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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Ideas Episode #30:
차이 구어 치앙

폭발적인 에너지로 소통하는 작가

<Reflection-A Gift from lwaki> Taipei Fine Arts Museum, Taiwan 2009

역동적인 중국의 표상

<Dream> Villa Manin Centro d'Arte Contemporanea, Codroipo, Italy 2008

서예가인 아버지 밑, 전통을 중시하는 집안에서 자란 차이 구어 치앙(Cai Guo-Qiang)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하이 희극학원에서 무대미술을 공부했습니다. 중국의 개혁이 시작되던 1986년 그는 중국을 떠나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고국을 떠나 활동했지만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신작을 선보이는 등 그는 현재 ‘중국성’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가 선보이는 거대하고 역동적인 중국적 표상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은 현대미술과 중국 전통을 오가며 많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차이 구어 치앙을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Episode 서른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화약의 화려한 연금술사

<Inopportune: Stage One> Sydney, Australia 2010

차이 구어 치앙은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특정한 주제로 그려놓은 밑그림에 화약을 뿌리고 그림을 완성하는 퍼포먼스, 또 수십 미터에 이르는 그림을 천장에 걸고 전시장 바닥에 올리브 오일로 연못을 만들어 반사시키는 작품 등 그의 열정이 느껴지는 작업들은 실존하는 것과 사라지는 것, 밝음과 어두움, 음(陰)과 양(陽) 등 삶과 예술의 조화에 대해 끊임없이 묻습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철학적 질문을 하는 동시에 작품의 규모와 방식에 있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습니다. 화약을 이용한 그림, 정교한 조각 작품, 대규모 폭파 작업과 설치 미술 등 작업을 향한 그의 시도는 주저함 없이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수많은 작품 중 그의 이름을 중국 현대미술계에 각인시킨 것은 단연 ‘화약 드로잉’ 시리즈일 것입니다. 종이에 먹 대신 화약으로 동양화를 그려내는 특유의 작업은 다양한 양상을 보여줍니다. 한지에 일정한 모양으로 화약을 깔고 불을 붙여 폭파시키면 불꽃이 그림이 되고, 불꽃과 연기가 일어날 때 재빨리 천을 덮어 불을 끄면 폭발한 화약이 한지에 남긴 궤적도 그림이 됩니다.

<Complex Rockbund> Art Museum, China 2010

또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색상의 불꽃과 연기 또한 작품의 한 부분으로 남습니다. 중국의 대표 발명품인 화약과 퍼포먼스를 조합해 만들어낸 수묵화를 닮은 드로잉은 자발적이고 통제할 수 없는 화약의 폭발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더해져 스펙터클함까지 지닙니다. 하지만 차이 구어 치앙은 단순히 폭발의 웅장함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력이 큰 화약과 힘없이 쉽게 타버리는 종이를 병치시킴으로써 세심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한자로 ‘불(火)’과 ‘약(藥)’이 합쳐진 단어인 ‘화약’을 통해 상대에 따라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담는다’거나 ‘결코 약한 존재란 없다’ 등 그만의 심오한 철학을 말하는 것입니다. 중국인이 자랑스러워하는 발명품 화약과 종이를 조합해 폭발로 추상화된 동양화를 제시하는 그가 ‘중국성’을 대변하는 작가로 꼽히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고국을 향한 애정을 현대미술로

<Head On> National Museum of Singapore, Singapore 2010

차이 구어 치앙은 중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2008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Guggenheim Museum)에서 회고전을 열었습니다. <차이 구어 치앙: 나는 믿고 싶다(Cai Guo-Qiang: I Want to Believe)>라는 1인칭 서술형 제목으로 열린 전시에서 그는 수 백 마리의 동물 박제, 줄줄이 매달려 낙하하는 차체와 같은 대규모 설치작과 미디어 작품 등을 선보이며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뽐냈습니다.
그는 같은 해 베이징올림픽의 시각특수예술 총감독으로 선정되어 자신의 대규모 화약 작업으로 베이징의 하늘을 수놓아 실로 중국을 대표하는 미술가임을 확실히 하기도 했습니다. 베이징올림픽 준비 당시 그는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상태였지만 고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의 예술적 격을 높여 국제적이고 현대적인 행사로 만들고자 개·폐막식의 운영자 모집에 지원한 것입니다.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그는 중국의 예술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개막식 당시 그가 선보인 연출은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Fallen Blossoms: Explosion Project> Philadelphia Museum of Art, Philadelphia 2009

차이 구어 치앙의 전위적이고 실험적이면서도 대지미술적인 양상을 띄는 작품들은 많은 이의 눈길을 끕니다. ‘외계인을 위한 프로젝트(Projects for Extraterrestrials)’는 1990년 시작된 프로젝트로, 곳곳에 설치된 화약이 과거 중국제국과 전설을 상징하는 ‘용’의 패턴으로 폭발한 작업입니다. 세계 여러 장소에서 진행된 이 작업을 통해 그는 중국이 발명한 화약이야말로 ‘아름다움과 기쁨을 전달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라는 그의 믿음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 밖에도, ‘버섯구름의 시대: 20세기를 위한 프로젝트(Century with Mushroom Clouds: Project for 20th Century)’(1996) <Light Cycle>(2003) 등 장소 특정적 개념미술의 색을 지니는 작품은 예술적 개념과 메시지를 전달할 뿐 아니라 중국을 향한 그의 애정까지 묻어납니다. 화약의 폭발과 어우러지는 작품 속 자연, 종이 그리고 수많은 오브제들은 강력한 어조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바꾸어놓습니다.
작가는 “예술에서 완벽한 현실을 찾는 과정이 가장 즐겁고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전통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차이 구어 치앙. 그는 지금도 예술을 향한 폭발적인 열정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 with ARTINPOST

  • <Fairytale> Rockbund Art Museum, China 2010

    <Fairytale> Rockbund Art Museum, China 2010
  • <Reflection-A Gift from lwaki> Taipei Fine Arts Museum, Taiwan 2009

    <Reflection-A Gift from lwaki> Taipei Fine Arts Museum, Taiwan 2009
  • <Fallen Blossoms: Explosion Project> Philadelphia Museum of Art, Philadelphia 2009

    <Fallen Blossoms: Explosion Project> Philadelphia Museum of Art, Philadelphia 2009
  • <Dream> Villa Manin Centro d'Arte Contemporanea, Codroipo, Italy 2008

    <Dream> Villa Manin Centro d'Arte Contemporanea, Codroipo, Italy 2008
  • <Inopportune: Stage One> Sydney, Australia 2010

    <Inopportune: Stage One> Sydney, Australia 2010
  • <Complex Rockbund> Art Museum, China 2010

    <Complex Rockbund> Art Museum, China 2010
  • <Borrowing Your Enemy's Arrows> National Art Museum of China, Beijing, China 2008

    <Borrowing Your Enemy's Arrows> National Art Museum of China, Beijing, China 2008
  • <Head On> National Museum of Singapore, Singapore 2010

    <Head On> National Museum of Singapore, Singapore 2010

Profile

차이 구어 치앙

ⓒ Cai Studio

동시대 중국 아트 씬을 논할 때 주요 인물로 꼽히는 차이 구어 치앙(Cai Guo-Qiang)은 마오쩌둥(Mao Zedong)이나 사회주의 이론 등 중국이 지닌 첨예한 문제에 집중합니다. 특히, 그의 ‘화약 드로잉’은 역사적 지도자 마오쩌둥의 신조인 “파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창조할 수 없다”란 주장을 강하게 반영합니다. 이외에도 폭넓은 내러티브, 전통, 한의학, 중국전통회화, 과학, 동식물상, 불꽃 등을 그는 작품에 녹여냅니다.
1957년, 중국에서 태어난 차이 구어 치앙은 현재 뉴욕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서예가이자 전통회화작가로 서점에서 근무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유년시절부터 서양과 동양 문화에 자연스레 노출돼 있었습니다. 상하이 씨어터 아카데미(Shanghai Theater Academy)에서 무대디자인을 전공하고, 요코하마 현대미술관(Yokohama Museum of Art in Japan), LA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 MoCA),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그는, 1999년 ‘제48회 베니스비엔날레(48th Venice Biennale)’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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