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SIMG

Brilliant Ideas Episode #27: 최우람

과학으로 조각을 빚어내는 실험가

<Scarecrow> 2012 Electric wire, metallic material, motor, hydraulic cylinder, custom CPU board, metal halide lamp 370×500×240cm

고철에 불어넣는 생명

<Ouroboros> 2012 Metallic material, resin, 24K gold leaf, motor, machinery, custom CPU board 12×130(Ø)cm

최우람의 작품은 관람객을 상상의 나래로 이끕니다. 우주 생명체 같은 기괴한 모습부터 마치 화석을 뚫고 나온듯한 고생대 생물 모형까지, 그가 만들어내는 기계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금속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차갑고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움직이기 시작하면 놀라울 정도로 신비롭고 따뜻하기까지 합니다.

그가 보여주는 기계생명체와 그것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어 여러 이야기를 전달하는 아티스트 최우람을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Episode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과학 사랑이 만들어낸 상상의 나래

<Merry-Go-Round> 2012 Hand made merry-go-round, sound system, metallic material, motor, gear, custom CPU board, LED 190×110×110cm

‘기계생명체 탐험가’, ‘과학을 탐닉하는 예술가’ 등 그에게 붙는 수식어는 과학적 사고를 하고 항상 과학과 함께 생활하는 아티스트임을 잘 표현합니다. 한국 최초의 자동차를 만든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과학과 가깝게 지낸 그는 어린 시절 장래희망이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였을 만큼 학문에 몰입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술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인 그는 예술가와 과학자 사이에서 갈등한 끝에 예술가의 길을 택합니다.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공부하던 중 우연히 키네틱 아트를 접하게 된 작가는 미술과 과학을 접목시킬 수 있는 키네틱 아트로 과학 사랑을 실현했습니다.

<Custos Cavum> 2011 Metallic material, resin, motor, gear, custom CPU board, LED 220×360×260cm

최우람의 호흡하는 기계들은 과학과 미술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딱딱한 기계부품으로 이뤄졌지만, 꽃과 벌레 등 자연 형태로 느릿하게 움직이는 조각들은 실제 생명체 같은 느낌을 지닙니다. 기계, 특히 그의 상상에서 비롯해 탄생한 기계에 생명을 주는 일은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영화나 만화 속 로봇이 생명을 얻어 인간의 친구가 되는 스토리에 영감 받는다는 그는 생명을 불어넣은 기계에 기묘한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저마다의 ‘탄생설화’를 갖고 있습니다. <쿠스토스카붐>(2011)은 그의 상상에 존재하는 수호신입니다. “과거 작은 구멍들로 연결된 두 세계를 잇는 길이 막히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 이 수호신이 이제는 뼈로만 남았지만, 여전히 거대한 몸체를 움직이며 숨을 쉰다”고 작가는 설명합니다. 언뜻, 엉뚱한 주장 같지만 그는 이것이 실제 존재함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과학적 분류에 의한 이름, 즉 학명까지 붙입니다. 그는 작품의 조형적 아름다움,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스토리 텔링을 뒷받침하는 해설까지 완성해 “이야기가 정말 사실인가?”란 착각을 유도합니다. 그는 이 밖에도 ‘울티마 머드폭스’, ‘우나 루미노’ 등 자신의 기계들에 실존하는 생명처럼 인식되는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끈기를 넘어 새로운 생명으로

<URC-1 >(detail) 2014 Motor Headlights, Steel, COB LED, Aluminium radiator,DMX Controller, PC 3,120×3,320×2,960mm

최우람의 기계생명체 작품들은 복잡 미묘한 형태로, 결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깨닫게 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조각품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까닭에 그의 모든 작품은 어떤 모습으로든 움직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계 다루는 일을 즐기는 그에게도 구상한 작품을 현실화시키는 과정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기계의 딱딱한 움직임이 아닌 유기적인 생명체의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프로그램과 하드웨어를 실험하고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되기 때문이지요. 그는 기계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 실제 로봇을 만드는 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는데, 현재는 더 높은 완성도의 작품을 위해 고고학, 생물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그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스토리를 구성하는 일입니다. 스토리를 바탕으로 스케치를 하면 그의 협력가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정확한 설계를 시작합니다. 기계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하고 기계 부품을 하나하나 도면으로 확인 후 제작해 조립하면 작품이 완성되는데, 완성까지 보통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엄청난 끈기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작품 탄생과정은 과학자가 로봇을 만드는 과정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Installation view of <Urbanus Female> at MORI Art Museum, Tokyo 2006 Metallic material, machinery, metal halide lamp, electronic device(CPU board, motor) close 103×103×241cm, open 389×389×233cm

꽃봉오리를 오므렸다 여는 움직임을 반복하는 <Una Lumino>(2008)부터 불교 만다라에서 영감 받아 소용돌이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Cakra 2552-A>(2008), 크기가 3.5m에 달하는 <어바누스 피메일>(2006)까지, 그가 만들어내는 기계생명체는 어느 것도 쉽게 완성되지 않습니다. 미디어를 다루는 수많은 작가 중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 최우람이지만, 기술적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작업에 대한 목마름 또한 작품이 끊임없이 진화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인간 문명의 산물인 기계를 파고드는 그의 상상력, 그리고 그 상상력을 실현에 옮기는 기술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기계생명체를 만들어낼까요? 사뭇 궁금합니다. ■ with ARTINPOST

  • <IMAGO> 2014

    Metallic material, machinery, electronic device (CPU board, motor, LED) 270×289×175cm

    <IMAGO> 2014 Metallic material, machinery, electronic device (CPU board, motor, LED) 270×289×175cm
  • <Custos Cavum> 2011

    Metallic material, resin, motor, gear, custom CPU board, LED 220×360×260cm

    <Custos Cavum> 2011 Metallic material, resin, motor, gear, custom CPU board, LED 220×360×260cm
  • <Merry-Go-Round> 2012

    Hand made merry-go-round, sound system, metallic material, motor, gear, custom CPU board, LED 190×110×110cm

    <Merry-Go-Round> 2012 Hand made merry-go-round, sound system, metallic material, motor, gear, custom CPU board, LED 190×110×110cm
  • Installation view of <OpertusLunula Umbra (Hidden Shadow of Moon)> at Art stations Foundation, Poznan 2008

    Aluminum, stainless steel, plastic, electronic device (BLDC motor motion computing system) closed 420×130×420cm open 500×360×490cm Scientific name: Anmopial Pennatuslunula Uram

    Installation view of <OpertusLunula Umbra (Hidden Shadow of Moon)> at Art stations Foundation, Poznan 2008 Aluminum, stainless steel, plastic, electronic device (BLDC motor motion computing system) closed 420×130×420cm  open 500×360×490cm Scientific name: Anmopial Pennatuslunula Uram
  • <Ouroboros> 2012

    Metallic material, resin, 24K gold leaf, motor, machinery, custom CPU board 12×130(Ø)cm

    <Ouroboros> 2012 Metallic material, resin, 24K gold leaf, motor, machinery, custom CPU board 12×130(Ø)cm
  • <Pavilion> 2012

    Resin, wood, crystal, 24K gold leaf, plastic bag, metallic material, fan, motor, custom CPU board, LED 244×132×112cm

    <Pavilion> 2012 Resin, wood, crystal, 24K gold leaf, plastic bag, metallic material, fan, motor, custom CPU board, LED 244×132×112cm
  • <Scarecrow> 2012

    Electric wire, metallic material, motor, hydraulic cylinder, custom CPU board, metal halide lamp 370×500×240cm

    <Scarecrow> 2012 Electric wire, metallic material, motor, hydraulic cylinder, custom CPU board, metal halide lamp 370×500×240cm
  • Installation view of <Urbanus Female> at MORI Art Museum, Tokyo 2006

    Metallic material, machinery, metal halide lamp, electronic device(CPU board, motor) close 103×103×241cm, open 389×389×233cm

    Installation view of <Urbanus Female> at MORI Art Museum, Tokyo 2006 Metallic material, machinery, metal halide lamp, electronic device(CPU board, motor) close 103×103×241cm, open 389×389×233cm
  • <URC-1 > 2014

    Motor Headlights, Steel, COB LED, Aluminium radiator, DMX Controller, PC 3,120×3,320×2,960mm

    <URC-1 > 2014 Motor Headlights, Steel, COB LED, Aluminium radiator, DMX Controller, PC 3,120×3,320×2,960mm
  • <URC-1 >(detail) 2014

    Motor Headlights, Steel, COB LED, Aluminium radiator, DMX Controller, PC 3,120×3,320×2,960mm

    <URC-1 >(detail) 2014 Motor Headlights, Steel, COB LED, Aluminium radiator, DMX Controller, PC 3,120×3,320×2,960mm

Profile

최우람

사진: 황유식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난 최우람(Choe U Ram)은 고고학, 생물학, 로봇 공학 등에서 파생된 가상 이론을 바탕으로, 정교한 기계 생명체들을 작품화하는 독보적 세계를 지녔습니다. 어린 시절 장래희망이 과학자였을 정도로 과학을 좋아했지만, 미술에도 남다른 재주가 있었던 그는 과학과 조각을 아우르는 아티스트로 거듭났습니다. 종종 ‘키네틱 아티스트’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그를 그저 ‘조각가’로 불러주길 바랍니다.
중앙대학교 조소과와 대학원을 졸업 후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최우람은 1998년 서울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도쿄, 베니스, 뉴욕 등 국내외에서 수차례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고, ‘상하이 비엔날레(Shanghai Biennale-Hyper Design)’, 영국 맨체스터 아트갤러리(Manchester Art Gallery, U.K.)에서 열린 ‘아시안 아트 트리엔날레(Asian Art Triennial)’ 등 해외의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View more in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