절 시와 그림에 흥미를 보였던 그는 원래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관심을 돌려 독학으로 회화를 공부했습니다. 유화, 수채화, 파스텔, 판화 같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인간의 모습, 성, 신화와 정신성, 비서구적 상징 등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그는 특히 인물의 기이하고 괴상한 생김이 돋보이는 그림으로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클레멘테는 수많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1990년대 필라델피아 미술관, 런던의 영국왕립미술원, 파리의 조르주 퐁피두센터 등 유수 미술관에서 주요 회고전을 가지기도 했던 작가의 작품이 1998년에는 영화 위대한 유산에 등장하기도 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의 회원인 그는 현재까지 뉴욕, 마드라스, 로마를 거점으로 세계 각지에서 역량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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