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Ideas Episode #13: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
자연과 사물에 생명을 더하는 작가

건축으로부터

멕시코의 대표 개념미술가인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Abraham Cruzvillegas)는 건축을 기반으로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에게 건축은 한 사람의 정체성과 연결되며 이는 마을, 도시, 국가의 단위로 확장되어 사람들의 관계, 커넥션(connection)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올해 처음으로 시작하는 영국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터바인 홀(Turbine Hall)의 현대 커미션(Hyundai Commission)전에서 대규모의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설치 작품은 세계최대 규모의 공간인 터바인 홀에서 전시되는 만큼 작품의 크기 또한 엄청나서 일종의 메가 아트(Mega Art)로 불리우기도 합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이전에 해왔던 작품세계를 총망라해 요약하여 녹여낸다고 했는데요. 이번 블룸버그와 현대자동차가 준비한 Brilliant Ideas 열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그의 새로운 작품을 중심으로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Brilliant Ideas Episode #13: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 영상보기
바로가기 >정체성의 자발적 구축

1968년 멕시코시티 남쪽 화산지역인 아후스코(ajusco)에서 태어난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는 자신의 고향에서 작품의 중요한 요소를 터득하게 됩니다. 이 지역은 멕시코 석유산업의 증가로 시골에서 농업을 해오던 부모님의 생활이 어려워지자 새로 이주한 곳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멕시코 도시 개발 계획에는 아직 포함이 안 된 불모지였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집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그 지역 사람들과 함께 마을을 건설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방을 만들거나 개조하고 혹은 천정을 수리하는 등의 구축과 철거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곳 사람들은 그들만의 삶을 꾸려 나갔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마땅한 돈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주변에 있는 재료들, 가령 벽돌 조각이나 목재 혹은 플라스틱이나 페인트 통 등의 버려진 물건들을 이용해 공간을 만들어 나갔고, 이러한 방법으로 마을 사람들의 자발적인 구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수집된 물건들은 건물을 짓는 과정 안에서 쓸모없는 재료에서 유용한 재료로 바뀌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의 주체성과 새로운 가치가 발견되는 오브제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스스로의 자발적인 태도는 정부의 부패와 싸우고 마을을 발전시키는 등 서로의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그 지역을 점차 활성화 시켰습니다.

이 지역의 특수한 상황에 영향을 받은 크루즈비예가스는 야후스코 마을 사람들의 자발적인 구축에 따라 작품에 ‘오토컨스트럭시옹(Auto-construcción)’이라는 자가구축의 개념을 가져옵니다. 그의 설치 작품들은 전시되는 지역 주변에서 발견된 폐자재나 쓰레기 같이 버려진 물건들을 이용하여 구성되고 그 재료들은 필요한 상황에 맞추어 새로운 맥락으로 결합되고 만들어지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 따라서 그것의 가치를 못 보는 것을 작가의 시선으로 그것만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즉 어떤 물건을 향해 쓰레기라고 말한 순간부터 그것은 죽어버린 것으로 인식되지만 이러한 인식에 의해서 버려지는 것을 작가는 믿지 않습니다. 모든 사물은 영원히 살아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지요. 이는 사회적 시스템이나 통념적인 인식에 의한 타의적 판단이 아니라 자신의 자발적인 태도에 의해서 스스로 바라보고 구축함에 따라 죽었다고 여겨졌던 재료들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빈터로부터 자라나는 생각

테이트 모던 터바인 홀에서 선보이는 그의 작품 역시 발견된 오브제를 활용하고 재 맥락화하는 방법이 실현되고 있습니다. 독특한 부분이라면 이번 작품의 주된 재료가 흙이라는 점인데, 버려진 재료들을 가져와 새로운 맥락 아래 작품으로 생명을 불어넣어 준 것처럼 그저 흙덩어리일 뿐인 이 물질을 빌어 이것으로부터 나올 정체 모를 생명들과 사건, 이에 따른 새로운 가치, 메시지를 작가는 지켜보려 하고 있습니다.
터바인 홀을 가득 채운 대작 <Empty Lot(빈터)>(2015)은 삼각형 플랫폼의 거대한 뱃머리를 연상시키는 구조로 크게 위, 아래의 두 개의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합니다. 아랫부분은 건축적이고 견고하게 짜여진 구축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윗부분은 23톤의 흙과 삼각형 모양의 240개 나무화분들의 기하학적 배치 그리고 작가의 자가구축에 의해 만들어진 조명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설치된 조명의 재료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큐레이터나 여타 동료들에게 요청하여 수집된 버려진 소재들입니다. 작가는 긴 장대 혹은 화장실 문 같은 조명과는 전혀 상관없는 물질을 조명의 부품으로 탈바꿈시킵니다. 흙은 런던 곳곳의 공원이나 정원 등의 공공 공간으로부터 옮겨 온 것입니다. 당시의 생태계 그대로를 보존해서 자연 그대로가 스스로 발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본래 그들이 밟는 순서를 진행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작가는 조명의 빛과 물, 이 두 가지의 공급으로 흙으로부터 발생할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는 관람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으로부터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거나’를 아울러 지켜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작품의 특징 중 한 가지는 진행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작품은 전시 첫날 태어나서 전시 마지막 날에야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기다리고 있던 정체 모를 생명과 사건들의 체험은 전시가 끝이 나야만 완결이 되는 것이지요. 또한, 작가는 “무언가의 시작을 한다는 것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시작의 의미는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고민하면서 우리는 배워나갑니다. 시작을 함에 있어서 위험한 점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미리 단정 짓는 것인데 나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야 합니다.” 작가의 이러한 태도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여 그것으로부터 발생할 의미들을 작업 과정을 통해 지켜보고 배워나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이 작품은 “무엇이 자랄까”라는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작품이 끝나는 날 완성된 것을 보고 이로부터 작가, 큐레이터, 관람객 등 작품을 지켜본 사람들의 체험과 생각, 관념들을 다 같이 심사숙고해보는 것입니다.
작가는 예술가는 창조자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단지 재구축하고 재조정하고 무언가를 변형시킬 뿐이지요. 쓰레기의 재료가 변하고 흙으로부터 야기되는 이야기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처럼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변형될 뿐이며 자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작업을 통해 재구축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 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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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aham Cruzvillegas <Blind Self Portrait as a Post-Thatcherite Deaf Lemon Head. For 'K.M.'> 2011
Divers papiers, peinture acrylique, épingles 1410 x 346 cm / 555 x 136 2/8 inches
Exhibition view at Modern Art Oxford 2011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Chantal Crousel, Paris. -
Abraham Cruzvillegas <Autoconstruccion> 2010
Wood, beer caps, bulbs, roots, fabric, iron Variable Dimension
Exhibition view at Galerie Chantal Crousel 2010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Chantal Crousel, Paris -
Abraham Cruzvillegas <Renewed and Solidary> 2012-2013
Bois, tôle ondulée, verre, briques, papier d'aluminium, bande, bâche, pierres, pot en plastique, boîte, planches synthétiques, récipient
Tupperware, caoutchouc, papier journal, enseigne en plexiglass, table design, bambou / Wood, undulated roofing sheet, glass, bricks, aluminum foil, tape, raffia tarpaulin, stones, plastic melting pot, can, synthetic planks, plastic Tupperware container, rubber, plastic, newspaper, plexiglass sign, design table, bamboo 140 x 377 x 290 cm / 55 x 148 3/8 x 114 1/8 inches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Chantal Crousel, Paris © Sebastiano Pellion -
Abraham Cruzvillegas <Autodestrucción 3 : Mots et choses> 2013
Fer, acier inoxydable, corde en nylon, bois peint, verre, papier, encre, peyote, caoutchouc, cuivre, fibre de verre, plastique / Iron, stainless steel, nylon rope, painted wood, glass, paper, ink, peyote, rubber, copper, fiberglass, plastic 540 x 306 x 100 cm / 212 5/8 x 120 4/8 x 39 3/8 inches
Exhibition view at Galerie Chantal Crousel 2013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Chantal Crousel, Paris © photo Rebecca Fanuele -
Abraham Cruzvillegas <Autodestrucción 3 : Une carte pour avant et après le voyage d'Antonin Artaud à la terre rouge> 2013
Bois, fil à bijoux, perles de verre, acier inoxydable, peyote / Wood, jewellery thread, glass beads, stainless steel, peyote
Exhibition view at Galerie Chantal Crousel 2013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Chantal Crousel, Paris © photo Rebecca Fanuele -
Abraham Cruzvillegas <Czlowiekz Marmuru> 2007
Stylo à bille et peinture acrylique sur papier kraft / Ballpoint pen and acrylic paint on kraft paper 150 x 100 cm / 59 x 39 3/8 inches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Chantal Crousel, Paris -
Abraham Cruzvillegas <Autoconstrucción> 2009
HDV video, color with sound / Vidéo HD, couleur et son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Chantal Crousel, Paris -
Abraham Cruzvillegas <Autoportrait avec pouce opposable XXIV> 2013
Peinture sur plâtre / Paint on plaster 52 x 56 x 2.50 cm / 20 4/8 x 22 x 1 inches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Chantal Crousel, Paris © photo Rebecca Fanuele -
Abraham Cruzvillegas <Reconstrucción 2 : Here we stand : B> 2015
Bois, fer, cuir, plastique, moquette industrielle, carton, colle / Wood, iron, leather, plastic, industrial carpet, cardboard and glue
139 x 60 x 50 cm / 54 6/8 x 23 5/8 x 19 5/8 inches
Exhibition view at Sharjah Biennial 2015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Chantal Crousel, Paris.
Profile

Andrew Dunkley ©TATE 2015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Abraham Cruzvillegas)는 1968년 멕시코 시티에서 태어난 개념미술가입니다. 그는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National Autonomous University of Mexico)에서 철학, 회화, 교육학을 전공하고, 이후 미술사 및 예술이론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크루즈비예가스는 버려지거나 잊혀진 것들, 즉 쓰레기처럼 더 이상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사물들을 이용해 설치 조각을 만드는데요. 그의 작업방식에서 중요한 점은 사물을 재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버려진 사물들은 그의 작업과정을 통해 낯선 구조물로 변하고 우리는 이를 통해 당연하게 바라보았던 기존의 인식으로부터 벗어납니다. 과거 멕시코의 지역적 특수성의 영향을 받은 그는 자발적으로 구축을 실행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오토컨스트럭시옹(autoconstrucción, 자가건축)”이라는 자신의 방법론을 정립합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주체적인 태도로 새롭게 발견한 사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집, 공공기관,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멕시코 사람들의 모습은 크루즈비예가스 작업의 중요한 모티브입니다.
Hyundai Commission 2015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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