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34: 차오 페이
소통의 연금술사

미디어 언어로 중국을 말하다

중국 사회의 격동적인 변화를 담는 차오 페이(Cao Fei)의 작품은 전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중국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 전반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최신 기술에 특유의 세련된 위트와 시적인 요소를 불어넣어 예술 언어로 소통하는 페이는 단연 가장 주목받는 동시대 중국 예술가 중 한 명입니다.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라고 말하며 중국 사회의 변화를 쉬지 않고 작품에 담아내는 차오 페이를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Episode 서른네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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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가기 >위트와 상상력으로 그리는 현실

상대적으로 여성 아티스트가 활발하게 활동하기 힘든 중국에서 페이가 눈에 띄는 역량을 보이게 된 데에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조각가로 활동했던 페이의 부모님은 그가 어렸을 때 당시 흔치 않았던 비디오카메라를 장만했고, 작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비디오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촬영하며 남들과는 조금 다른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회상합니다. 이 시절의 경험은 현재 그가 빠른 기술의 변화를 쉽게 받아들여 작품에 적용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도서관에서 피카소(Picasso), 달리(Dali) 등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며 자연스레 예술과 가까워졌고 그가 살았던 도시 광저우 역시 작품 세계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중국 개방 직후인 1970-80년대, 광저우는 중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했던 곳이었기에 페이는 급변하는 주변 상황을 생생히 목격하며 상상력을 키웠습니다.

<임밸런스257(Imbalance 257)>(1999)는 그가 대학 입학 후 만든 첫 단편영화로, 격동의 시대 속 청년들의 실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영상에 대해 작가는 “가장 순수한 나와 내 작품관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라고 평가합니다. 이 작품은 스페인에서 개최되는 시각예술 축제 ‘포토에스파냐(PhotoEspana)’에 초청되어 페이가 국제예술계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중국사회의 현실을 그리는 작품을 제작하는 데 주력한 작가는 <코스플레이어(COSplayers)>(2004)에서 격변하는 중국 사회에서 ‘코스플레이’라는 하위문화에 빠진, 힘없이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그립니다. 작품은 평범한 모습의 사람들, 건물 공사현장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담음으로써 현실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세계가 공존하는 중국의 모습을 반영합니다.

또 다른 작품 <후즈 유토피아?(Whose Utopia?)>(2006)는 중국의 개방이 가져온 임팩트를 표현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이루고 싶었던 꿈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엮었습니다. 작품은 제목 그대로 ‘유토피아가 누구의 것인가’를 질문하며 과연 중국의 개방이 사람들에게 정말 행복만을 가져다주었는지 되묻습니다. 이처럼, 중국이라는 거대한 사회를 흥미롭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인간화하는 페이의 작품에는 고국을 향한 그의 애정이 담겨있습니다.
중국을 전하는 메신저

차오 페이가 중국의 격동적인 순간을 전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것은 2007년 광저우에서 베이징으로 이주하면서부터입니다. 정치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수도 베이징은 더 많은 작품 소재를 제공해주었고, 그만큼 작업 방식도 다양해졌습니다. <RMB City: A Second Life City Planning>(2007)은 바로 이 시기 그의 관심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지난 영상작업에서 더 나아가 가상현실과 접목시켜 사람들이 원하는 중국의 모습을 아이코닉한 이미지로 그려냅니다. “차이나 트레이시(China Tracey)”라는 이름의 아바타가 등장해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중국과 유토피아에 대한 질문을 하는 작품은 페이의 혁신적인 매체 선택과 소재에 대한 그의 호기심을 잘 나타낸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2010년부터 3년간 짧은 공백기를 가진 후, 작가는 <헤이즈앤드포그(Haze and Fog)>(2013)로 다시 예술계에 돌아옵니다. 이전의 작품들이 세계에 적응해 나가는 중국의 가능성을 그렸다면, 이 작품은 쳇바퀴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현대 베이징 시민들의 모습을 비관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으스스하리만치 어둡고 괴상한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공백 기간 동안 겪은 작가만의 경험이 녹아있어 더욱 성숙하고 개념적으로 완성된 느낌을 줍니다.

최근작 <럼바II: 노마드(Rumba II: Nomad)>(2015)는 페이가 오랜 기간 사용했던 스튜디오가 철거된 후 여러 대의 로봇 청소기가 잔재를 청소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특유의 풍자적 유머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최근 그가 주목하는 주제는 중국 전역에 도시 계획을 위해 진행 중인 ‘철거’입니다. 바삐 돌아가는 도시의 모습, 그 안에 살고있는 사람들, 건물들이 부숴지고 새로 지어지는 모습을 세세히 기록하며 그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중국의 현실을 알리고 소통하고자 합니다.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하는 페이는 지금도 세상에 중국을 전하기 위해 쉼 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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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players Series: A Ming at Home> 2004
C-print 75×100cm Courtesy of artist and Vitamin Creative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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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ze and Fog> 2013
C-print 70×105cm Courtesy of artist and Vitamin Creative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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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ze and Fog> 2013
C-print 70×105cm Courtesy of artist and Vitamin Creative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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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 avatar: China Tracy) Mirror> 2007
Machinima 28’ Courtesy of artist and Vitamin Creative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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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Town: Airport> 2014
C-print 80×120cm Courtesy of artist and Vitamin Creative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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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Town: River Bank> 2014
C-print 80×120cm Courtesy of artist and Vitamin Creative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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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 avatar: China Tracy). RMB City: A Second Life City Planning> 2007-2011
Video, 6’ Courtesy of artist and Vitamin Creative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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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osplayer Series: Bunny’s World> 2004
C-print 90×120cm Courtesy of artist and Vitamin Creative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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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e Utopia?> 2006
C-print 120×150cm Courtesy of artist and Vitamin Creative Space
Profile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차오 페이(Cao Fei)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중국 작가입니다. 중국 아트 씬을 이끌어갈 혁신적 작가로 꼽히는 그는 비디오, 퍼포먼스, 디지털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주제만큼은 중국인의 ‘일상’에 관통하며 특히, 문화 혁명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들의 잃어버린 꿈, 극복 전략 그리고 현실 도피 등을 탐구합니다. 또한,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는 빠르고 혼란스런 변화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1978년 중국 광저우에서 태어난 작가는 현재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3년, 2007년 그리고 2014년에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2008 요코하마 트리엔날레(Yokohama Triennales 2008)’, ‘제15회 & 제17회 시드니 비엔날레’(15th & 17th Biennale of Sydney) 등 다수의 국제 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테이트 모던(Tate Modern, London), 뉴욕 구겐하임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MoMA), 모마 PS1(MoMA PS1)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Bloomberg Brilliant Ideas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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