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35:
엘름그린 & 드라그셋
창의적 영감과 전복된 이미지의 듀오

진실된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은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작품을 선보여왔습니다. 텍사스 사막 한가운데, 끝없이 뻗은 고속도로 위에 명품 부티크 조각상을 만들고, 전시장을 마치 아트페어처럼 연출해내는 등 듀오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해학적인 작품들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모든 것이 딱딱하게 돌아가는 속 세상을 조금 덜 논리적으로 바라보고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그들은 사람들에게 유머러스하지만 진실된 메시지를 전합니다. 작품에서 현실을 비판하는 대신 확장하는 방식으로 가치관을 보여주는 엘름그린 & 드라그셋을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Brilliant Ideas Episode #35: 엘름그린 & 드라그셋 영상보기
바로가기 >예술로 꾀하는 변화

지난 4월, 세계에서 가장 바삐 돌아가고 인구밀도가 높은 뉴욕 맨하튼 중심에 위치한 록펠러 센터 앞에 거대한 수영장 모형의 조형이 세워졌습니다. <반 고흐의 귀(Van Gogh’s Ear)>(2016)라고 제목 붙여진 작품은 마치 수영장을 그대로 옮겨온 듯 레디메이드 작품을 연상시키지만,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이 세심하게 디자인하고 직접 제작한 것입니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곧추선 조형물은 사람의 귀 모양을 닮아있습니다. 듀오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잠시나마 평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합니다. 맨하튼을 잠시 벗어나 한적한 도시의 뜨거운 햇살 아래 즐기는 수영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은 쉽게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뉴요커들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듀오는 예술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합니다. 고정관념과 틀을 벗어나는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다 보면 세상에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고, 그로써 그들도 작품에 변화를 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최근 베이징 798 예술구에서 열린 듀오의 첫 아시아 개인전 <The Well Fair> 역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그들의 작품을 한 곳에 불러모은 전시는 전시장에 발을 딛는 사람들을 잠시 멈칫하게 했습니다. 조용한 전시장에 작품이 진열된 일반 전시와는 달리 전시장 곳곳에 아트컬렉터가 서성이고 책자가 비치되어 있는 등 마치 아트페어를 연상시켰기 때문입니다. 책자와 전시장 안의 사람들은 모두 연출된 것으로 듀오는 관람객들이 전시의 일부가 되어 보다 재미있게 관람하기를 바라며 전시를 구성했습니다. 또한 미술 공간이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질문하는 듀오의 예술철학이 엿보여 그들의 지난 20년간의 콜라보를 관람객에게 확인받는 동시에 반짝이는 위트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말하다

마이클 엘름그린(Michael Elmgreen)과 잉가 드라그셋(Ingar Dragset)으로 이루어진 엘름그린 & 드라그셋은 1995년 처음 결성됐습니다. 덴마크 태생의 엘름그린과 노르웨이에서 자란 드라그셋이 처음부터 예술을 목적으로 만남을 이어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인관계로 시작한 둘은 서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고 함께 여러 실험을 진행하며 예술세계를 형성해 간 것입니다. 비록 그룹을 결성한 지 10년 후 그들은 연인관계를 끝내고 친구로 남기로 했지만 작업은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 관계의 변화가 오히려 그들의 작업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나치에 희생된 동성애자 추모비(Memorial to Homosexuals Persecuted Under Nazism)>(2008)는 베를린의 한 공원에 세워진 직육면체의 추모비입니다. 미니멀리즘의 형태를 보여주는 작품은 과거 억압받았던 동성애자들을 기리는 동시에 동성애가 훨씬 자유로워진 현대의 사회를 기념합니다. 직육면체의 상자 안에는 두 남성이 키스하는 영상이 반복적으로 상영돼 공원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성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실제로 이 추모비에는 견학 온 학생과 동성애에 엄격한 중동인들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줘 듀오의 작품이 동성애를 향한 인식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눈에 호기심을 일으키는 그들의 작품은 위트뿐 아니라 강렬한 의미와 임팩트를 지닙니다.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놓인 네 개의 플린스 중 네 번째 플린스는 현대 작가들의 커미션을 받은 작품을 전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바로 이곳에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듀오의 <무력한 구조물, Fig.101(Powerless Structures, Fig. 101)>(2012)이 세워졌습니다. 목마 탄 아이의 조형물은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과 어우러져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작품은 다른 조각들처럼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대신 태어나서 성장해나가는 인간의 모습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들어져 근엄함을 뛰어넘는 부드러운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조금은 장난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인간의 근본을 파고드는 뜻깊은 메시지를 전달한 것입니다.
듀오는 전 대륙,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혹자는 예상치 못한 그들의 작품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그들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이 열린 마음으로 예술을 대할 수 있도록 하는 진실한 마음입니다. 생각의 틀을 깨는 그들의 유쾌한 예술세계는 지금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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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Servant> 2011
Marble, wood 156×70×70cm Courtesy: Galleria Massimo de Carlo Photo by Alessandro Zambian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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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 Moses> 2006
Carrycot, bedding, wax figure, baby clothes, stainless steel cash machine ca. 71×37×16cm(baby carrycot); ca. 94×76cm(cash machine) Courtesy: the artists Photo by Anders Sune 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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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One> 2015
Teak door, metal handles and hinges Size: TBC Simulation: Studio Elmgreen&Drag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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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gency Exit> 2015
Aluminum, styrofoam, iron, concrete, neon sign Door: 220×180×8.5cm; stairs:355×677.5×12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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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aged> 2015
Mixed media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Galeria Helga de Alvear Photo by Joaquin Cor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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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ya! Tanya! Tanya!> 2004
Wood, stenciled lettering, wax, human hair, clothing, shoes, styrofoam balls Life-size cast Courtesy: Olbricht Collection Photo by Oren S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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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tation> 2012
Epoxy resin, white lacquer 30×59×42cm Courtesy: Galerie Emmanuel Perrotin Photo by Anders Sune 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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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da Marfa> 2005
Adobe, plaster, paint, glass, panes, aluminum frames, MDF, carpet, Prada shoes and bags 760×470×480cm (Bloomberg capture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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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Gogh's Ear> 2016
Steel, fibreglass, stainless steel and lights Approximate proportions: 899.16×500.38×241.3cm (Bloomberg capture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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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of <Powerless Structures, Fig. 101> at The Fourth Plinth, Trafalgar Square, London 2012
(Bloomberg capture still)
Profile

1995년 결성된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은 예술, 건축 그리고 디자인 사이에서 형성된 관계를 탐구합니다. 텍사스 한복판에 프라다 매장을 그대로 재현한 설치작 <프라다 마르파(Prada Marfa)>(2005)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들은, 친숙한 형태를 특징적으로 변형시켜 위트와 유머가 가득한 조각과 설치 작품을 만듭니다. 허나 그 안에는 사회, 문화의 치명적 폐단을 고발하는 그들의 태도가 존재합니다.
1961년 태어난 마이클 엘름그린(Michael Elmgreen)과 1969년생인 잉가 드라그셋(Ingar Dragset)은 북유럽 출신이며 정식 예술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현재 베를린에 기반을 둔 아티스트 듀오는 율렌스 컨템포러리 아트센터(UCCA, 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 China), 갤러리 페로틴(Galerie Perrotin), 빅토리아 미로(Victoria Miro, London) 등 다수 기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싱가포르 비엔날레(Singapore Biennale)’, ‘광주 비엔날레(Gwangju Biennale)’에 참가했습니다. 2017년 개최하는 ‘제15회 이스탄불 비엔날레(15th Istanbul Biennale)’에선 작가가 아닌 큐레이터로 참여해 기대를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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