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24: 알리 바니사드르
캔버스에 담긴 카오스의 사운드

혼돈과 질서의 중심에서

이라크와의 전쟁을 피해 어린 나이, 고국을 떠났어도 알리 바니사드르(Ali Banisadr)에게 이란은 여전히 사고의 중심 대상입니다. 어린 시절 목격한 전쟁의 아픔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그에게 영향을 주지만, 그는 전쟁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보고자 합니다.
“언어로 인생의 질문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바니사드르는 예술이야말로 언어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는 ‘시각철학(visual philosophy)’이라고 말합니다. 시각철학, 또 소리를 이미지로 환기시키는 능력으로 전쟁의 혼돈과 세계의 이슈를 생동감 넘치게 완성하는 바니사드르를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Brilliant Ideas Episode 스물네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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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가기 >전쟁을 딛고 시각철학자로

20세기의 가장 격렬한 전쟁 중 하나로 꼽히는 이란-이라크 전쟁은 알리 바니사드르가 4살이던 해 발발했습니다. 8년간 지속된 이 전쟁으로 바니사드르의 가족은 이란을 떠나 터키를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게 됩니다. 비록 그가 기억하는 전쟁의 기억은 어린 시절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당시의 경험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렇지만 그가 과거에 얽매여 전쟁의 아픔만을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색과 회화적 제어를 통해 전쟁의 모습과 그의 유년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는 데 주력하고 전쟁이 일어나야만 하는 이유와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생각했지만, 그 후 나아가 정치적 문제, 역사, 책, 미술 등 더 넓은 주제로 눈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그가 읽는 책, 신문, 뉴스에 나오는 크고 작은 사건들, 심지어 최근에 본 영화와 음악까지 그는 그의 경험과 주위에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직간접적으로 그의 어린 시절 경험과 버무려 작품의 주제로 만듭니다.

재미있는 점은, 바니사드르는 예술을 통해 이런 주제들을 표현하는 것들을 단순한 소통이 아닌 시각적인 철학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예술을 통해 훨씬 더 깊고 다양한 의미로 전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그림 속에 보고 느껴온 세상을 전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캔버스에 단면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는 매우 추상적이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특정한 형태 없이 오로지 다양한 색과 텍스처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은 조금은 난해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자면 처음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표면 위로 드러납니다. 큰 의미 없는 선, 엉뚱해 보이는 점 하나도 조금만 관찰해보면 그들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작품 <Contact>는 알아볼 수 없는 형체들과 색들로 뒤덮여 있지만, 불안했던 당시 그의 상황과 아끼는 사람을 보호하고자 했던 그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바니사드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은 층층이 쌓여있는 붓질 속에 숨겨져 있음에도 캔버스 앞에서 오랜 시간 관찰할수록 그들이 말하는 진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공감각의 마법사

바니사드르는 공감각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공감각이란 서로 다른 감각들이 흔치 않은 방식으로 결합하는 신경학적 상태를 말하는데, 소리를 이미지화하는데 뛰어난 재주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전쟁의 폭격 소리를 듣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모습을 보고 본인의 공감각을 일찌감치 깨달았다는 그는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이 강합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어떤 형태를 어디에 놓을지, 어떤 색을 어느 곳에 쓸지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작품을 처음 그리기 시작할 때 항상 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소리를 어느 정도 이미지화한 후 읽고 있는 책이나 관심 가는 주제를 바탕으로 그림을 더 발전시켜 작품의 깊이를 더합니다. 빨간색을 보면 불빛이 생각나고, 흐르는 물은 파란색을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모든 소리는 그에게 어떤 이미지 혹은 색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은 마치 한 소절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니사드르는 소리를 단순히 느낌 그대로 캔버스에 옮기는 것이 아닙니다. 더 나은 이미지, 더 나은 의미전달을 위해 붓질의 방향, 빛과 오일의 조절 등 끊임없는 실험과 노력을 하고 페르시아풍 특유의 미니어처 그림 스타일을 빌려와 그의 작품에 결합시켜 독특한 이미지를 연출해내고자 합니다.

<Interrogation>(2010)은 작가의 전반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둡고 복잡해 한눈에 보기에도 혼돈 속의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림의 어두움 속 한 구석에는 교회의 건물 안에 내리쬐는 듯한 빛이 보이는데 그에게 이런 빛은 교향악의 소리와 같다고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작품에 여러 가지 ‘소리를 지니는 빛’을 표현하는 그는 그 속에 최근 본인 혹은 사회에 일어나는 일들, 감정 등을 담아 관객들과 소통하는 작품을 만듭니다. 의도적으로 그림 안에 빈 공간을 남겨둔다는 바니사드르는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그 빈 공간에 그들만의 감정을 채우고 그가 그려낸 소리를 들어 작품을 완성해주길 바랍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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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e Hemispheres> 2013
Oil on linen 48×48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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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water> 2010
Oil on panel 11×14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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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n Land> 2015
Oil on linen 66×88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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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vashi> 2013
Oil on linen 96×180in(Tripty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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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in the Air> 2012
Oil on linen 82×120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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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herboard> 2013
Oil on linen 82×120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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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ization> 2014
Oil on linen 66×88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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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ion> 2011
Oil on linen 66×88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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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ubator> 2014
Oil on linen 82×120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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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Haven’t Landed on Earth Yet> 2012
Oil on linen 82×120in
Profile

이란 출신 예술가 알리 바니사드르(Ali Banisadr)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 이민길에 올랐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 동안 이란에서 지냈지만, 그 강렬한 기억은 바니사드르의 예술 활동에 끝없는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그로 인해 대부분 작품은 유년시절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이슬람 혁명과 자신을 난민으로 만들었던 잔혹한 이란-이라크전쟁의 경험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그는, 자신의 기억을 페르시아 신화와 합치고 결합해 추상적이면서도 구상적인 이미지로 완성합니다.
1976년생인 바니사드르는 스쿨 오브 비쥬얼아트(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와 뉴욕 아카데미 오브 아트(New York Academy of Art)에서 공부했습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거주, 활동하고 있는 그는 파리 타데우스 호팍 갤러리(Galerie Thaddeus Ropac), 뉴욕 레슬리 통크나우 갤러리(Leslie Tonkonow Artworks + Projects)와 스페론 웨스트워터(Sperone Westwater)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미국을 비롯 이탈리아, 벨기에, 영국, 프랑스, 두바이에서 열린 기획전에 참여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Bloomberg Brilliant Ideas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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