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2:
코넬리아 파커
일상의 소소함을 신선하게 표현하는 심상의 시인

사물과 사회의 양면성을 그리다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코넬리아 파커는 독특한 소재와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으로 영국을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파커는 1997년 터너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고, 2014년 제10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며 한국 미술계에도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녀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발견된 오브제’를 사용해 그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독창적인 관점을 제시합니다.
파커는 평범한 오브제들에 최소한의 변화를 주고 미술관이라는 전시공간으로 끌어들여와 본래의 쓰임새와는 다른 예술과 역사적 가치를 창조합니다. 사물과 상황의 양면성을 담아낸 작품으로 관객에게 감동과 환기를 선사하는 파커의 이야기를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의 Brilliant Ideas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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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북서부에 위치한 체셔주의 농가에서 자란 코넬리아 파커는 부모님을 도와 농장의 가축들을 돌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외롭고 따분한 시골생활에 파커는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상상을 하며 지냈고, 이는 후에 그녀가 미술가가 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파커는 “현재 작가로서의 내 삶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뛰놀던 유년기와 별다르지 않다.”고 말하며 상상력과 창의력은 미술가로서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임을 강조합니다.
수학여행 차 열다섯 살에 처음 미술관을 방문한 파커는 미술의 매력에 푹 빠졌고, 그 후 작가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회화 전공으로 예술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빛이 쏟아져 내리는 창문을 보고 그것을 캔버스에 표현하기보다는 입체적인 형태로 제작하고 싶었다는 파커는 조각과 설치로 진로를 변경했고, 현재까지도 평면 작품보다는 입체 작품을 위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코넬리아 파커에게 미술은 곧 일상입니다. 일상과 작업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스튜디오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만 식탁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파커는 평소에 경험하는 통상적인 사건들을 사진에 담고, 주변 사람들의 대화에 귀 기울이는 등 일상 속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습니다. 이런 지극히 평범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한 그녀의 작품은 노골적이거나 강렬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파커의 작품은 조용하고 잔잔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시의 한 구절처럼 그녀의 작품 역시 시간을 두고 느긋이 감상해야 비로소 숨은 의미를 찾고, 그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파커는 흐르는 시간과 덧없는 인생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풀어내 관객들에게 차분히 전달합니다.
심상의 시인이 전하는 비주얼 메타포

코넬리아 파커는 마치 작품이 생명을 가진 존재인 듯 다루며 작업합니다. 파커는 자신은 그저 방향만 잡을 뿐 구체적인 형태를 만들어 가는 건 작품의 자유라고 말합니다. 작품은 작가의 의지와 별개로 독립적으로 변화할 수 있고, 파커는 그런 예측 불허한 불시적 변형을 즐깁니다.
산산 조각난 잔해물들이 어지럽게 걸려있는 <차갑고 어두운 것: 분해 조립도>는 마치 폭파 현장을 그린 듯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는 코넬리아 파커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이 작품을 통해 미술계를 비롯해 대중에게 각광 받으며 영국의 영향력 있는 현대 미술가로 떠올랐습니다. 이 작품은 영국군에 의해 폭파된 파커의 정원창고의 시커멓게 타버린 잔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온갖 물질들이 공중에 떠 있고, 빛에 반사된 그림자가 나머지 전시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폭파 당시 정확히 어떻게 창고가 폭발될 것이며 어떤 형태의 파편을 만들어 낼지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을 빗대어 작가는 “물질의 무의식이 탄생시킨 작품”이라고 묘사합니다. 파커가 폭파 장소로 창고를 선택한 이유는 창고는 사람들의 다양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더 쓸모없는, 하지만 버릴 수 없는, 세월과 함께 잊혀진 물건들을 모아둔 곳으로 인생의 허망함을 이야기하기 가장 적절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비밀이 깃들어 있는 사적인 공간을 파괴하고 기존의 형태와 가치로부터 변해버린 물건들과 추억들을 통해 작가는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입니다. 파커는 작품을 ‘폭풍의 눈’에 비유하며 카오스 속 고요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어수선한 상황 속 일시 정지되어있는 듯한 작품의 모습은 마치 사운드 없이 전쟁영화 한 편을 보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파커는 본래 존재하는 예술품에 그녀만의 해석을 덧붙여 재탄생시키기도 합니다. 로댕의 키스하는 연인들을 긴 실로 칭칭 감아 재창조한 <거리>는 사랑의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연인 간의 깊은 사랑을 보여줌과 동시에, 줄에 촘촘히 묶여 숨이 멎을 듯 억압된 연인의 모습을 그려내며 사랑의 또 다른 이면을 드러냅니다. 로맨스의 아름다움에 가려진 그에 따른 책임감과 속박을 실 하나를 사용해 은유적으로 그려냅니다.
코넬리아 파커는 현재 ‘마그나카르타’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마그나카르타는 1215년에 영국의 존 왕이 귀족들의 압력에 굴복하여 칙허한 법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는 대헌장입니다. 마그나카르타의 800주년을 맞아 영국 국립 도서관은 파커에게 작품을 커미션 했고, 파커는 마그나카르타의 내용과 의미 그리고 역사를 바탕으로 자수 설치물을 제작 중입니다. 마그나카르타는 국왕의 전제를 제한하는 조항이 잡다하게 실려 있으며 전체의 일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살려 작가는 누구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서 지식과 정보를 올리고 수정할 수 있는 비전문적이고 불명료한 위키피디아가 정의하는 마그나카르타를 13미터에 이르는 자수로 만들며 파커만의 독특한 마그나카르타를 보여줍니다.
각양각색의 소재들로 다양한 형태와 의미를 지닌 작품을 창작하는 코넬리아 파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대미술에서 그녀의 시적인 작업들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미술가들을 ‘유랑하는 철학자’에 빗대어 표현한 파커는 미술로 교감하는 심상의 시인으로 우리가 미처 보고 지나가지 못한 일상적인 존재를 색다르게 인지하며 일상의 소소함과 권태로움을 신선하게 표현합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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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 Dark Matter> 1991
Exploded View A garden shed and contents blown up for the artist by the British Army, the fragments suspended around a light bulb Dimensions 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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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 Room> 2015
Perforated paper negatives left over from production of remembrance poppies, with thanks to The Poppy Factory, Rich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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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er Ego(Pale Reflection)> 2011
Silver plated object 25×25×35cm (CP 20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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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Path(Bunhill Fields)> 2013
Black patinated bronze 340×250×9cm Edition of 2 (CP 23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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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Path(Bunhill Fields)> 2013
Black patinated bronze 340×250×9cm Edition of 2 (CP 23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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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son and Antidote Drawing> 2012
Rattlesnake venom and black ink, Anti-venom and white ink 68×68cm (CP 28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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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stance(A Kiss with String Attached)> 2003
Auguste Rodin’s The Kiss(1904), a mile of string Installation at Tate Britian, London (kiss3)
Profile

1956년 영국에서 태어난 코넬리아 파커는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하는 거대 규모 설치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입니다. 1997년 터너상(Turner Prize) 최종 후보 4인에 이름을 올린 작가이기도 한 파커는 주로 폐기된 오브제와 물질들을 변형해 그것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평범한 오브제들은 그의 손을 거쳐 비범해 보이는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파커는 시드니비엔날레, 샤르자비엔날레, 광저우트리엔날레 등 다양한 국제 행사에 참가했으며, 1998년 서펀타인 갤러리 개인전을 비롯, ICA 보스톤, 발틱 현대미술센터 등 세계 유수 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한편 MoMA,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테이트 미술관, 영국 문화원, 헨리 무어 재단 등을 포함 전 세계에 걸친 다수의 컬렉션에도 작품이 소장돼 있습니다.
Bloomberg Brilliant Ideas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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