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40: 안토니 곰리
내면의 레이어를 쌓아 올리는 작가

가늠할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작품은 대부분 사람의 형상을 띄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인체 조각에선 시선을 사로잡는 색도, 화려한 기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 투박한 작품은 표면보다 내면, 그리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곰리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지만, 그 안에는 작품 안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끝없는 정신세계가 담겨있기에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작품은 그의 ‘신체’에서 출발해 ‘인간 내면’이란 거시적 관점으로 나아갑니다. 인간의 몸 그리고 그 내면을 치밀하게 다루는 조각가 안토니 곰리를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마흔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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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가기 >응집된 정신이 머무는 곳, 신체

안토니 곰리의 작품은 곧 작가 본인입니다. 자신의 몸을 캐스팅하는 제작 방식을 취하는 그는, 굳어가는 석고 안에 갇혀 움직일 수 없는 과정을 겪으며, 그 안에서 작가가 보낸 인고의 시간은 작품에 고스란히 담깁니다. 그래서 곰리는 어떠한 기교도 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 관람객들 외면이 아닌 내면이 응집된 신체를 보도록 유도합니다. 인도와 스리랑카를 20번이나 방문했을 정도로 불교와 명상, 내면세계에 관심이 많은 곰리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작가의 조각은 단순 평범한 ‘인체 조각’에 그치지 않은 정신적 산물입니다.

자신의 신체가 영감의 원천이자, 소재 그리고 작품 그 자체라 믿는 그는 영국 미술계에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바로 1981년, 런던 화이트채플(WhiteChapel, London) 첫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들은 곰리의 몸을 그대로 캐스팅 해 그의 신체 모든 면면이 드러나 있습니다. 다소 불편한 내색을 보인 관람객도 있었으나, 곰리는 이에 대해 어떠한 변론도 펼치지 않았습니다. 작가에게 신체는 그가 가장 가깝게 체험할 수 있는 존재, 세상에서 그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며 또한 작품이 된 그의 신체는 살아있는 순간을 나타내는 생체적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제 작품의 주제는 저의 몸 그 자체입니다. 또한 존재하고 있는 순간에 온전히 몰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주된 아이디어는 존재하는 지금 이 순간을 담아내는 것 입니다”라 곰리가 말했듯, 그에게 있어 본인의 신체는 소재이자, 내면이 깃드는 장소 그리고 작품 그 자체입니다.
사람, 환경 그리고 조각

우리는 미술 작품과 만나기 위해 미술관이나 갤러리로 발길을 옮깁니다. 곰리의 작품 또한 이와 같은 공간에 전시돼 있지만, 작품이 놓이는 위치의 자연 및 역사적 특성을 고려하는 그의 특성상 공공 환경과 만나는 순간 더 큰 시너지가 일어납니다.
영국 게이츠헤드 언덕에 위치한 <엔젤 오브 더 노스(Angel of the North)>(1998)는 양 날개를 펼친 형상을 취한 철제 조각으로 높이 20m, 가로 54m를 자랑하는 거대 작품입니다. 지금은 영국의 대표 공공미술로 손꼽히지만, 첫 시작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당시 게이츠헤드는 경제 주축이었던 탄광이 폐쇄됨에 따라 큰 시련을 겪고 있었기에, 프로젝트가 시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문화가 지닌 파급력을 믿은 게이츠헤드시는 간곡한 설득 끝에 프로젝트를 성사시켰고, 마침내 곰리의 천사는 드넓게 양 날개를 펼쳤습니다. 앞서 말했듯 곰리는 작품이 위치하는 ‘환경’을 고려하는 인물입니다.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거센 의구심, 그리고 게이츠헤드의 경제적 부흥은 그가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곰리는 “의심과 고난이 가득한 이 시간에, 특정한 목적성을 띈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란 질문에 프로젝트 시작점을 두었고, ‘천사’는 곧 해결책이 됐습니다.

그는 천사가 크게 3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말합니다. 첫 번째론 작품이 위치한 지면 아래 매립된 탄광에서 수백, 수천 명의 광부들이 지난 300년간 일했음을 기억하자는 목적이며, 두 번째로는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화 시대로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을 상징합니다. 한편, 천사의 날개는 완벽한 수평이 아닌, 3.5도 앞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는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작품의 자세를 나타낸 것이기도 합니다. 이는 곧 곰리가 작품에 담은 마지막 의미, 고난의 시기에서 진화하는 ‘희망’에 초점을 맞추자는 제안을 뜻합니다.
마침내 <엔젤 오브 더 노스>는 게이츠헤드의 제2의 전성기를 가져온 주역이 됐습니다. 이 모든 것은 작품이 놓여질 환경의 역사적, 자연적 맥락을 철저하게 고려한 곰리의 철학이 없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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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2016
Cast iron 277.5×318.6×421.8cm ⓒ Antony Gormley. Photo ⓒ White Cube (Ben Westo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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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AGE> 2016
6mm weathering steel 202×72.2×1,198cm ⓒ Antony Gormley. Photo ⓒ White Cube (Ben Westo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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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view of <Fit> at South Galleries, White Cube Bermondsey, London(30 September~6 November, 2016)
ⓒ Antony Gormley. Photo ⓒ White Cube (Ben Westo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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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view of <Fit> at South Galleries, White Cube Bermondsey, London(30 September~6 November, 2016)
ⓒ Antony Gormley. Photo ⓒ White Cube (Ben Westo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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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view of <Fit> at South Galleries, White Cube Bermondsey, London(30 September~6 November, 2016)
ⓒ Antony Gormley. Photo ⓒ White Cube (Ben Westo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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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view of <Fit> at South Galleries, White Cube Bermondsey, London(30 September~6 November, 2016)
ⓒ Antony Gormley. Photo ⓒ White Cube (Ben Westo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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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view of <Fit> at South Galleries, White Cube Bermondsey, London(30 September~6 November, 2016)
ⓒ Antony Gormley. Photo ⓒ White Cube (Ben Westo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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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ing Field> 2016
ⓒ the artist Photograph ⓒ Stephen White,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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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ing Field> 2016
ⓒ the artist Photograph ⓒ Stephen White, London
Profile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는 인간의 몸과 공간, 세계 사이에서 형성되는 관계를 연구하는 작가입니다. 조각, 설치, 공공예술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는 특히 ‘예술의 공간’에 관심이 많아 그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실험하는데, 이는 그 공간이야말로 새로운 행동과 감정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라는 작가의 믿음 때문입니다. 또한, 곰리는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불교 명상을 공부했을 정도로 정신적인 것을 중시하며 그의 작업 깊숙이 분리할 수 없는 영적, 육체적 자아가 담겨있습니다.
1950년 런던에서 태어난 안토니 곰리는 ‘카셀 도큐멘타(Documenta Kassel)’,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참가, 1994년 터너상(Turner Prize) 수상하는 등 이미 증명된 세계적 아티스트 입니다.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 London)는 물론 말모 쿤스탈(Malmö Konsthall, Sweden), 브레겐츠 쿤스트하우스(Kunsthaus Bregenz, Austria), 브라질문화센터(CCBB, Centro Cultural Banco do Brasil, São Paulo), 벨베데레 요새(Forte di Belvedere, Florence) 등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치고 있습니다.
Bloomberg Brilliant Ideas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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