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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Technology #33: 엄브렐리움

예술, 기술, 삶의 상호작용

마술에 가까운 기술

수많은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런던의 엑시비션 로드(Exhibition Road)에 믿을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비어있는 도로에 사람이 등장하는 순간 갑작스레 바닥에 횡단보도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길을 건너자 곧바로 횡단보도는 다시 사라집니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이 광경은 런던을 기반으로 건축, 디자인, 테크놀로지를 연구하는 팀 엄브렐리움이 <Starling Crossing>(2017)를 통해 실현했습니다. 건축가이자 엄브렐리움의 설립 파트너인 우스먼 헤이크(Usman Haque)는 이 작품에 대해 매거진 <Dezeen>과 인터뷰에서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인간을 둘러싼 도시를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켰지만, 어찌 된 일인지 횡단보도만은 이전의 모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현재의 횡단보도는 1900년대 중반 이래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습니다. 지금 인간과 도시의 관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횡단보도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매일 경험하는 상호 작용 중 하나입니다. 현재의 횡단보도는 과거 유형의 도시와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형태이기에, 엄브렐리움이 21세기에 어울리는 신개념 횡단보도를 만들었습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최신작 <Staring Crossing>에 대해

21세기형 인터랙티브 교차로 <Staring Crossing>은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LED 점멸 방식으로 완성됐습니다. “그래픽 디자인 그 이상입니다”라는 헤이크의 말처럼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라이팅 아트만큼이나 아름답습니다. 기존처럼 도로 표면에 직접 도료로 그린 횡단보도처럼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도로를 설계하는 시간을 단축합니다. 도로 표면은 고강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많은 인원이나 차량이 지나가도 끄떡없으며, 프로그래밍이 된 LED 라이트가 내장돼 있습니다. 이 작품은 수백 개에 달하는 변수를 기록하고 측정할 수 있는 카메라 두 대가 다양한 각도에서 밤낮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위치에 대한 정보 값을 컴퓨터 시스템에 제공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패턴과 정보 값이 시스템에 다다르는 시간은 단 1/100초에 불과합니다.

이 작품은 하루 중 다른 시간대와 여러 상황에 따라 도로는 실시간으로 다양한 상황에 반응하며 모양을 달리하는데, 보행자의 수나 도로 상황에 따라 횡단보도의 패턴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헤이크는 “새벽 5시나 한밤중처럼 보행자가 거의 없을 때는 횡단보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한적한 시간대에는 오로지 도로로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파가 붐비는 피크 타임엔 동시에 많은 사람이 건널 수 있도록 자동으로 넓어집니다”라고 설명합니다. 횡단보도의 구성, 너비, 크기, 방향, 표시, 색상 같은 패턴은 때에 따라 변화합니다. 위험한 상황을 경고할 수 있는 붉은색 신호도 내장돼 있으며, 또한 정지선과 주행 거리를 뒤로 이동시켜 차량이 길을 건너는 사람과 차량의 간격을 조정합니다. 교차로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파악해 보행자에게 경고 신호를 주는 역할까지 해냅니다.

진정한 목적과 과제

엄브렐리움은 2008년 런던 디자인 박물관에서 올해의 디자인상을 받은 <The Burble>, 런던 바비칸아트센터에서 선보이며 주목받은 <Assemblance>(2014)는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과 상호작용 했습니다. 사람의 손, 발, 몸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설치미술, 빛을 내는 장갑, 소음 측정을 이용한 인구밀도 지도를 선보이면서 사람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끌어내고 일상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작품 안팎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엄브렐리움의 궁극적 목적입니다. 오늘날 사회의 주요 과제는 테크놀로지가 지닌 창조적 다양성을 통해 도시와 인간을 연결하고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엄브렐리움은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3D 프린팅, 레이저 프로젝션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설계, 엔지니어링, 제작하고, 이 모든 것을 통합하는 인프라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술, 디자인, 테크놀로지가 인간과 도시의 관계에 대한 비전을 모색하며, 기술과 예술이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또한, 신기술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수단으로 인터랙티브 아트를 활용합니다. 예술이 우리 사회의 요구에 어떻게 부응하는지 보여줄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엄브렐리움의 향후 프로젝트가 어떤 방식으로 나아갈지 기대됩니다. ■ with ARTINPOST

  • Installation view of <Marling> at the Barbican in 2004

    © Umbrellium

  • Installation view of <Open Burble> at the Singapore Biennale in 2006

    © Umbrellium

  • <Natural Fuse> 2009

    Micro-scale CO2 monitoring and overload protection framework © Umbrellium

  • <Natural Fuse> 2009

    Micro-scale CO2 monitoring and overload protection framework © Umbrellium

  • Installation view of <VoiceOver> at Horden, East Durham, UK in 2016

    © Umbrellium

  • Installation view of <VoiceOver> at Horden, East Durham, UK in 2016

    © Umbrellium

  • Installation view of <VoiceOver> at Horden, East Durham, UK in 2016

    © Umbrellium

  • Installation view of <Starling Crossing> 2017

    © Umbrellium

  • <Open Burble>

    Photographs by TETRO / Raphael Carrand © Umbrellium

  • Installation view of <Marling> at the Barbican in 2004

    © Umbrellium

  • Installation view of <Assmblance> at the Barbican in 2004

    © Umbrel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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