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20: 콘래드 쇼크로스
과학과 예술의 공존을 지휘하는 예술가

과학, 철학 그리고 예술의 경계

언뜻 보기엔 미술작품이라 여겨지지 않는 복잡한 기계들부터 기하학적 모양의 구조물까지, 콘래드 쇼크로스(Conrad Shawcross)의 작품은 작가가 철학과 과학을 탐구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과 컴퓨터 엔지니어인 친구를 인생의 멘토로 언급할 정도로 그가 보이는 과학 탐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합니다.
많은 과학 이론 중 과거에 이론적으로 혹은 방법론적으로 실패한 과학적 주제들에 매력을 느낀다는 쇼크로스는, 그것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야심 차고 구조적인 조형물을 만들어 냅니다.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기술과 자연력을 결합해 작업함으로써 자신의 작품에 역설과 경이로움을 불어넣으며 과학과 철학, 그리고 예술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쇼크로스를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Episode 그 스무 번째 이야기에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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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 쇼크로스는 영국 내에서도 훌륭한 교육을 받은 작가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여느 미술학도들과 달리 학교에서 가르치는 미술사나 예술가 같이 미술과 관련된 내용에 큰 흥미가 없던 그는 오히려 종합대학에서 진행되는 여러 주제의 강연들에 매료되었습니다. 그 중 쇼크로스를 사로잡은 주제는 바로 과학입니다.
그를 처음 주목받게 한 <The Nervous System>(2003)은 대칭되는 베틀 모양의 구조에 모터를 달아 차축이 30도 정도 움직이게 만들어진 설치물입니다. 영국 산업 혁명 시기에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Luddite)’에 영감 받아 만들어진 이 작품은 곧 무너질 듯한 거대한 몸집에 느린 속도로 작동하며 보고 있자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모두가 작고 빠른 기계만 찾는 요즘, 그 정반대의 형상을 한 이 시대착오적 기계로 시간의 모양을 나타내려는 작가의 의도는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적합했습니다.

본인의 예술철학을 믿고 꾸준히 실험적인 작업을 해온 그는 2013년, 젊은 나이에 영국 왕립 미술원(Royal Academy of Arts)의 멤버로 뽑혔으며 이를 바탕으로 영국 왕립 미술원에서 <The Dappled Light of the Sun>(2015)을 선보였습니다. 기하학적 패턴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8,000여 개의 사면체들을 연결해 6m 높이의 삼각대 위에 거대한 ‘지붕’을 만든 것으로, 높이 10m, 너비 5m, 무게 40톤에 달해 그 규모만으로도 관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쇼크로스는 자신의 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면체를 사용하는 이유로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사면체를 모든 문제의 근원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사면체를 ‘벽돌’에 비유해 그것들로 작품을 지어나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큰 호응을 얻은 이 작품으로 쇼크로스는 실험하는 예술가로서 다시 한 번 굳게 자리매김했습니다.
사람들은 예술적 아름다움보다는 본인의 과학 철학에 집중해 작품을 만드는 그를 의아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조각가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조각가이기 이전에 예술가이다”라고 대답한 그는 3차원의 공간과 기념비적인 규모의 작품을 만드는 것에 주력한다고 말했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을 꿈꾸다

작품활동에 있어 과학 철학에 기초하는 그가 특히 주목하는 주제 중 하나는 ‘패러다임’입니다. 패러다임은 쇼크로스가 대학 시절부터 관심을 보인 주제로 2006년부터 같은 제목으로 작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초기 작품인 <Paradigm(Ode to the Difference Engine)>(2006)은 두 개의 기계가 동시에 실타래를 감고 풀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예술적 미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패러다임의 기본 개념에 충실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후의 ‘Paradigm’ 시리즈는 제목에 걸맞게 꾸준히 변화해 <Paradigm Slender>(2015), <Paradigm Chamfer>(2015), <Paradigm Exploded>(2015) 등을 포함해 재료나 크기 면에서 점점 진화됐습니다. 초기의 <Paradigm(Ode to the Difference Engine)>이 작동을 간신히 해내는 기계에 불과했다면 이후의 시리즈는 패러다임의 개념은 유지하면서 동시에 예술적 가치를 높여간 것입니다.

그 중 <Paradigm>(2016)은 이 시리즈의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지난 2월 런던의 중심부 킹스크로스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좁은 바닥면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갈수록 너비가 넓어져, 제일 윗부분은 무려 5m 너비에 달하며 총 높이 14m의 거대한 기하학적 형상을 띤 작품은, 쇼크로스의 과학 철학이 사면체와 결합한 결과물입니다. 영국 의료자선단체의 커미션을 받아 런던 한복판에 위치한 과학 기관을 기념하기 위한 공공미술품 제작된 작품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과학자들에 대한 오마주를 담는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쇼크로스의 철학이 담긴 이 작품 역시 패러다임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미국의 과학자이자 철학자 토머스 쿤(Thomas Kuhn)의 저서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영감 받아, 과학의 진보를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낡은 패러다임을 끊임없이 무너뜨려야 한다는 책의 내용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발전을 거듭하다 결국 무너지게 되고 부식해 결국 종말에 이르게 되는데, 풍화된 사면체들이 나선형을 이루며 하늘로 치솟고 있는 <Paradigm>의 형상은 이러한 위대하면서도 불안정한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한복판에 세워지는 공공미술품으로는 자칫 교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이지만, 쇼크로스는 사람들이 <Paradigm>을 일상생활 속에 존재하는 모든 패러다임 전환 과정의 일부로 여겨주길 원합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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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DA Project> 2013
Aluminium, steel, light, computer controlled mechanical system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at Palais de Tokyo, Paris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
<The ADA Project> 2013
Aluminium, steel, light, computer controlled mechanical system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at Palais de Tokyo, Paris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
<The Dappled Light of the Sun> 2015
Weathered steel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at Frieze Sculpture Park, London
Photograph by Stephen White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
<The Dappled Light of the Sun> 2015
Weathered steel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at The Royal Academy, London
Photograph by Marc Wilmot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
<The Dappled Light of the Sun> 2015
Weathered steel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at The Royal Academy, London
Photograph by Marc Wilmot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
<Three Perpetual Chords> 2015
Cast iron Dimensions variable Curated and managed by the Contemporary Art Society for Southwark Council
Photograph by Philip Vile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Gallery, London -
<Three Perpetual Chords> 2015
Cast iron Dimensions variable Curated and managed by the Contemporary Art Society for Southwark Council
Photograph by Philip Vile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Gallery, London -
<Timepiece> 2013
Aluminium, steel, mechanical system, light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at The Roundhouse, London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
<Timepiece> 2013
Aluminium, steel, mechanical system, light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at The Roundhouse, London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
Exhibition view of <Inverted Spired and Descendent Folds> 2015 at Victoria Miro, London 2015
Photograph by Robert Glowacki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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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view of <Inverted Spired and Descendent Folds> 2015 at Victoria Miro, London 2015
Photograph by Robert Glowacki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Profile

Photo Credit by Carolina Mazzolari
1977년 영국에서 태어난 콘래드 쇼크로스(Conrad Shawcross)는 과학적 합리성에 관심 많은 예술가입니다. 그는 기하학과 철학, 물리학과 형이상학의 경계에 놓인 주제를 조각을 통해 탐구하며, 구조적이고 기계적인 거대 몽타주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재료들과 매체를 사용, 이론과 방법론을 제기합니다.
쇼크로스는 2001년 브리티시 아트 스쿨 졸업 전시에서 데뷔한 이후, 2004년 사치 갤러리에서 2만 미터나 되는 대칭 모습을 한 이중 나선 구조 설치 작업인 <The Nervous System>으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2012년에는 티치아노의 걸작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제작한 <Metamorphosis: Titian>으로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던 그는 2015년 영국 덜위치 파크에서 새로운 조각 시리즈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장소-특정적 커미션 작업으로 아트 앤 워크 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쇼크로스는 2009년 아트 브뤼셀의 개인전으로 일리 프라이즈를, 2014년에는 로얄 아카데미 전시로 잭 골드힐 어워드 수상의 영예도 안았습니다.
Bloomberg Brilliant Ideas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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