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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lliant Ideas Episode #8: 바티 커

광활한 스펙트럼을 지닌 연금술사

Anomalies Installation View

사물에 또 다른 생명을 불어넣다

Anomalies Installation View

페미니스트, 신화 작가, 인류학자 등 여러 가지의 이름으로 불리는 만능 예술가 바티 커는 인도 현대미술을 빛내는 인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도계 영국인으로 1969년 런던에서 태어나 뉴캐슬 폴리테크닉(Newcastle Polytechnic)에서 순수예술 학사과정을 수료하고 1993년 인도로 거처를 옳긴 후 현재까지 뉴델리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도 특유의 감성과 색깔이 짙게 묻어있는 작품을 창작하며 전통과 문화라는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주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냅니다. 인도의 역사와 철학, 큰 이슈들부터 작은 일상의 조각들에서 영감을 받아 다각도로 해석하고,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예술로 승화시킵니다. 그가 제시하는 색다른 관점들은 관람객을 자극하며 인도를 넘어 세계의 사람들을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예술세계로 초대합니다.

부조리한 사회가 만든 여성성을 그리다

Cloud Walker

페인팅, 조각, 설치물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바티 커는 예측할 수 없는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여성은 그가 다루는 광범위한 주제 중 가장 핵심적인 대상입니다. 여성의 인권과 성차별 문제를 고발하는 듯한 작품들은 전통과 문화라는 명목에 가려져 이제껏 소외되어 왔던 인도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특히 성폭력을 비롯해 여성을 상대로 한 흉악 범죄들이 끊이질 않는 인도의 현 실정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러한 문제들을 논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클라우드 워커(Cloud Walker)>와 <내 마음 속 무언가(Something on My Mind)>는 여인의 나체를 조각으로 표현한 뒤 여성을 상징하는 물건들, 사리(sari)와 구두 등을 주변에 위치시킴으로써 사회적 계급체제에 대한 질문을 제기합니다. 사리로 얼굴과 전신을 감싸야만 외출이 가능한 억압된 현실 속 여성들과 대조되는 모습의 조각상들은 벌거벗은 몸을 당당히 드러내며 부조리한 제도를 알립니다.

Solarium Series I

커는 자연의 이치와 위계를 뒤집으며 여성성의 불안정함과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그려냅니다. 그의 대표작인 <하이브리드(Hybrid)> 연작은 반인 반수의 조각과 사진으로 여성의 모습에 말의 다리나 원숭이 얼굴, 사슴뿔 등의 비정상적인 신체 부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풍자적으로 묘사된 괴이한 형태의 조각들은 쇼핑백, 커피 잔 등 아기자기하고 여성스러운 소품들을 하나씩 지니고 있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공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커는 짐승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다수의 인도 여성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들을 대표하여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여성의 고충을 통찰하고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예술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Square a circle 5

사리와 함께 커가 여성을 상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소재 중 하나는 빈디(bindi)입니다. 작은 조각 또는 점을 뜻하는 말로 인도 전통사회에서 결혼한 여성들이 이마에 한가운데 붙이는 빈디는 ‘세 번째 눈’ 혹은 ‘직관의 눈’으로 해석되는데, 남성에 대한 헌신과 복종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커는 빈디를 설치물과 캔버스 그리고 벽면에 반복적으로 붙이는 행위를 통해 색채와 질감이 살아있는 레이어들을 만들어냅니다. 작품 속 알록달록한 색상과 여러 크기의 빈디들은 서로 얽히고설키며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되고, 본래의 용도와는 전혀 다르게 이용됩니다. 기하학적 문양을 그려내며 마치 매직아이를 보는 듯한 착시효과를 주는 그의 화려한 빈디 작업은 인도 여성들의 단조로운 삶과 차별화를 이룹니다.

Bharti Kher, Anomalies Installation View

바티 커를 국제적인 작가로 거듭나게 한 작품 <피부는 별개의 언어로 이야기한다(The Skin Speaks a Language Not its Own)> 역시 여성이라는 같은 주제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실물 사이즈의 거대한 암컷 코끼리는 온몸이 빈디로 뒤덮인 채 맥없이 쓰러져 있는데, 이는 잊혀져 가는 전통과 무너져 내리는 인도 사회를 조명합니다. 보편적으로 빈디는 원의 형태를 띠는데, 커는 남성의 우월함을 상징하는 정자 모양의 빈디를 차용해 성차별 문제를 다시 한 번 짚어내며 작품에 사회적 깊이감을 더합니다. 커다란 조각을 촘촘히 메우고 있는 빈디들은 조각상의 굴곡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듯 흐르며 움직임을 만들어내는데, 이 모습이 힘없이 누워있는 코끼리와 대조되며 남성중심 사회 속 여성은 어디에 위치는 어디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발견된 오브제로 전통과 문화를 이야기하다

The past, the present and the future

바티 커는 평소 관습적으로 접하는 발견된 오브제(found object)를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해석하고 전달합니다. 지구본, 놋그릇 등 소규모의 물건들부터 거대한 목마, 나무로 지어진 사원까지 인도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에 약간의 변형을 주고, 미술관이라는 특별한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렇게 작품으로 재탄생한 일상의 물건들은 인도의 전통과 문화를 그대로 담아냅니다.
인도 국민의 과반 이상이 종교로 두고 있는 힌두교는 여성성과 함께 커가 다루는 주요 주제 중 하나입니다. 인도인 대부분의 삶을 장악하고 있는 종교는 삶을 풍요롭게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어 사회적 이슈로 빈번히 도마의 오르기도 합니다.

A vegetarian lion, a slippery fish

<채식주의자 사자, 미끈거리는 물고기(A Vegetarian Lion, a Slippery Fish)>는 수많은 신을 형상화 한 작은 나무 조각상들을 집합시킨 작업으로 힌두교의 여러 신과 같이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카스트제도를 기반으로 둔 인도의 계급 사회를 의미합니다. 종교적 교리에 의해 시행되는 비합리적인 정책들을 기존 오브제를 이용해 재조명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실제로 사용되는 나무 의자와 계단 그리고 화장대 등 발견된 오브제들을 즐겨 사용하는 커는 사물 하나하나가 가진 고유의 특성과 용도를 재해석합니다. 특히 인도의 가정집에서 가져온 흔한 나무 계단은 그의 손을 거쳐 빈디로 뒤덮인 채 전시공간에 놓이게 되며 인도인의 삶의 모습을 담아냅니다.

Time Lag

이렇게 커는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사물을 예술이라는 틀 안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그 개념과 가치를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는 장르를 아우르며 전통과 문화가 깊은 인도 속 감춰져 있던 인도여성인권의 실태와 카스트제도 등 부조리한 사회적 구조를 관람객에게 은유적으로 전달합니다. 나아가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며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꾀하기도 합니다. 한 가지의 이름으론 정의될 수 없는 폭넓은 작품세계와 통찰력을 겸비한 커는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예술가입니다.
■ with ARTINPOST

  • <The past, the present and the future> 2012-2013 Wood, resin, granite 353 x 252 x 11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The past, the present and the future
  • <The past, the present and the future> 2012-2013 Wood, resin, granite 353 x 252 x 11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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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past, the present and the future
  • <Solarium Series I> 2007-2010 Fibreglass, metal 274 x 335 x 304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Solarium Series I
  • <Solarium Series I > 2007-2010 Fibreglass, metal 274 x 335 x 304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Solarium Series I
  • <Time Lag> 2013 Wooden door frame, wooden pillar, glass brick, bindis, pulley 240 x 130.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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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me Lag
  • <Cloud Walker> 2013 Fibreglass, wooden rake, saree, resin, stone, steel 186 x 115 x 9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Cloud Walker
  • <Cloud Walker> 2013 Fibreglass, wooden rake, saree, resin, stone, steel 186 x 115 x 9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Cloud Walker
  • <A vegetarian lion, a slippery fish> 2013 Table, plaster, paint, 70 figures 118 x 172 x 11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A vegetarian lion, a slippery fish
  • <Square a circle 5> 2013 Bindis on composite panel, Diameter: 15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Square a circle 5
  • <Square a circle 5> 2013 Bindis on composite panel, Diameter: 15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Square a circle 5
  • <Square a circle 6> 2013 Bindis on composite panel, Diameter: 15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Square a circle 6
  • <Sequence> 2013 Bindis on aluminium composite panel, Each 60 x 60 cm, Set of 16 panels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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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quence
  • Bharti Kher, Anomalies Installation View

    photo: Keith Park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Bharti Kher, Anomalies Installation View
  • Bharti Kher, Anomalies Installation View

    photo: Keith Park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Bharti Kher, Anomalies Installation View
  • Bharti Kher, Anomalies Installation View

    photo: Keith Park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Bharti Kher, Anomalies Installation View
  • Bharti Kher, Anomalies Installation View

    photo: Keith Park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Bharti Kher, Anomalies Installation View

Profile

Bharti Kher

인도 현대미술을 이끄는 인물 중 하나로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바티 커(Bharti Kher)는 전통과 문화가 깃든 사물들을 새롭게 해석하여 독특한 형태로 재탄생시키는 아티스트입니다. 1969년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인도 뉴델리에 거주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도의 사회적, 예술적 요소가 묻어있는 그의 작업들은 광범위한 주제와 극적인 스토리를 전달하며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장르와 소재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방식으로 전통과 변화를 동시에 이야기하며 다양한 관점들을 제시합니다.
그는 인도를 상징하는 코끼리, 종교적 색체를 띈 조각상 그리고 인도 여성이 착용하는 빈디와 사리 등을 작품에 녹여내어 계급, 인종, 성, 종교 등 현대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들을 짚어냅니다.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이 공존하는 그의 작업들은 추상적인 무늬가 들어간 페인팅부터 대형 설치물에 이르기까지 여러 매체로 구현되어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특히 여성의 정체성을 테마로 한 그의 작품들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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